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 박후기
늦은 밤
눈내리는 포장마차에 앉아
국수를 말아먹는다
국수와 내가
한 국자
뜨거운 국물로
언 몸을 녹인다
얼어붙은 탁자 위에서
주르륵
국수그릇이 미끄러지고,
멸치국물보다
싱거운 내가
나무젓가랏의 가랑이를 벌리며
승자 없는 싸움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부침개처럼
술판이 뒤집어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막차가 도착하기 전
미혹에 걸려 넘어진 마음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
시집,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 창비. 2009.8 > 中에서
1968 경기도 평택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3〈작가세계〉신인상에「내 가슴의 무늬」
外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06 제24회 신동엽창작상 受賞
詩集으로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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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이란 참으로 처연(凄然)한 것이라는.
이 시를 감상하니... 더욱, 그런 느낌.
비애로운 삶이 담긴 쓸쓸한 풍경이
포장마차와 <오버랩 Overlap>이 되어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질 것 같다.
하루 종일, 생존경쟁에 시달리다가
늦은 퇴근길에 뜨거운 국물의 국수 한 그릇을
심호흡처럼 들이키는 정경(情景)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옆 자리의 질펀하니 벌어진 술판에...
어찌, 그라고 해서 하루의 피곤을 달래줄
술 한 잔 생각이 없겠는가.
막차의 걱정에
소주 한 잔마저 망설여지는 마음.
무엇을 위한 추스림인가.
결코, 그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리라.
(그를 기다리는 가족...)
처연한 분위기가 시 전체에 퍼져 있음에도,
그 속에 따뜻한 인간의 온기(溫氣)를 품고 있음이
느껴진다.
고단한 삶의 기반(基盤)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直視)하면서도, 배경으로 자리하는
그 어떤 따뜻한 서정성도 아름답게 돋보이는
시 한 편이란 생각...
- 희선,
야간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