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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기사) 달콤한 유혹, 캐나다 아이스와인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11498 작성일 2019-01-01 19:07 조회수 2735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75

추운 겨울, 아내와 단둘이 달콤한 여행을 떠났다.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를 소개한다.


●포도나무 한 그루를 담은 와인


겨울이면 포도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과육의 당도가 높아진다. 때문에 이곳의 포도 수확은 12월 중순부터, 늦게는 3월까지 기다렸다가 영하 8도 이하로 떨어진 한밤중에 이루어진다. 포도 속 수분이 얼어 있는 상태에서 압착했을 때만 비로소 100% 순수 포도즙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세게 누르면 얼음이 녹거나 부서져 당도가 떨어지고, 압착이 약하면 과육의 양이 줄어든다. 이렇게 힘들게 얻어진 순도 100% 포도즙은 컨테이너에 담겨져 발효실로 옮겨진다. 당이 알코올로 발효되는 과정을 거쳐 여름을 넘기면 달콤하고 향긋한 아이스와인의 모습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보통 아이스와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도는 비달과 리슬링 품종이다. 비달은 포도 알맹이가 충분히 익더라도 쉽게 줄기에서 떨어지지 않아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와인을 생산하는 데 효과적이다. 독일 아이스와인에 주로 쓰이는 리슬링은 열매가 여무는 시점이 10~11월 사이로 늦어, 높은 산도와 당도를 함유하게 된다. 비달과 리슬링의 특징인 두꺼운 껍질이 겨울철 차가운 온도로부터 과실을 보호해 아이스와인을 만드는 데 제격이다. 나무 한 그루에서 나오는 아이스와인의 양은 보통 375ml로 한 병 분량이다. 


아이스와인의 유래는 1794년 독일 프랑코니아(Franconia)에서 만든 ‘아이스바인(Eiswein)’으로부터 시작된다. 독일에서 시작된 뿌리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나이아가라 반도의 기후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아이스와인용 포도를 영하 6도에서 수확하는 반면, 캐나다는 법적으로 영하 8도에서 수확하게 돼 있다. 즉 과육의 당도가 절정일 때만 수확이 가능한 셈이다. 게다가 리프 와이너리는 영하 10~11도에서 수확한다고 하니, 시작부터 달콤함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 넌 누구냐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는 트웬티 밸리(Twenty Valley),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 나이아가라 폴스(Niagara Falls)에서 열리는 행사를 통칭하는 축제로, 매년 1월에 개최된다. 캐나다 정부는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VQA(Vintners Quality Alliance) 협회를 만들었는데, 제시한 기준을 통과한 와인만이 라벨에 VQA를 표시할 수 있다. 온타리오에서 포도 원산지인 아펠라시옹(Appellation)을 표기하는 지역은 나이아가라 반도를 포함해 세 지역뿐이다.

 

●이 축제 어때요? 

트웬티 밸리 겨울 와인축제 Twenty Valley Winter Winefest

트웬티 밸리 와인축제는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 가운데 가장 먼저 열린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9년 전, 그 후 취재차 방문했던 때가 벌써 4년 전이다. 세월은 흘렀는데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여행객들은 두터운 점퍼와 털모자를 두른 채, 와인을 음미하고 있었다. 수다를 떨기도, 라이브 음악에 맞춰 몸을 가볍게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이 얼마나 정겨운 풍경인가. 변한 것은 딱 하나, 바로 축제 중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토큰 값이다. 21CAD를 내고 토큰 7개를 받았으니 하나에 3CAD인 셈. 매년 토큰 모양이 바뀌어 해가 지나면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 토큰은 해마다 필요한 만큼 사서 쓰는 게 정답이다.

행사장에 우뚝 선 이정표를 보며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줄이 긴 부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상 손님이 많은 곳의 와인은 손해 볼 확률이 현저히 낮은 법이니까. 그곳에서는 몹시 추운 독일의 겨울에 원기 회복이나 감기 예방을 위해 마신다는 글루바인(Gluhwein)을 판매하고 있었다. 북미에서는 뮬드 와인(Mulled wine)으로도 통한다.


레시피를 잠깐 공유해 보자면 리슬링 와인 2병과 제각기 다른 형태로 자른 레몬과 오렌지, 여기에 작은 시나몬 스틱 2개와 클로브 5개, 카다멈 포드 1~2개, 마지막으로 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넣고 30분간 은근히 끓이면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글루바인이 완성된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아이스와인 축제


나이이가라 온 더 레이크 아이스와인 축제는 무려 23년 전부터 개최되었다. 총 26개의 와이너리에서 수금(Liquid gold)이라고 불리는 아이스와인을 판매한다. 트웬티 밸리 축제와 마찬가지로 토큰으로 아이스와인과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자투리 여행인 만큼 서둘러 디스커버리 패스(Discovery Pass)를 이용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서 가까운 와이너리부터 방문했다. 디스커버리 패스는 축제에 참여한 와이너리 중 8곳을 방문해 맛볼 수 있는 바우처를 포함한다. 나이아가라 아이스와인 축제 홈페이지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1인당 45CAD.


와인을 마실 때 고려해야 할 필수요소 4가지는 좋은 와인과 음식, 잔 그리고 사람이다. 와인과 음식, 잔은 와이너리에서 내주었고, 옆에는 아내가 있으니 필수요소는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그러니 맛이 없을 리가. 축제 홈페이지에서는 각각의 와이너리가 어떤 와인과 어떤 음식을 조화롭게 맞춰서 내놓는지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그중 우리 부부는 펠러(Peller Estates Winery), 리프(Reif Estates Winery), 웨인 그레츠키(Wayne Gretzky Estates Winery) 그리고 필리터리 와이너리(Pillitery Estates Winery)까지, 총 4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Winery


펠러 와이너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과 주방장이 만든 아이스와인 마시멜로의 조합에 끌려 펠러 와이너리를 찾았다. 2015년산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은 레드 와인도 아닌 묘한 빛깔을 뽐낸다. 백설기 모양을 한 마시멜로는 입 속에서 아이스와인의 달콤함을 배로 증가시킨다. 와이너리 뒷마당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 위에서 마시멜로를 구워 냈다. 아내와 함께 아이스와인을 곁들이며 따스한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리프 와이너리
리프 와이너리는 클라우스 리프(Klaus W. Reif)가 운영한다. 이곳은 오래된 포도밭에서 생산된 비달 아이스와인과 애플 아이스와인 소스를 입힌 통돼지 바비큐 포르케타가 매력적이다. 연한 돼지고기와 바삭한 돼지껍데기 샌드위치 한 입을 베어 물고 비달 아이스와인을 마시는 순간,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2016년산 비달 아이스와인만 마시면 독할 정도로 달지만, 포르케타와 함께 삼키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마치 나와 아내의 궁합 같더라. 찰떡궁합 말이다.
 


웨인 그레츠키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웨인 그레츠키’가 오너로 있는 양조장이다. 1999년 은퇴를 결정한 그의 등번호 99번은 ‘NHL’ 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었다. 와이너리 뒷마당에는 아이스링크장이 있어서 5달러를 내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는 2015년산 카베르네 프랑 아이스와인과 더블 초콜릿 아이스와인 컵케익을 선보였다. 따스한 히터바람에 언 손을 녹이며 아이스와인을 홀짝거렸다. 10달러만 내면 아이스와인과 컵케익을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웨인 그레츠키 와이너리는 위스키도 만든다. 
 
 


필리터리 와이너리
<와인 스캔들>이라는 책에서 캐나다 아이스와인 중 서머힐, 랭, 필리터리가 가장 유명한 회사라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특히나 필리터리 와이너리의 아이스와인 맛을 기대했다. 비달 아이스와인과 캐러멜라이즈 양파, 토마토 잼, 바삭한 프로슈토 햄, 그리고 고트 치즈 크럼블을 얹은 미트볼 슬라이더가 먼저 나왔다. 슬라이더는 미니 햄버거를 뜻한다. 이곳의 아이스와인은 기대만큼 맛이 좋았다. 하지만 미트볼 슬라이더와의 궁합은 그저 무난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 아이스와인 한 병을 구입해 왔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냉장고에 있던 미니 소시지 빵을 구워 같이 곁들였는데 유독 쓴 맛이 많이 느껴졌다. 혹시 슬라이더의 짠맛 때문은 아닐까, 가끔은 ‘단짠’의 조화가 어울리지 않을 때가 있더라. 

 

출처 : 트래비 매거진(http://www.tra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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