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세계는 하느님이 6일 동안 창조한 것이 아니다. 아담과 이브는 실존했던 사람들이 아니다.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 아니다. 예수는 동정녀에게서 태어나지 않았다. 예수의 몸은 십자가에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예수는 물 위를 걷지 않았으며, 물을 포도주로 변형시키지 않았다. 세상의 종말과 최후심판과 예수의 재림은 없다. 성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수학공식 암기하듯이 문자적으로 읽고 맹신하는 교리책이 아니다. 성서에 기록된 그런 이야기들은 예수의 정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성서는 역사적 예수 즉 만들어지지 않은 평범한 인간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통해서 새로운 하느님의 의미를 깨달아 앎으로써 암흑과 같은 절망 속에서 희망과 용기와 기쁨을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을 선포한 책이다. 다시 말해, 성서는 예수를 보면 마치 하느님을 보는 것과 같다고 고백한 기록이다. 따라서 예수와 하느님은 믿어야 하는 교리적 존재가 아니며, 성서도 믿어야 하는 교리책이 아니다. 예수와 하느님과 성서는 살아내어야 하는 삶의 방식이고 표현이다.
필자는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다. 성서의 핵심은 예수의 신성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내가 불신자이며 이단적이며 무신론자라고 공격하지만, 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 기독교인이다. 기독교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맹신하는 종교가 아니다. 나는 기독교를 다시 살기기 위해 종교문맹퇴치와 성서문맹퇴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의 핵심은 성서를 새롭게 다시 읽고, 초자연적인 하느님과 만들어진 예수를 떠나 보내고, 역사적 예수를 되찾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인들에게 구원의 길이며, 참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이다. 무엇보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전쟁과 테러를 막을 수 있으며, 인종차별 종교차별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빈부차별을 추방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죽어가는 생태계를 다시 살릴 수 있다. 오늘 초자연적인 하느님 없는 기독교가 절실히 필요하다.
기독교 성서가 21세기 인류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명쾌하고 선명하게 답하지 못하고, 교회가 쇠퇴하고 죽어가는 가장 큰 원인은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문자적 즉 직역적으로 읽고, 무작정 믿는 과거의 패러다임 즉 성서근본주의 때문이다.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 따라서 기독교의 종교체제와 교회를 성서근본주의에서 해방시키려는 예수 세미나 (www.westarinstitute.org)의 역사적 예수 신학자들은 예수가 사용한 유대인의 모국어인 아람어, 고대 성서 저자들이 사용한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북아프리카의 초대 기독교 문서들의 콥틱어(고대 이집트어), 그리고 로마제국의 라틴어 정도는 능숙하게 번역하며, 고고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종교학 현대과학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수준의 학자들이다. 이 학자들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현대과학을 무시하고 하느님을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 왜곡하는 근본주의의 모순을 밝히기 위해서 초대 기독교 문서들을 학문적으로 연구하여 역사적 예수의 말과 행적을 탐구한다. 다시 말해, 1세기에 원초적인 예수의 정신과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의 신학과 신앙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정직하게 밝히려고 한다.
역사적 예수 신학자들의 성서 연구에 따르면 참 사람 예수는 제자들에게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깨달음의 참 인간으로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요한 3장, 마태 5장) 그러나 예수가 로마제국의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후, 예수의 기적을 문자적으로 믿었던 사람들은 생존의 두려움과 고통 때문에 예수의 정신을 따라 깨달음의 참 인간으로 사는 불편한 길을 포기하고 죽은 후에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가서 영원히 잘 사는 안일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역사적 예수는 지구 위에 참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자는 현세주의자였는데 후대의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정신과는 정반대로 내세주의자들이 되었고 이분법적인 종교체제를 강화했다.
기독교인이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는 길에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을 왜곡하는 성서 근본주의이다. 성서 근본주의는 축자영감설과 무오설을 주장하면서 성서의 하느님의 의미를 크게 왜곡시켰을 뿐만아니라 역사적 예수를 하느님으로 둔갑시켰고, 교회를 세상의 도피처와 천당가는 문으로 변질시켰다. 성서 근본주의는 참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가증시켰다. 따라서 기독교인이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는 길은 성서 근본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성서 근본주의에 용감하게 저항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다윈, 프로이드, 포이에르바하, 니체, 본훼퍼, 아인슈타인, 그리고 20세기의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축자영감설과 무오설에 근거한 이분법적인 성서 근본주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적용할 수도 없고, 인류가 이 세상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갈 곳도 없다고 선언했다. 다시 말해, 기독교 교회는 호모싸피엔스 인간의 본능적인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의 원인에 대해서 정직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천당/지옥, 축복/징벌의 이분법적 교리는 인간의 본능인 상상력과 창조력과 자율성과 잠재력을 무시하거나 죽일 수 없다. 예수가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너희가 나를 보았으면 너희는 아버지를 본 것이다’라고 말한 하느님과의 일체성은 교리적인 성육신의 언어 즉 예수의 신성이 아니라, 예수의 인간성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육신(成肉身)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성이 외부로 드러나는 참 인간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하느님 안에 살고 하느님이 내 안에 사는 것을 깨닫는 참 인간의 모습이 성육신이다.
사람들이 옷을 입을때 단추구멍이 잘못 끼워진 것을 발견하면 모든 것들을 풀어놓고 첫 번째 단추구멍부터 다시 끼우는 것처럼, 현대 기독교인들은 2000년 전에 갈릴리 해변가를 거닐던 역사적 예수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역사적 예수가 참 인간과 하느님과 생명과 세상에 대해서 깨달은 것이 기존 종교체제가 강압적으로 주장하는 이분법적 교리들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하게 분별해야 한다. 역사적 예수를 되찾는 것은 성서 근본주의에서 해방되어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는 길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고대인들은 제한적인 어휘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하느님 체험을 은유적으로 기록했다. 따라서 21세기의 기독교인들은 고대인들이 삼층 세계관에서 기록한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으면 그들의 깨달음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과학의 양자 우주관에서 은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지금까지 오랜세월 동안 고정관념으로 지니고 있던 성서에 대한 오래된 렌즈 즉 과거의 패러다임의 이분법적 교리를 용감하게 내려놓고, 새로운 렌즈 즉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명의 의미, 하느님의 의미, 예수의 의미, 교회의 의미, 인간의 의미를 이해하면 생존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참 인간으로 행복하고 만족스럽고 자유하게 살 수 있다.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기원, 호모싸피엔스 인간의 진화, 성서 형성과정, 그리고 성서 정경과정을 이해하면 성서 근본주의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이것은 기독교인의 신학과 신앙에 필수적이다.
<오래된 렌즈 - 과거의 패러다임> <새로운 렌즈 - 새로운 패러다임>
인간성: 원죄 (태어나면서부터 죄인) 원복 (인간의 본성과 존엄성)
죽음: 하느님의 징벌 우주의 시작
성서의 저자: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려 준 인간들이 내면의 하느님을 밖으로 드러낸
하느님의 작품 인간들의 작품
성서의 해석: 문자적 직역 은유적, 시적 해석
성서의 기능: 교리와 도덕의 계시 깨달음과 삶의 길잡이
하느님: 믿어야 하는 하늘 위에 초자연적, 가슴으로 느끼고, 이성적으로 깨닫는
물질적, 인격적 존재 (실재)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현실 (실제)
예수: 인간의 몸으로 하늘에서 갈릴리의 현자, 개혁가, 신비가
땅으로 내려온 하느님
신앙과 삶: 죽은 후의 내세가 목표 현세에서 이웃과의 관계가 목표
이분법적 구원론 만인구원론
하느님과 보상관계- 죄/회개/용서 하느님과 신뢰의 관계 - 조건없는 사랑과 축복
타 종교들: 배타주의 – 우월주의 - 차별주의 다원주의 - 상호문화주의
우주론: 삼층적 확실성의 우주 (천국, 땅, 지옥) 진화론적 불확실성의 우주
세계관: 삼층 세계관 우주진화 세계관
뉴톤의 세계관 – 시계와 같은 기계 아인슈타인의 세계관 – 하나의 생명의 망
육체와 영혼 이원론 육체와 영혼은 분리할 수 없음
물질세계와 영의 세계로 분리 이 세계 이외에 다른 세계는 없음
과거의 패러다임은 원초적인 기독교 전통이 아니라, 지난 1-2 백 년 사이에 생겨난 현대의 산물이다. 사실상, 지난 백여년 동안 과거의 패러다임은 많은 사람들을 양육했다. 많은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위로를 받고 사랑과 연민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21세기에 과거의 패러다임을 강요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 호모싸피엔스 인간은 본능적인 이성과 지성과 감성을 온전히 조화시키는 독특한 생물종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깨달으면서 진화하는 생물종이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종교체제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떠나보내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마커스 보그는 자신의 저서 <기독교의 심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기독교는 성서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물론 기독교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그 하느님은 성서가 말하는 하느님이며 성서가 가리키는 하느님이다. 하느님은 또한 다른 방식으로도 그리고 다른 종교에서도 알려지고 있는데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성서의 하느님 즉 역사적 예수가 깨달은 하느님의 의미가 삶의 중심이 되어 사는 것이다. 이 사실은 기독교인이 다른 종교인들과 비종교인들을 배척하는 표지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정체성의 표지이다. 성서는 기독교인들에게 거룩한 경전이며, 성스러운 이야기이다. 그러나 성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어버렸다. 지난 20세기 후반에 교회를 떠난 기독교인들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성서 때문에 떠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성서를 보는 방식이 그들에게 더 이상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성서 문자주의는, 성서가 문자적으로 틀림이 없다는 무오설, 성서가 문자적으로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 그리고 성서가 문자적으로 도덕적이며 교리적으로 절대적이라는 주장을 강조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로운 렌즈로 성서를 새롭게 읽으면,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예수의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수는 종교체제에 의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불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참 인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우쳐주고 자신이 참 인간의 모습으로 살았다. 기독교인이 되는 목적은 예수가 깨달은 것처럼 ‘참 인간’이 되기 위한 것이며, 기독교인으로 사는 목적은 참 사람 예수가 산 것처럼 참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예배는 참 인간이 되어 참 인간으로 사는 준비이고 훈련이다. 예배는 인간이 외부에 있는 하느님에게 무엇을 바치고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하느님을 느끼고,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어 하느님의 실제(實際 Reality)를 몸과 마음으로 드러내어 참 인간으로 사는 길이다. 예배는 자연과 인간과 생명을 통해서 몸과 마음으로 우주적인 비전과 통합적인 진리를 깨달아 아는 것이다. 예배는 인간의 두려움과 고통과 절망에서 용기와 기쁨과 희망을 되찾는 것이다. 따라서 예배는 교리를 암송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고,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늘을 쳐다보고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숨쉬고 먹고 마시고 사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서를 중심으로 삼는 기독교는 원초적으로 이 세상이 멸망하기를 기다리는 종교가 아니라 이 세상을 위해서 빛과 소금이 되는 종교이다. 기독교는 죽은 후에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천당으로 올라가기 위한 내세의 종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순간의 영원함을 몸과 마음으로 사는 현세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을 믿는 무당종교가 아니라, 참 인간성을 회복하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하느님으로부터 축복과 보호를 받는 이기적인 종교가 아니라, 인류에게 하느님의 손과 발이 되는 희생적인 종교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으로 선하게 사는 것은 보상심리로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을 더 많이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독교인과 하느님과의 관계는 사심으로 가득한 필수조건이행과 보상의 거래관계가 아니다.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은 하느님의 의미를 신뢰하고 하느님을 살아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건없는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사심없어 베푸는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믿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의 종교이고, 기독교인이 되는 목적은 천국가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잘먹고 잘살기 위한 것도 아니며, 오직 깨달음의 참 인간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람답게 살기 위한 것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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