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아도 항상 체한 듯 가슴이 답답하고 불면의 시간이 계속되며
술의 힘을 빌어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가도 새벽 두 세시가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집니다.
또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의 박동을 늦춰보기 위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호흡과 명상을 해봅니다……..그러나
순간 순간 치고 들어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있고 심장의 지나치게 빠른 박동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습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기 보다 자책이 앞섭니다.
도대체 이 나이가 되도록 뭘 했기에 겨우 이 정도의 일도 감당을 못하는가…..
도대체 이 나이가 되도록 뭘 하며 살았기에
막내 조카뻘 되는 아이와 얼굴이 뻘개지며 말다툼을 해야 하고 멸시를 당해야 하는가…..
끝도 없이 자책이 밀려듭니다.
겉으론 웃지만 까맣게 속이 타 들어가 많이 수척해진 집사람의 잠든 얼굴을 보면
온 몸의 피가 꺼꾸로 솟구쳐 머리가 터질것 같습니다.
……………………………
다시 호흡에 집중하고…..내려놓기………내..려..놓..기……………………..내……려…….놓……기
천천히 심장 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치밀었던 화도 내려갑니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저는 또다시 도대체 언제 끝날지 모를 압박을 견디며
껌과 사탕쪼가리들을 팔아야 하고 혹시라도 먼 발치에서 집 주인의 모습이 보이면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머털도사가 되겠지요.
돌이켜보면
제 삶의 흔적 곳곳에 작은 흉터와 상처야 무수히 많이 있겠지만,
살아오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내가 왜 이 가게를 선택했는지, 아니 내가 왜 캐나다 그것도 캘거리에 이민을 왔는지
이렇게 처절하게 후회한적은 없었습니다
남을 해하거나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지는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어찌해야 하는가?
제게는 아직도 도움을 줘야 할 자식이 있고
모국에는 매년 찾아뵈야만 하는 몸 불편한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기에
극단적인 생각이 스며들면 스스로를 타이르고 경계하지만
To be or not to be 가 항상 화두처럼 머리 위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