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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 종교문맹퇴치 40] 하느님 없는 기독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1320 작성일 2018-11-04 07:45 조회수 2342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은 불치병에 걸리거나, 사업에 실패하거나, 불행한 사고 등을 당하면 하느님의 큰 뜻이 있어서 나에게 교훈을 주려고 계획한 것이라고 자위하거나 맹신한다. 한편 극소수의 사람들은 불치병이 기적처럼 낫고, 사업이 잘되고, 무사고가 연속되면 하느님의 특별한 축복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간증한다. 이렇게 하느님은 인간의 불행과 행복을 멋대로 계획하고 조정하고, 기독교인들은 꼭두각시가 되어 바보들의 행진을 계속하는 촌극을 벌리고 있다. 왜 무엇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너그럽지 못하고 편협하고 옹졸한 그런 하느님을 멍청하게 믿는가? 현실적으로 그런 하느님의 기적은 복권당첨율 보다 더 희귀하고, 또한 죽은 후 천국행에 대해서 아무도 확실하게 모르는 데도 불구하고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인들이 만든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인 하느님을 무작정 믿는다. 이렇게 기독교인들이 맹신과 절대순종이라는 기만과 속임수(Deception)에 빠진 가장 큰 원인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해석하고, 교회가 만든 이분법적이고 상업적인 공식(교리)들을 억지로 암기하고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사에서 인간과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편애하고 심판하고 징벌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인류사회를 분단과 혼란에 빠트렸다. 오늘날 교회기독교가 맹신하는 만들어진 하느님은 인류의 통합과 평화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뿐만아니라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 하느님은 지난 1700년 동안 황금만능주의-성공주의-차별주의-배타주의-우월주의의 가치관을 조장함으로써 인종차별-종교차별-성차별-성적본능차별-빈부차별로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독제적인 통제와 탄압과 폭력을 휘둘렀다. 진노하는 무서운 하느님은 고대 경전들을 문자적으로 읽고 무조건 순종하는 믿음체계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만든 가짜 하느님이다. 그런 하느님은 과학을 무시하기 때문에 종교와 과학의 분리, 종교 내부와 외부 세상의 분리, 성속의 분리, 현세와 내세의 분리라는 망상에 빠져 인류사회의 밝은 미래를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부인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의 집 지구의 환경을 극심한 위기에 몰아 넣었다. 결론적으로 인류의 통합과 밝은 미래를 위해 이런 가짜 하느님은 필요없으며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오늘 기독교인들은 138억 년 우주 이야기에 기초한 우주진화 세계관을 인식하고, 고대 성서의 실상에 대해 정직하고 용감하게 밝힐 때가 되었다. 성서에 대한 비평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기독교의 핵심사상은 징벌과 보상을 조건으로 하는 하느님에 대한 복종 또는 내세에 대한 이분법적 구원론이 아니다. 이러한 교리는 후대 교회 지도자들이 우선은 자신들의 권력유지와 그 다음은 교회와 사원의 권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의 전체적인 정신을 무시한체 성서를 극히 부분적으로 특히 문자적으로 읽는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최근에 종교와 교육은 과학에 기초해야 한다는 과학자들과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삼층 세계관에 기초한 교리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들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자신들의 하느님 만이 유일하고 진실하다고 주장하는 보수적인 유대교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들은 경전의 절대적인 권위를 신봉한다. 그러나 경전 종교들의 치명적인 오류는 다른 종교들과 특히 세속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경전에 문자적으로 호소한다. 성서는 고통, 공포, 군사적 폭력, 대량학살, 인종청소, 피와 죽음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리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 지도자들은 이런 사실에 대해 모른체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뿐만아니라, 언급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성서의 말씀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심지어 살상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잔인하고 비극적인 전쟁을 축복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탄압하고 고문하고 처형하는 종교재판에도 성서 구절이 인용되었고, 유색인종, 여성, 유대인, 동성애자에 대해 가해진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도 성서가 인용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서가 테러와 악의 근원이 될 수 있는가? 예를 들자면, 성서의 처음 창세기부터 마지막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폭력적인 구절들을 무심코 지나칠 수 없다. 여기에 묘사된 하느님은 비인도적이고, 복수심이 강하고, 한 민족을 말살하는 잔인한 테러리스트이다. 창세기 6-7장에서 하느님은 노아의 홍수로 수백만 명의 어린이와 부모들과 수백만의 동물들을 수장시켜 몰살한다. 신명기 32-6, 71-2절에서 하느님은 가나안 (오늘의 팔레스타인) 지역의 주민들을 여인들과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수백만 명을 인종청소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은 미래의 하느님이 예수의 도움으로 온 세상의 수없이 많은 동물들과 인간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타오르는 유황불 속에서 죽게 한다.

 

직역적인 성서의 하느님은 부족적이고 편파적이고 이분법적인 잔인한 테러리스트이다. 그런 하느님은 우리의 가정과 사회의 화합과 평화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며 아낌없이 떠나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의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 밝히는 인간뇌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면, 하느님은 어느 특정 종교와 인종만을 축복하고 나머지는 징벌하는 테러리스트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따르면 파충류뇌는 생존과 번식과 식욕의 탐진치 기질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 신포유류뇌는 자아의식의 이성과 지성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대 유대교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원초적인 조상들인 성서 시대의 히브리 유랑민들은 비옥한 땅에 정착해서 살기를 간절히 원했으며, 땅을 차지하기 위해 가나안 땅의 기존 정착민들을 몰아낼 수 밖에 없었다. 인류조상들은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때로 살상과 폭력을 휘두르는 잔인함을 서슴치 않았다. 또한 인간의 본성으로 고대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폭력을 하느님의 명령으로 도덕적인 정당화를 창작했다. 다시 말해, 다른 부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우리의 신의 승리였으며, 신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다. 신은 항상 우리 편에 섰다. 고대 히브리인들이 성서를 기록할 때에 도덕적인 정당화 방식 이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역사에서 인간들은 자신들의 생존 수단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했을 뿐만아니라, 이것을 종교적으로 교리화하고 제도화했다. 그러나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도덕과 윤리는 자신의 생존을 정당화하는 부족적인 이기주의가 될 수 없다.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를 온 인류의 성스러운 이야기로 인식하면, 하느님은 성서의 기록처럼 잔인하고 이분법적일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성서를 폄하시키고,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삼층 세계관의 고대 성서는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으로 재해석해야 하느님의 참 의미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현대인들은 성서의 문자들 속에 보이지 않게 담겨있는 우주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소중하다. 첨단과학 시대의 하느님은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이고 전지전능한 남성 전투사가 아니다. 과학이 밝히는 우주 이야기의 하느님의 의미는 사랑, 정의, 평화, 생명이며, 온우주-통합적인 실제-궁극적인 실제-현실적인 실제이다. 우리에게 생존과 죽음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이 있는 한, 하느님은 고대 히브리인들의 테러리스트 하느님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우주 이야기를 인식하면 두려움과 욕심을 내려 놓을 수 있고,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필요없게 된다. 하느님이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주진화 이야기가 밝히듯이 20-30만 년 전 출현한 호모 싸피엔스 인간은 궁극적인 실제와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며 이것이 진화과정에서 드러났다. 인류사에서 인간은 각자 자신의 시대와 환경에 따라 궁극적인 실제에 대해 최선을 다해 표현하려고 한다. 또한 과거의 조상들의 체험을 재해석하여 오늘 자신의 생기와 지혜로 전환하고, 이러한 전승이 계속되어 후손들의 시대에 발전되기를 원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날 기독교 성서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들 즉 사회문제, 인종문제, 생명문제, 생태계문제, 기후변화문제를 성서의 직역주의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말씀은 성서에 기록된 문자들이 아니라, 인간들의 실제적인 현실과 삶에서 이성과 지성으로 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것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서가 소개하는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를 지금 여기 일상생활 속에서 현실적으로 체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은 오직 학교와 연구실의 점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삶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과학이 밝히는 우주진화 이야기는 더 이상 차겁고 냉냉하고 무미건조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우리의 성스러운 이야기로서 생기와 기쁨과 희망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우주와 친밀함을 느끼고 우리는 우주를 이루는 소중한 개체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과학이 밝히는 공개적 계시 즉 우주 이야기는 근본주의자들이 성서의 하느님을 문자적으로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선명하고 상식적이고 힘이 있는 하느님의 의미를 밝힌다. 도덕과 윤리의 개념도 더 이상 부족적 생존의 틀 안에서 이해되지 않고, 인간과 생명체들과 자연의 상호의존관계의 지구적 틀에서 이해된다. 인류사에서 인간은 시대변천에 따라 하느님의 이미지를 발전시켰다. 고대 경전들이 묘사하는 하느님의 모습은 당시로써는 최선의 은유적인 표현이었지만, 오늘 현대인들은 고대인들의 삼층 세계관적  은유를 우주진화 세계관적 은유로 전환하여 온전한 하느님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다. 

 

인습적인 기독교 신자들은 비현실적인 삼층 세계관의 하느님을 떠나 보내고, 오늘 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삶에 근거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포용해야 한다. 또한 교회기독교 내부에서 사람들이 만든 교리에 따라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문자적으로 믿는 잘못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내세적인 교리와 전통과 믿음의 경계 넘어 지금 여기에서 실천적으로 사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를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으로 재해석하여 인간의 본성과 생명의 의미를 바르게 인식함으로써 성서의 진실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현대인의 영성은 더 이상 고대 성서에 문자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말씀-계시-음성-뜻은 문자적인 경전이 아니며, 경전 안에 감금할 수 없다. 그대신 우리가 숨쉬고 활동하고 살아가는 138억 년 우주 이야기가 공개적으로 계시하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사실들로부터 성스러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깨닫고, 두려움과 욕심없이 자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21세기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경전은 우주의 통합적인 실제-궁극적인 실제-온우주-자연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오강남, 성해영.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북성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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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day1116  |  2018-11-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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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없는 기독교가 필요하다면...좋은 친목 단체를 만드시지..왜 교회 목사님을 하셨는지요?

SpeedJobs  |  2018-11-0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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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필자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항상 '캐나다 연합교회 은퇴목사'라고 밝히시는데, 이는 '캐나다 연합교회' 교리가 필자님의 글과 같았기에 '은퇴' 하시기까지 그곳에서 목회하셨는지, 아니면 교리가 기존 교회와 같은 교단이라면, 은퇴 후에야 비로서 이전의 목회의 삶을 후회하며, 이렇듯 본인 나름의 새로운 신앙관을 펼치시는 건지요? 캐나다 연합교회란 교단에 대해서 궁금해서 여쭙습니다.

늘봄  |  2018-11-0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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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맥길대학 종교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캐나다연합교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칼럼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이며, 20년 전문목회에서 행한 일요일 설교문들을 칼럼형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저는 신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성서근본주의자였습니다. 그러나 맥길대학에서 3년 간의 신학사 과정은 마치 사도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체험과 비슷합니다. 신학교 전과 후의 저의 신앙은 흑과 백의 차이입니다.

저의 칼럼들은 씨엔드림에 올리기 위해 새롭게 만든 글들이 아닙니다. 저의 20년 전문목회에서 이미 일요일 예배와 교육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내용들입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믿는 교단이 아닙니다.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는 교단도 아닙니다. 따라서 동성애자들과 성전환자들을 평등하게 존중합니다. 또한 부자가 되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병에 걸리고 교통사고 나는 것도 하느님의 징벌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필요없는 교회입니다. 하느님은 믿는 존재가 아니라, 사는 방식이고 표현입니다. 인간이 온전하게 자유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꿈과 요청을 하느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늘봄  |  2018-11-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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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연합교회의 웹사이트 (www.united-church.ca)를 보시면 연합교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는 캐나다의 역사입니다. 다시 말해, 연합교회는 캐나다의 정체성인 다원주의와 상호복합문화를 신학과 신앙의 핵심으로 합니다. 연합교회는 예수의 신성을 믿지 않고, 역사적 예수의 정신를 구체적으로 살아내려고 합니다. 또한 진보적인 교회이지만 인내를 갖고 보수적인 교인들을 포용합니다. 연합교회 내부에서는 이단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나와 다르면 이단으로 정죄하는 교회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연합교회는 세상과 분리되지 않고,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려고 합니다. 따라서 인종차별, 종교차별,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빈부차별 등의 이분법적 교리와 믿음을 배척합니다. 무엇보다 과학과 종교를 분리하지 않고, 생태계가 죽어가는 기후변화를 모른체 하지 않습니다.

늘봄  |  2018-11-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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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씨엔드림 신문에 올랐던 기사를 소개합니다. 어느 교민께서 캐나다연합교회에 대해 올린 글입니다. 대단히 정확히 연합교회를 소개했습니다.

https://cndreams.com/news/news_read.php?code1=2345&code2=1&code3=280&idx=-2439&page=0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9년 전에, 그것도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라 새로 이민오신 분들 중에는 모르시는 분 역시 많을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소개해 드립니다.

캐나다 연합교회(The United Church of Canada)의 어느 목사님 이야기 입니다. 캐나다 연합교회는 이 나라 최대 개신교단(등록교인 수 약 2 백 80 만 명, 소속교회 약 4 천 개) 입니다. 이 교단은 1988년 동성애자 목사안수 인준(당시 총회장은 한국계 이상철목사)에 이어1997 년 총회장 Bill Phipps 목사의 기자회견사건으로 북미 사회에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Bill Phipps 목사는 토론토 대학 Law School을 나온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시카고 대학 Theological School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안수를 받은 분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뉴욕과 시카고의 빈민가에서 빈민운동에도 참여했었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인종차별 철폐운동도 함께 했습니다. 그는 1997년 8월, 캐나다 연합교회의 제36대 총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총회장이 된 후 그는 몇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개신교 목사로서의 일종의 신앙고백을 했습니다. 문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Ottawa Citizen과의 회견 외에도 Fellowship Magazine의 Gail Reid 와의 회견에서는 교회의 비전과 관련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 했던 그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I believe Jesus lives in people's hearts and did from the moment of that Easter experience.” “저는 예수가 우리의 마음 속에 부활해 살아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I don't believe that in terms of the scientific fact. I don't know whether those things happened or not. Actually, I'm far more open to strange things happening and all that kind of thing than I used to be. I think it's an irrelevant question.” “그러나 저는 그의 육체적 부활이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고 믿지 않으며, 그런 사건이 실제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따지는 건 의미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I think it’s the height of arrogance to claim that a particular group of people (Christians) know the only way to God.” “ 예수를 믿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생각은 특정 종교집단의 문화적 교만에서 비롯된 사상입니다.” “The fundamental truth to me in the biblical story is that God loves us and the world unconditionally, and part of that unconditional love is, for Christians, it was that unconditional love was poured into the person of Jesus.” “제가 이해하고 있는 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이 없는 무한하신 사랑이며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그 일부의 형태가 예수라는 한 인간을 통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 중요한 것은 예수에 대한 종교적 교리가 아니라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질병 가난 전쟁 억압 등으로 고통 받는 형제들과 같이 하는 것입니다”(종합 발언 요지) Phipps 의 기자회견이 보도되자 마자 북미의 보수 기독교계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시끄러워졌습니다.

정작 캐나다 보다는 미국의 보수 기독교계가 더 시끄럽게 비난하며 떠들어 댔습니다. 그들은 Phipps목사의 다른 말들은 몽땅 거두절미한 채 그가 ‘예수의 신성과 육체적 부활’을 부정했다는 것만 물고 늘어지며 Phipps의 총회장 자진사퇴 또는 강제 경질을 주장했습니다.

신앙심 깊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평소 교회에 별로 관심이 없는 캐나다 국민들도 이때만큼은 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저명인사였던 이 거대교단의 새로 임명된 총회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온통 주목했습니다. 북미의 보수교회들은 연합교회 교단의 총회장 경질이 당연한 것처럼 연일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언론도 이 교단의 General Council이 총회장 경질을 불가피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1997년 11월 22일과 23일 양일(총회기는 21일부터 4일간)에 걸쳐 소집된 교단의 General Council이 격렬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85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총회장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은사(unique gift)를 존중(respect)하고 이에 감사(gratitude)한다면서 그의 발언과 입장에 대한 지지를 선포한 것입니다. General Council Member들의 개별 기자회견 내용 중 하이라이트입니다. “……He had provoked an important discussion moving us into a serious discussion of who Jesus Christ is, on the meaning of Jesus Christ in the modern world.” “……총회장은 중요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대사회에서 그리스도 예수가 갖는 의미에 대해 보다 심오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했다.”

캐나다 연합교회는 이미 오래 전에 다양성과 교인 각자의 신앙의 자유를 선포하고, 각각 새로운 시대와 문화적 특성에 맞게 신앙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명실상부한 북미의 대표적 진보교단으로서 캐나다 연합교회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캐나다 국민들을 비롯한 북미전체의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습니다. 대다수국민들은 Phipps목사의 발언 자체보다, 사건화한 이 발언에 대한 캐나다 연합교회의 용기 있는 수용조치를 높이 평가하고 지지해 준 것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한심한 사양산업으로만 생각했던 교회를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일부 보수적인 교인들이 이 교단에 소속된 교회들을 떠난 것은 사실입니다. 반면 이 사건은 교회 내외의 대중에게 변화하는 교회의 모습을 각인시켜 보다 젊고 진보적인 층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교회를 젊어지게 하고 한층 역동적이게 만든 ‘선교’의 기능을 하기도 했습니다

Bill Phipps의 임기 중 캐나다연합교회는 교회가 지난 세기 원주민 학교(Residential School)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행했던 학대와 폭력에 대해 공식사과 했습니다. 그리고 원주민에게 행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선교행위가 타 문화에 대해 무지했던 시대에 행해진, 기독교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번(198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인정했습니다. 캐나다연합교회의 모범적인 행동들은 캐나다 연방정부와 의회의 정책 모델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방정부가 19 세기와 2차 대전 중 일부 소수민족 그룹에 행했던 잘못된 행정조치 및 정책들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수행한 것, First Nation(원주민)에게 공식 사과 한 것, 교토협약에 캐나다가 가입한 것, 협박에 가까운 미국의 이라크전쟁 참전 강요에 연방정부가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한 것,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 것 등의 이면에는 이 캐나다를 대표하는 개신교단이 한 정신적 지도그룹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997년 Bill Phipps사건이 그 동안 대학의 종교학과와 신학과 강의실 안에서나 다루어져 왔던 민감한 종교담론들을 급격하게 일반 평신도들에게 대중화시킨 계기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평신도들이 성서비평학적 관점에서 성서를 주제로 한 해석상의 제반 문제들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공개 토론할 수 있는 문화는 이 교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이런 문화는 새 세기 들어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종교적 패러다임 변화에 관한 제반 쟁점들에 대해서도 목회자들이나 평신도들이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하게 신앙적 고민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항상 연구하고 질문하는 교회, 그래서 현재진행형인 하나님의 계속되는 창조행위에 보조를 맞추어 따라 붙으려고 열심히 뛰어가는 교회, 이런 예쁜 교회의 모습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현(sarnia@hanmail.net)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7/7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6 CNDream. All rights Reserved

신문발행일: 200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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