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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1408 작성일 2018-12-02 05:37 조회수 2418


국수 / 박후기 늦은 밤 눈내리는 포장마차에 앉아 국수를 말아먹는다 국수와 내가 한 국자 뜨거운 국물로 언 몸을 녹인다 얼어붙은 탁자 위에서 주르륵 국수그릇이 미끄러지고, 멸치국물보다 싱거운 내가 나무젓가랏의 가랑이를 벌리며 승자 없는 싸움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부침개처럼 술판이 뒤집어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막차가 도착하기 전 미혹에 걸려 넘어진 마음 다시 일으켜세워야 한다 시집,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 창비. 2009.8 > 中에서 10943_5296_4239.jpg 1968 경기도 평택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3〈작가세계〉신인상에「내 가슴의 무늬」 外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06 제24회 신동엽창작상 受賞 詩集으로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等 ------------------------------ <감상 & 생각> 이따금,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이란 참으로 처연(凄然)한 것이라는. 이 시를 감상하니... 더욱, 그런 느낌. 비애로운 삶이 담긴 쓸쓸한 풍경이 포장마차와 <오버랩 Overlap>이 되어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질 것 같다. 하루 종일, 생존경쟁에 시달리다가 늦은 퇴근길에 뜨거운 국물의 국수 한 그릇을 심호흡처럼 들이키는 정경(情景)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옆 자리의 질펀하니 벌어진 술판에... 어찌, 그라고 해서 하루의 피곤을 달래줄 술 한 잔 생각이 없겠는가. 막차의 걱정에 소주 한 잔마저 망설여지는 마음. 무엇을 위한 추스림인가. 결코, 그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리라. (그를 기다리는 가족...) 처연한 분위기가 시 전체에 퍼져 있음에도, 그 속에 따뜻한 인간의 온기(溫氣)를 품고 있음이 느껴진다. 고단한 삶의 기반(基盤)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直視)하면서도, 배경으로 자리하는 그 어떤 따뜻한 서정성도 아름답게 돋보이는 시 한 편이란 생각... - 희선, 야간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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