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 기독교인들이 문자적으로 읽고 맹신하는 신약성서는 진짜 원본이 아니라 가짜 사본이며, 그것도 무수한 사본들 중에 의도적으로 극소수를 선별해서 수정첨삭으로 왜곡해서 편집한 책이다. 불행하게도 성서 원본들은 실종되어 오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서 원본들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실종된 원본들이 수백년 동안 필사되고 변질되고 또한 다른 언어들로 번역되어 오늘의 성서가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역사적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며, 자신을 믿지 않으면 천벌을 받고 지옥에 떨어진다고 주장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예수를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숭상하는 신약성서 사본들은 후대에 만들어진 가짜들이다. 참 사람 예수를 성상에 앉혀 거기에 엎드려 절하고, 예수를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으로 변신시킬 수 없다. 이런 행위는 예수를 모독하는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일이다.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는 하느님을 믿는 내세적인 종교가 아니라, 세속적인 세상에서 온갖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참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탐구하는 현세적인 종교이다. 예수의 신성과 성서의 절대적인 권위 때문에 지난 1700년 동안 세계 도처의 수많은 사람들은 인종차별, 종교차별, 빈부차별, 성차별 등의 제국주의적인 탄압으로 암흑 속에서 사람답지 못하게 살았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신약성서에 대한 옳바른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
신약성서의 중심 인물인 예수의 언어는 글자가 없는 아람어였으며, 예수는 아람어로 가르치고 그의 가르침은 고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 예수가 직접 자신의 가르침을 기록하지도 않았으며, 처음 성서 원본 저자들이 얼마나 예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전달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실종된 원본은 오랜 세월동안 수없이 많은 필사자들에 의해 제멋대로 변개되어 수없이 많은 사본들이 만들어졌고, 계속해서 사본에서 사본으로 복사판들이 여기저기에 떠돌아 다녔다.
예수가 살아있을 때는 물론 죽은 후, 신약 성서가 아직 기록되기 전에, 예수의 가르침과 예수의 삶의 이야기들이 여러 지역에 구전으로 유포되었다. 예수 전승들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달될 때에 이야기꾼들의 능력에 따라서 첨가와 삭제와 편집을 통해서 다양하게 발전되었다. 결국 신약 성서는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들에서 발전된 예수전승들의 모음집이다. 예수전승이란 예수라는 인물을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하느님으로 숭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깨달음과 가르침 그리고 예수가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몸소 살았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신약 성서는 예수의 인물론이나 자서전이나 역사책이 아니라 예수의 깨달음과 정신에 감동된 사람들의 새로운 삶과 신앙의 고백서이다. 예수가 죽은지 약 20-30년이 지난 후, 예수를 직접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예수 전승들을 수집하고 편집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론 27권의 신약 성서는 구약 성서와 마찬가지로 한 두 사람이 단번에 완성한 단행본이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약 성서 원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수 백년 동안 많은 필사자들에 의해서 베껴진 서로 다른 수많은 사본들만이 남아있다.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신약 성서는 많은 사본들 중에 주관적으로 선별한 극소수의 모음집이다. 또한 신약 성서시대에 유대인들의 모국어는 아람어와 히브리어였지만, 성서는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기록되었다. 결국 현대 신약 성서는 원본도 아니고 수많은 사본들 중에 소수이고 또한 번역서이기 때문에 축자영감설과 무오설은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또한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으면서 하느님의 절대적인 계시라고 주장하는 것도 큰 잘못이다. 하느님의 말씀과 뜻은 책이나 문자들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기록된 문자들이 담고 있는 보이지 않는 메시지이며 열린 가슴으로부터 들리는 미세한 하느님의 음성이다. 물론 성서 저자들은 이것을 하느님의 영감이라고 고백했다.
신약 성서를 보면 마치 표면적으로는 아무 의미없이 여러 가지 다른 색깔의 무늬들이 어지럽게 섞여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신중하게 보면 서서히 삼차원의 그림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신약 성서는 저자들이 다양한 전승들을 수집하고 편집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만든 책이기 때문에 삼차원 방식으로 보아야 겉으로 보이는 문자들 뒤에 가려진 심오한 메시지가 표면으로 드러난다. 또한 성서읽기 방식은 고고학적이고 지질학적인 발굴작업과 대단히 흡사하다. 문자들 이면에 여러 층들로 뒤 덮여있는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것이 성서를 다시 새롭게 읽는 방법이다. 우리가 원하는 보물은 문자들 위에 그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삼차원 방식으로 읽는 것을 성서비평학(Criticism)이라고 하며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의 주류 교단의 신학교에서 필수과목에 들어간다. 위키백과는 성서비평학에 대해서 이렇게 소개한다. “성서비평학은 근대 서구 신학계에서 등장했으며, 한국 교회에서는 1957년에 장공 김재준 목사에 의해 소개되었다. 오늘 기독교 근본주의적인 신학교가 아닌 이상에야 신학교에서 가르칠 정도로 성서비평학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한성서공회에서도 한글성서번역을 할 때에 필사자들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든지 하는 목적으로 사본에 추가한 즉, 원본에 없는 문장을 빼고, 그 자리에 '절없음' 표시와 '어떤 사본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라는 각주를 적거나, 괄호 처리함으로써 본문 비평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존중하고 있다. 복음주의 신학계에서도 일부의 학자들은 성서비평학은 성서를 옳바르게 해석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게 하는 건전한 성서읽기라고 이해한다. 보수적 복음주의 또는 성서근본주의의 입장은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에 근거하여 성서비평학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https://ko.wikipedia.org) 그러나 성서비평이 3백년 이상 지속되어온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일반 교인들에게 가르치지 않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며 이것때문에 현대 기독교가 성서 근본주의에 빠져 쇄퇴해가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다. 성서비평은 전문적인 학자와 목사들의 독점물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성서보는 렌즈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약 성서 27권의 순서는 쓰여진 연대순이 아니다. 신약 성서의 책들을 가장 먼저 쓰여진 순서대로 살펴보면, 진짜 바울이 데살로니카전서, 갈라디아서, 고린도전서, 빌레몬서, 빌립보서, 고린도후서, 로마서를 썼고, 이후에 복음서 저자들과 가짜 바울들이 진짜 바울의 신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거나 아니면 반동적으로 썼으며, 쓰여진 순서는 다음과 같다: 마가복음서, 야고보서, 골로새서, 마태복음서, 히브리서, 요한복음서, 에베소서, 요한계시록, 유다서, 요한일서, 요한이서, 요한삼서, 누가복음서, 사도행전, 데살로니카후서, 베드로전서, 디모데전서, 디모데후서, 디도서, 베드로후서. 이렇게 신약성서 27권이 쓰여진 순서를 아는 것은 성서를 이해하는데에 대단히 중요하다. 쓰여진 순서대로 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뒤에 쓰여진 책들은 먼저 쓰여진 책들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과거의 메시지들을 발전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가 죽은 후, 100여년 동안 다양한 저자들은 신약성서 원본들을 각기 다른 환경에서 기록했고, 수 백년 동안 필사자들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원본들 또는 사본들을 베껴 수많은 사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현대 성서는 책들마다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이것들은 성서무오설의 주장을 무색케한다. 예를 들자면, (1) 마가복음서 2장에서 “...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라는 구절은 구약 성서의 사무엘상 21:1-6을 인용한 구절인데 다윗왕 때의 대제사장은 아비아달이 아니라 아비아달의 아버지 아히멜렉이었다. 성서가 일점일획도 가감할 수 없고 문자적으로 무오하지 않다면 이것은 모순이다; (2) 마가복음서(14:12, 15:25)에서 예수가 유월절 식사를 한 후에 십자가에 달렸다고 말하지만, 요한복음서 (19:14)는 유월절 식사 전에 예수가 숨을 거두었다고 말한다; (3) 누가복음서(2:39)의 예수 탄생 이야기는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 갔다가 겨우 한 달 후에 나사렛으로 돌아와 정결예식을 행했다고 말하는 반면, 마태복음서(2:19-22)는 이집트로 피신했다고 말한다; (4) 갈라디아서(1:16-17)는 바울이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서 회심을 체험한 후에 사도들을 만나기 위해 예수살렘으로 가지 않았다고 말한 반면, 사도행전(9:26)은 바울이 예루살렘에 간 것은 바울이 다마스커스를 떠난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5) 마태복음서 (5:31-32)는 절대로 이혼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모세의 명령(신명기 24:1)은 이혼증서를 주라고 한다.
신약성서의 중심인 예수는 문자가 없는 아람어로 말했으며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심지어 예수의 제자들 중에 누가 그를 수행하면서 기록하지도 않았다. 당시의 문맹율은 98%이니 어쩌면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글을 쓸 줄 몰랐을 것이다. 예수가 죽은 후, 예수에 대한 전승들(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독특한 형태로 유포되었다. 성서 저자들은 들려지는 다양한 예수 전승들을 수집하고 편집했으며 이미 기록된 문서들을 인용하고 자신들의 주관적인 견해를 삽입했다. 신약 성서는 마치 여러 다른 지층들이 쌓이고 또 쌓이듯이 첫 이야기 위에 또 다른 이야기들이 첨가되어 새롭게 쓰여지고 또 다른 이야기들이 그 위에 쓰여진 책이다. 물론 각 층들은 독특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성서를 볼 때에 일부분을 편협적으로 보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큰 그림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네 복음서를 하나의 복음서로 그리고 복음서과 바울 서신을 혼합시켜서는 안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약성서 시대의 일상적인 언어는 그리스어가 아니라 아람어와 히브리어 즉 셈족의 언어(Semitism)였다. 초대 기독교인들 중에 당시 세계를 통제하던 로마제국의 공용어 그리스어를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며(사도행전 6:1), 1세기 말 경에 이방인 기독교인들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그리스어가 신약성서의 공인어처럼 되었다. 다시 말해, 성서인물들의 언어는 아람어와 히브리어였으나 이것이 그리스어로 번역되어 신약성서 원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성서원본은 현존하지 않고 수 백년 동안 많은 필사자들에 의해서 수없이 많은 그리스어 사본들이 만들어졌다. 고대 사회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의 원본을 한 자 한 자 필사하여 사본들을 만드는 것이 당시의 출판 방법이었다. 원저자의 원본을 첫 번째로 필사하는 사람은 아무리 조심한다해도 정확하게 필사하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사본의 사본으로 필사할 때의 정확도는 훨씬 떨어진다. 더욱이 현재처럼 좋은 펜과 종이와 컴퓨터가 있던 시대도 아니었으며 필사의 환경은 대단히 열악했다. 무엇보다도 필사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과 상식과 세계관을 삽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떤 필사자는 다음 필사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멋대로 개정하고 삽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점일획도 가감할 수 없다는 경고를 삽입했다.
참고로, 주후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군대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기 전까지 유대인 기독교인들은 유대교 의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주후 85년에 잠니아 회의에서 유대교 지도자들은 기독교인들을 유대교에서 추방했다. 이때부터 기독교와 유대교는 별다른 종교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독교인들은 유대교 성서(구약)를 자신들의 거룩한 책으로 생각했으며, 기독교 교회는 구약성서를 히브리어로 읽지 않고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 역(Septuagint)을 읽었다.
결론적으로, 초대 기독교인들의 모국어는 아람어와 히브리어였으며, 이 언어들로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신약성서 원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고대 유대인들의 모국어를 세계 공용어인 그리스어로 번역한 신약성서 원본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성서의 원초적인 언어도 아닌 이방인의 언어 즉 그리스어 성서의 수많은 사본들 만이 남아있다.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신약성서는 수 백년 동안 필사자들에 의해서 베껴진 수많은 사본들 중에서 선별적으로 채택한 소수의 모음집이다. 이러한 사실은 성서 근본주의의 축자영감설과 무오설과 문자주의의 모순을 명백하게 밝혀주고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만든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교리의 노예가 되기 보다는 예수의 정신에 따라 깨달음의 참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살아야 하고, 이 길은 성서 근본주의에서 해방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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