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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 종교문맹퇴치 31] 하느님은 인간의 작품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하느님을 무작정 믿어야 하나?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1176 작성일 2018-09-02 07:22 조회수 1900

오늘 이 사회에서 유신론적 하느님(theistic God)은 힘을 잃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거나 어쩌면 이미 죽었다. 유신론적 하느님이란,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이 세계 밖에 존재하면서 신적인 뜻을 성취하기 위하여 자기멋대로 가끔씩 이 세상에 개입하거나 통제하는 상상의 존재를 말한다. 물론 이러한 신관과 세계관은 인간들이 만든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탐구하는 종교는 내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현세에 대한 것이며,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을 믿는 것이 아니며, 초자연적인 하느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삶에 대한 것 즉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사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기적을 믿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인식한다. 즉 하느님의 개입으로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은 과거에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현재에도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진화 세계관의 과학세계는 더 이상 하느님을 불행한 일들과 행복한 일들의 원인과 결과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는다.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의 현대인들은 삼층 세계관의 고대인들이 상상 속에서 만들었던 하느님 의식(God-consciousness) 밖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회에 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주류 과학계와 신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무관심하거나 모른 채하며 더욱이 과거의 패러다임의 종교적 언어들을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교회에 메어달리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믿음의 대상인 하느님이 더 이상 본질적으로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믿으려고 발버둥치며 비상식적인 언행을 일삼는다.

 

138억 년 우주진화 역사에서 하느님이 출현한 인류의 문명역사는 겨우 6천 년 정도 밖에 안된다. 다시 말해, 우주역사와 인류역사의 세월을 비교해보면 숫자적으로 13,800,000,000 vs. 6000이라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사는 대단히 짧다. 이 짧은 시간 속에서 지혜로운 인간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죽음과 생존의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신화(神話, Mythology)를 만들고,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창조했다. 그리고 장구한 우주역사를 자신들이 만든 하느님의 믿음이라는 비좁은 우물 안에 감금하고 통제했다. 교회기독교가 지난 1700년 동안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조정해온 삼층 세계관과 이것에 근거한 종교관과 신관이 이제는 더 이상 설득력과 효력을 상실했다. 인간들이 만든 하느님을 무작정 믿으면 부와 건강과 행복이 보장되지만 믿지 않으면 가난과 질병과 불행이 따른다는 이분법적 축복론과 구원론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오늘날 사회에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느님 또는 하나님이란 말은 어느 특정 종교가 숭배하는 신(god)의 고유명사로서의 이름이 아니다. 한편 하늘 위의 초자연적인 신을 하느님/하나님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삼층 세계관의 교회들은 이런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하느님의 이분법적인 축복과 징벌, 구원과 심판, 천당과 지옥으로 순진한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이기심과 사심을 불러 일으킨다. 우주진화 세계관에 따르면 이 세계 이외에 다른 세계는 없다. 하늘 위에 천당도 없고, 땅 밑에 지옥도 없다. 다만 언젠가 우리의 태양계가 폭발해서 없어지면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인간과 만물도 사라진다. 그렇다고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과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약 10-15억 년 후에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138억 년 우주진화 역사에서 하느님(god)이란 말은 약 6천 년 전 인간이 평범한 삶 속에서 만든 은유적인 표현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언어가 끊임없이 출현하듯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표현방식과 삶의 방식도 자연스럽게 새로워 진다. 기독교인들이 따르는 역사적 예수도 새로운 시대의 요청을 절실히 깨닫고, 당시의 성전종교가 말하는 하느님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을 선포했다. 예수는 하느님의 새로운 의미를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내었다. 예수는 자신의 깨달음에서 나온 새로운 패러다임 때문에 성전종교의 박해를 받았고 결국 로마제국의 십자가에서 처형되었다.

 

하느님에 대해서 타율적으로  복종하며 믿는 것과 하느님의 의미를 자율적으로 느끼고 깨닫고 체험하는 것은 현저히 다르다. 또한 하느님에 대해서 관념적으로 말하는 것과 하느님을 직접 체험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태초로부터 인간은 자연에 대해 장엄하고, 신비스럽고, 경이롭고, 자비롭고, 진지하고, 힘이 넘치는 것을 체험했다. 무엇보다 자연은 자신들을 양육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자연의 세계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고 확대되었다. 인간의 조상들은 시각적인 문자들이 발명되기 훨씬 오래 전, 다시 말해, 입으로 표현하는 원시적인 믿음이 생겨나기 전부터 자연적인 현실로부터 자율적인 체험이 있었다. 그리고 후대에 이성적이든 비이성적이든 대부분의 믿음체계가 상징적인 언어를 모태로하여 탄생했다.       

 

우리의 조상들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왜 존재하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로 말하고, 문자로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식물, 동물, 기후, 지형, 사회적인 인간 관계 등을 은유적인 비유의 자료로 삼았다. 인류 문명사의 초기에 문자적 기록이 시작되었을 때에 사용되었던 은유적인 언어들이 아직도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남아있다. 예를 들자면,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쓰여졌던 주님은 나의 목자, 하느님의 어린 양, 당신의 왕국이 임하소서, 하늘 문, 지옥 불, 하느님의 보좌, 그는 나의 방패이고 구원의 뿔이시요 등이 아직도 기독교인들 사이에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은유적인 언어 즉 궁극적인 실제(實際 Ultimate Reality)에 대한 고대사회의 원초적인 표현은 고대인들이 살고 있던 삼층 세계관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특정한 시대와 환경의 사람들에게 무엇이 진실하며,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은 당시로서는 최상이었으며 보편적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든 고대의 종교적인 이야기들과 은유들과 영적 믿음들은 그때에는 진실했다. 다시 말해, 이것들은 사람들의 세속적인 일상생활의 체험에서 생겼다는 뜻에서 진실하다.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아름답고, 자비롭고, 사랑스럽고, 경이롭고, 능력있고, 장엄하고, 신실하다고 상상한다면, 그 원인은 우리가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과 자비와 사랑과 경이로움과 능력과 장엄함과 신실함을 직접 느끼고 체험했기 때문이다. 만일에 우리의 조상들이 달에서 살고 있었다면 하느님의 이미지에 대해 달 표면의 메마른 땅을 반영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물도 없고, 생명도 없는 황폐한 달에 갇혀있지 않고, 생명력이 흘러 넘치는 창조적인 지구에 살고 있는 덕분에 아름답고 광대한 우주의 한 개체임을 인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하느님의 이미지를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

 

세상을 신비스럽게 이해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보는 것이며, 사적인 개인적 계시일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공개적 계시가 될 수 있다. 필자에게 신/하느님은 은유적으로 조건없는 사랑이며, 무한한 연민의 사랑이다. 하느님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을 믿는다 또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사람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면 하느님의 의미 즉 인간에게 내면화되고 삼라만상에 편만한 하느님의 실제(實際)를 모르거나 새로운 눈이 떠지지 않은 상태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주의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출현을 인식한다면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임을 깨달아 알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이란 무엇으로 보이고 들리나? 우리의 내면에 하느님은 무엇으로 보이고 들리나?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다른 사람들의 눈을 보고, 그들의 가슴으로부터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듣자! 우리의 가슴 깊은 곳을 보고, 우리의 가슴으로부터 들려오는 미세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는, 우주가 어떻게 출현했고, 우주가 지금 여기에 있고, 우리는 태초로부터 우주의 본질이며 한 개체이고, 모든 개체들이 통합하여 우주 전체를 이루어 간다는 신비스러움이다. 하느님이란 우리의 인식과 양심과 연민의 사랑의 중심에 있는 성스러움이며, 모든 생명체들이 공동으로 탄생과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이루어 간다는 경이로움이다. 하느님이란 우주의 모든 개체들이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통합적인 전체를 이루어 가는 창조성이며, 각 개체는 전체이며, 전체는 개체라는 신비스러운 실제(實際 Reality)이다.

 

신비스러운 우주 전체와 궁극적인 실제(實際)를 문자적으로 한계가 있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도 태초로부터 인간의 언어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이기 때문에 모든 종교적 믿음들과 이야기들은 시적으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상징적인 기록과 고백들은 오늘 우리가 우주세계를 이해하고, 인류가 화합하여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 무엇을 위해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말해 준다. 전통적인 믿음체계와 이야기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진실하다. 따라서 은유는 표현의 힘이 있고, 한편 모험적일 수 있다. 은유를 불신앙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위험하다고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인간의 은유적인 언어는 이 세계를 어둡고 더러운 세상, 멸망할 세상으로 만들기 보다는 밝고, 성스럽고, 미래에 찬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부족적인 생존의 두려움과 이분법적인 편견과 오만을 넘어서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와 온 인류가 두려움없이 우주적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마커스 보그. 새로 만난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알프레드 노드 화아티헤드. 이성의 기능. 통나무,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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