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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격한 일은 아니지만
지난 주 ex-wife(이하 와이프)가 직접 보고 나에게 전해 준 기내폭력사례를 소개한다.
뉴욕과 서울 방문을 마치고 지난 주 수요일 (5일) 돌아온 와이프를 만난 이유는 부탁한 책들과 엔화를 전달받기 위해서였다.
근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을 출발해 밴쿠버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중국어를 하는 동양계 승객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이야기였다.
평소에 말은 많지만 자기와 관련없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와이프가 나에게 들려준 기내 목격담을 목격자 진술서(witness statement) 형식으로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그 비행기는 한국시간 지난 수요일(5일) 저녁 6 시 50 분에 인천을 출발한 대한항공 071 편이었다.
전 세계 민간항공기들의 운항정보를 수집해 기록하고 있는 flightaware 사이트의 운항정보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5 분 늦은 저녁 6 시 55 분 인천국제공항 제 2 청사 게이트를 출발했다.
https://flightaware.com/live/flight/KAL71/history/20180905/1000Z/RKSI/CYVR
이 비행기는 10 시간 12 분 만인 같은 날 오후 1 시 7 분(태평양표준시각)에 밴쿠버 공항 국제선게이트에 도착했다.
비행기 기종은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기종 중 가장 최신형인 B787-9 기종이었다.
다른 기종들에 비해 습도나 기압이 높아 쾌적한 기내환경을 제공하면서, AVOD 등 엔터테인먼트 기자재도 최신형으로 탑재하고 있는 비행기였다.
사건은 비행기가 이륙해서 순항고도를 잡고나서 안전벨트사인이 꺼진 직후부터 시작했다.
3 열로 된 그 자리에는 중국어를 하는 40 대 남녀와 초등학생으로보이는 남자아이가 앉아있었다.
그들의 앞자리에는 10 대 후반 또는 20 대 초반으로 보이는 역시 중국어로 대화하는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그 중국인 여성승객 중 한 명이 안전벨트사인이 꺼지자 좌석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뒷자리에 앉아있던 중년커플 중 남자가 중국어로 앞자리 승객에 대고 뭐라고 말했다.
앞자리 여성승객도 뒷자리 남자에게 뭐라고 대꾸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뒷자리 남자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좌석을 앞으로 밀어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와이프는 그들이 부녀지간인 줄 알았었다고 한다.
근데 뜻밖에도 앞자리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남자에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누가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그 중년남자와 젊은여자는 서로를 밀치고 팔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와이프를 비롯한 주변승객들은 혼비백산했다.
와이프 앞자리에 앉아있던 서양인 승객이 이 장면을 촬영하며 "This is violence"라고 외쳤다.
너도나도 승무원 호출버튼을 눌렀는지 승무원 세 명이 동시에 출동했다.
승무원들이 이들 사이를 떼어놓아 싸움은 중지됐다.
앞자리 여성승객 두 명은 승무원들에 의해 다른 구역으로 옮겨졌다.
내가 들은 목격자 진술은 여기까지다.
목격자 진술이 여기까지인 이유는, 내가 목격자인 와이프에게 "중국말을 한다고 중국인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느냐? 여권을 보았느냐? 그들이 몸싸움을 할 때 주먹을 사용했느냐? 아니면 손바닥을 사용했느냐? 혹시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느냐? 등등을 질문하는 도중 목격자가 짜증이 났는지 '그만 해!' 하고 소리치며 이야기 주제를 다른 걸로 바꿨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자리 승객좌석을 강제로 바로세우려 한 40 대 남자의 무지하기 짝이없는 행동이 폭력사태의 출발인 것 같은데, 직접 목격한 일은 아니니 뭐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와이프의 증언에 의하면 승무원들의 대응은 신속했고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것 역시 내가 직접 관찰하지 않았으니 뭐라 말은 할 수 없고, 그저 신속하고 별 문제 없었다니까 그런가보다 한다.
해당 비행기 기장 또는 목격승객들 중 누군가가 이 사건을 밴쿠버 공항 경찰당국이나 CBSA (캐나다국경관리국)에 신고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들은 바가 없다.
다른 사람의 좌석이나 몸에 적대적 의사표시로 손을 댔다면 엄연한 기내폭력이다.
기내폭력은 캐나다에서 Indictable Offence (미국 용어는 felony offence)로 분류된다.
비행기가 대한항공이라 외국영토로 간주되어 캐나다에서 기소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외국인 신분이라면 입국은 불가능할 것이다.
암튼 나는 지금까지 기내폭력을 목격한 적은 없는데, 비행기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런 문제에 민감한 편이다.
아마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신고부터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