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양식>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취향이 그렇다면 모르겠지만, 아름다움은 크기와 전혀 관계가 없다.
작은 것 중에도 아름다운 것이 있고 아름답지 않은 것도 있으며,
큰 것 중에도 아름다운 것이 있고 아름답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하고 선호하는 것은 큰 것인가, 작은 것인가?
집이나 자동차, 도시 그리고 교회..
많은 사람들은 큰 것을 좋아한다.
어쩔 수 없이 작더라도 커지기를 소망하며 노력한다.
큰 것이 기준이 되고 목표가 되었다.
세상은 대형주의를 미화하고 강요하기도 한다.
작은 것은 큰 것에 종속되고 그 영향 아래서 때로 생존의 위협도 받는다.
작은 것은 약한 것이고 개선되어야 하는, 때로 용납되지 않는 악한 것이 되기도 한다.
무조건 커야 가치가 있기에 작은 것은 좋은 것과 거리가 멀다.
골목 상권은 대형 마트에 잠식 당한다.
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그 덩치를 키우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먼저 차지하려는 무분별한 개발로 자원은 고갈되고 자연은 정화 능력을 잃어버렸다.
경쟁과 서열화로 인한 압박과 처진 자들의 소외감은 부메랑이 되고,
무엇보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잃어버렸다.
아름다움은 크기와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준은 큰 것임에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E.F. Schmacher)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발간한다.
(Small is Beautiful - A Study of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
미학이 아니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현대 산업 문명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장에
그렇다고 동의할지도 모르겠고
동의한다 하더라도 정작 작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확행, minimal life, downsizing 그 역주행이 가능할까?
본래 종교의 가르침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고
자기 만족이 아니라 자기 부인이었다.
욕심을 채움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워낼 때 비로소 가려진 행복이 보인다고 가르쳤다.
유아독존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을 설파했다.
오늘날 종교는 사람을 바꾸기보다 자기의 가르침을 바꾸었다.
원하는 행복을 얻으려면 예수를 믿으라고 세일한다.
예수가 원하는 모든 것을 채워줄 수 있다고 홍보한다.
번영신학, 기복주의, 성장주의.
그게 다 교회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서로 윈윈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이좋고 매부좋고...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원하는 교회는
세계적인 대형교회를 일군 조목사님의 설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은 교회가 아름답다는 말을 믿지 마라.
목회에 실패한 이들이나 하는 변명이다.
주님 보기에 큰 교회가 아름답다”
그렇다.
화려하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건물과 노는 물이 다른 사교적인 모임.
이만하면 성공이라 평가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의 칭찬과 인정은 있지만 주님도 그러실지는 미지수이다.
어저면 오늘 거대주의의 그늘에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리셨던 주님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 초라한 행색으로는 그 아름다운 모임에 거부당하실지 모르겠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은 끝이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라고, 그저 조금만 더..’
그 밑터진 독을 채우기란 불가능하다.
이미 충분히 누리고 나눌 수 있음에도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미 그 자체가 재앙이다.
보이는 크기가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외형이 작아야 본질적인 것도 아니고 작아야만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겉모습이 크다고 타락하고 부패한 것도 아니다.
작은 것을 귀히 여기는 마음,
크기가 어떠하든지 그 본질을 놓치 않으려는 몸부림.
커질수록 작은 것은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기에
작다고 무시하지 않고 동등하게 귀히 여기는 마음이 아름답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주님,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지 않는 것이 내게 하지 않은 것이라 하신 주님.
하찮게 여길 그 작은 일에 충성한 자를 인정하시는 주님.
그 주님께서 작은 것도 아름답다고,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씀하신다.
작은 자의 변명이 아니라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려는 마음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덧붙임(postscript) *******
저는 하늘가족교회 목사입니다. 이 글은 지난 주일 하늘가족교회의 설교를 요약하거나 인용한 글입니다. 굳이 이렇게 밝히는 것은 글의 이해를 돕고 조금이라도 오해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종교적인 글을 읽으시는 분은 교인이거나, 혹은 종교에 비판적이거나, 아니면 마음이 넓으신 분입니다. 글을 읽는 대상 모든 분들이 교인이 아니기에 감안하고 쓰려고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글의 의도가 드러날 수 있고 그것이 각자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한 목사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보다’ 하시면 조금이라도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