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를 주무르면 온 몸이 따뜻해집니다 건강칼럼
2018.09.28 07:09 이길우 Edit
틈 나는대로 종아리를 주무릅시다/이길우 건강컬럼
한때 이만기씨는 천하장사의 대명사였습니다. 민속씨름판에서 그의 들배지기는 압권, 그 자체였습니다. 마치 모래밭에 심은 무우를 뽑듯이, 그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상대방을 힘껏 들어올려 허공에서 버둥거리게 한 뒤 모래판에 메다꽂았습니다. 생전의 어머니는 씨름 중계만은 놓치지 않고 보셨습니다. 두 장사가 샅바를 잡고 힘을 견줄 때부터 어머니는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승패가 결정날 때마다 어머니는 감탄을 하시며 씨름 중계에 몰입하시곤 하셨습니다. 특히 이만기 선수를 좋아하셨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은근한 미소, 그리고 천하장사가 될 때마다 모래를 두 손에 움껴 쥐었다가 허공에 뿌리는 그의 특유한 세레모니는 보는 이들을 통쾌하게 민들기에 충분했습니다.
» 탄탄한 장딴지는 온 몸에 혈액의 흐름을 좋게 만든다
이만기씨를 상징하는 신체부위가 바로 그의 터질듯한 장딴지입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장딴지는 아직도 푸짐한(?) 상태로 보는 이들을 감탄하게 만듭니다. 장딴지는 종아리입니다. 발목과 무릎 사이의 발 뒤쪽부분의 근육입니다. 장딴지가 탄탄한게 자리잡은 이들을 보면 무조건 건강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이 종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이만기씨가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자신의 장딴지
동물 가운데 종아리 근육이 있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합니다. 인간보다 잘 달리는 개나 고양이,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 등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의 다리에는 인간처럼 장딴지 근육이 없습니다. 잘 달리는 타조의 다리를 보더라도 다리의 힘을 더하기 위해 근육이 다리 중간에 발달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장딴지 근육이 잘 달리기 위해 발달한 근육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종아리의 비밀은 바로 인간의 직립에 있습니다. 인간은 네발 동물과는 달리 허리를 펴고 일어나 두발로 걷기 때문에 시야가 넓어지고 두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돌발 퀴즈. 왜 심장은 몸 한가운데 있지 않고 몸의 위쪽에 치우쳐서 자리를 잡았을까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을 온 몸에 골고루 보내려면 몸의 한 가운데, 예를 들면 위장의 자리나 배꼽 주변에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심장은 인간이 서 있을때 위쪽으로 3분의 1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두뇌에 많은 피를 보내주기 위해서 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외부의 감각을 인지하고 인체에 행동을 명령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뇌입니다. 세상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고, 말하게 만드는 것이 인간이 내부에 자리잡고 작동하는 컴퓨터, 바로 뇌입니다. 그래서 몸 전체의 40~50분의 1에 불과한 1400g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피의 15%를 소비합니다. 또 허파에서 받아들인 산소의 25% 정도를 소비할 만큼 에너지 사용이 큰 중요한 장기입니다. 이런 뇌에 신선한 피를 빨리, 그리고 충분히 공급해주기 위해 심장은 위쪽으로 올라붙게 진화했습니다.
인간이 서서 생활하며 닥친 문제가 하체로 내려간 피를 다시 심장으로 회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인력의 법칙 때문에 내려간 혈액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심장은 피를 내뿜는 근육과 기능이 있을 뿐 멀리 간 피를 회수하는 능력은 없습니다. 더구나 하체에는 우리 몸 혈액의 70%가 모여있습니다. 이 혈액이 제때 심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발달한 근육이 바로 종아리입니다.
종아리 근육이 힘을 써 혈액을 위로 올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아리를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즉, 상체의 혈류는 심장이, 하체의 혈류는 종아리가 맡게 된 것입니다.
걸을때 종아리 근육을 살펴 봅니다. 종아리 근육이 부풀었다가 가늘어졌다가 합니다. 종아리에 자리잡은 동맥 주변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합니다. 마치 우유를 짜듯이 종아리 근육이 작동하면서 아래로 내려온 혈액을 위로 올려보내 심장으로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이런 종아리 근육의 움직임을 ‘밀킹 액션’이라고 합니다.
이런 밀킹 액션이 활발해 지려면 당연히 종아리 근육이 발달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 전문적으로 보면 정맥 안에는 약 5㎝ 간격으로 혈액의 역류를 막기 위한 판막이 자리잡고 있어서, 강력하게 밀어올리는 힘은 더욱 필요하게 됩니다. 그 힘이 바로 종아리 근육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제 자신의 종아리를 한번 만져 봅시다. 탄력이 있나요? 고무공처럼 탱탱합니까? 따뜻하신가요? 마치 막 쪄낸 찹쌀떡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지시나요?
만약 탄력이 없고, 찬 기운이 느껴지고, 흐믈흐믈한 느낌이 온다면 당신의 혈액은 원활한 회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질병을 갖고 있거나, 멀지 않은 미래에 찾아올 것입니다.
겁이 나시나요? 주저하지 마시고 종아리를 문질러 봅시다. 1분정도만 정성껏 자신의 종아리를 문질러도 발끝은 따뜻해지고, 등에 서서히 온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종아리의 역할을 강조한 이는 일본의 외과의사 고(故) 이사카와 요이치 박사라고 합니다. 그는 30여년 전, 수술을 앞둔 환자의 몸에 링거액이 잘 흡수되지 않아서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 환자의 몸을 만져보니 유난히 종아리가 찼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아리를 주물러주니 종아리가 따뜻해지면서 링거액이 잘 흡수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뒤 그는 외과의사의 길보다는 종아리 마사지요법을 연구하는데 일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종아리 마사지를 잘해서 혈류를 개선하면 질병을 막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긴 것입니다. 결국 그는 생전에 많은 종아리 마사지 관련 치료 기록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는 종아리 마사지를 열심히 하면 심장과 신장의 부담이 가벼워져 혈압이 안정되고, 온 몸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잘돼서 노폐물이 원활히 배출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또 기초대사를 높혀 불필요한 지방이 쉽게 제거되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고, 세포를 젊게해서 노화를 늦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율 신경을 조절해서 불면증과 우울증이 사라지고, 뇌세포에 혈액이 잘 공급돼 머리가 맑아지고 치매도 예방된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종아리를 마사지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맙시다. 그냥 주무르면 됩니다. 물론 전문가가 하면 효과는 좋을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하는 종아리 마사지의 몇가지 원칙만 이야기 합니다.
» 스스로 종아리를 마사지해보자
아킬레스건부터 종아리 근육 쪽으로 밀어올려야 합니다.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낸다는 느낌으로 주무릅니다. 의외로 종아리를 움켜쥐거나 힘을 주어 문지르면 통증이 크게 옵니다. 종아리 근육이 굳어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힘을 주지말고 가볍게 문지르듯이 마사지를 시작합니다. 근육이 풀려지면서 기분도 좋아질 것입니다.
목욕을 했거나 족욕을 해서 종아리가 따뜻해진 가운데 마사지를 하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마사지를 하면 땀이나 소변이 잘 배출되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셔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호흡도 중요합니다. 복식호흡을 합니다. 손가락에 힘을 주며 종아리를 누를 때는 숨을 내쉽니다. 이때 배는 들어갑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손가락의 힘을 뺍니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합니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합시다. 아킬레스건도 마사지 해주고, 발목도 정성껏 돌려주면 모두 종아리 근육이 횔성화 됩니다. 그리고 따뜻해집니다. 온 몸이. 효과가 느껴지시면 주변의 가족들에게 종아리 마사지를 선물하십시요. 아낌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