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도널드 J 트럼프에 대한 국가반역행위및 간첩혐의에 대한 수사가 FBI 와 뮬러특검에 의해 각각 진행되어왔음이 NYT 취재팀의 탐사보도에 의해 어제 공개됐다.
이 보도가 나오자마자 백악관은 길길이 뛰고 있다.
보도 직후 싸라 허깨비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이 폴리티코에 제공한 성명을 통해 제임스 코미 해임 이유에 대한 해묵은 변명을 또 다시 늘어놓았지만, 정작 사태의 본질인 러시아 커넥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래 두 MSN 링크 중 첫번째는 NYT 보도고 두번째는 폴리티코 보도다)
수사관계자들이 NYT 보도팀에 제보한 정보에 따르면 이 수사는 지난 2017 년 5 월 9 일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가 트럼프에 의해 해임된지 며칠 후부터 시작됐다.
FBI 수사와는 별도로 뮬러특검 역시 이에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싸르니아가 1 년 7 개월 전인 지난 2017 년 6 월 9 일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미국사태'라는 글을 통해 이미 트럼프 혐의의 본질이 '간첩행위'라는 합리적 추정을 한 바 있다.
당시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미국사태의 심연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핵심은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가반역혐의'다."
2017 년 6 월 9 일은 제임스 코미가 해임된 후 한 달 후 쯤이며, 미 연방수사국이 트럼프 러시아 커넥션의 본질이 국가반역 및 간첩행위라는 점에 대한 의미있는 정보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극비수사를 시작한 지 몇 주일 후였다.
'그러므로 내 말이 또 맞았다'고 주장하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전혀 아니다. 내 추정이 맞았는지에 대한 진위여부는 아직 가려지지도 않았다.
FBI 는 대선 전인 2016 년 부터 트럼프 후보 관계자들이 러시아와 모종의 관련을 맺고 있다는 첩보를 근거로 내사에 착수한 바 있으므로 당시부터 미국정세를 주목해 온 사람이라면 2017 년 6 월 그 시점에서라도 얼마든지 트럼프의 혐의가 국가반역 및 간첩행위일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사태의 관전포인트는 트럼프가 러시아 간첩이냐 아니냐 따위가 아니다.
그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간첩행위자일 수는 있으나, 그런 건 지극히 부수적인 변두리 이슈일 뿐이다.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이거다. 미국의 기존주류, 즉 the conventional establishment (자유주의 + 국제주의 + 개입주의 동맹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트럼프 지지세력 (미국국가주의 + 고립주의 + 대안우파 동맹세력) 사이에 벌이지는 이념논쟁과 정치투쟁이 트럼프의 파면과 기소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충돌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주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으로서, 또는 미국 대외정책 향배에 사활적 운명이 좌우되다시피하고 있는 나라들의 시민으로서 미국국내사태에 대해 어떤 시각과 태도를 가지는 게 온당한가를 각자 결정하는 것, 이게 관전포인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분나쁜 말 일 수도 있지만, 미국은 '그냥 외국' (another foreign nation) 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나라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매우 특별한 나라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대외정책에선 별 차이가 없던 2016 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시민이 아니더라도 미국 공식권력의 향배는 남의 일일 수 없다. 다만 미국 국내사태에 대해 어떤 시각과 태도를 가지던 그건 개인의 선택일 뿐 누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참고로 현재 미국을 지배하는 파워는,
비록 대안우파와 국가주의자들이 백악관을 접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자 (the conventional establishment)에 압도적으로 쏠려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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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가 지난 2017 년 6 월 9 일 올렸던 '생각보다 심각한 미국사태'의 링크와 전문이다.
사건의 동기는 설명하고 있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충돌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참고만 하시기 바란다.
https://cndreams.com/cnboard/board_read.php?bIdx=1&idx=10096&category=&searchWord=clipboard&page=4
가상적국의 대통령을 상대로 한 러시아 연방보안국의 역대급 첩보공작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었다.
러시아는 자기들의 공작망에 포위되어 있던 미국인들 중 한 명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뜻밖의 행운을 얻기는 했지만,
재수없게도 그 미국인이 턱없이 지능이 모자란 나머지 붕신같은 행동을 연발하는 바람에 안정된 고정간첩 대통령으로 안착시키는데는 결국 실패했다.
트럼프 간첩단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인들이다.
미국은 이 사태로 인해 1776 년 독립이래 일찌기 경험한 적이 없었던 특대형 개망신과 함께 비극적인 분열의 수렁으로 들어섰다.
NYT 칼럼니스트 David Brooks는 트럼프의 죽음의 행진이라고 묘사했지만, 사실 이 죽음의 행진은 이제 3 억 3 천 만 미국인 전체의 슬픈 행진길이 됐다.
앞으로 이 사태를 처리하는 그들의 능력과 선택에 따라 제국은 멸망할 수도 있고 더 강한 제국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싸르니아는 이 사건을 '트럼프 간첩단 사건'이라고 부르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러시아와 특별한 관계가 없었던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후보시절부터 그토록 러시아를 감싸고 돌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이 사건이 출발했다.
무슬림 입국금지나 국경장벽 같은 얼토당토 않은 미친소리들에 가려져 있었던 이 불가사의한 의문에 해답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정보수사기관들이었다.
의문을 수사대상으로 격상시킬만큼 충격적인 정보자료들이 CIA-중앙정보국과 DNI-국가정보국 첩보망에 걸려들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이 정보들은 단일 첩보망이 수집하여 보고한 것 뿐 아니라, 영국의 정보기관 출신 러시아 전문가가 운영하는 우수한 사설정보회사와 각국 정보기관에서 활동하는 이중스파이들에 의해 교차확인되면서 그 정확성과 신뢰도가 인정되었다. 이 충격적인 정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FBI-연방수사국에 넘겨졌고, 연방수사국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자기 나라를 방문하는 미국의 유력인사들에 대해 여러가지 형태의 정보수집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미국의 첩보망은 그들대로 러시아 연방보안국과 그 방계 첩보조직들이 벌이는 대미공작의 실체를 상당부분 파악하고 있는 중 이었다.
트럼프 사태의 발단은 2013 년 모스크바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시작됐다.
미국 정보기관의 다시에이 (Dossier) 에 등장하는 여자가 헝가리 출신 미스 유니버스 카타 사르카 뿐이었는지, 아니면 직업여성들이 더 있었는지, 이들이 미국 유력인사들을 미인계로 유인하여 약점을 포착하는 공작원들이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트럼프를 알게 되어 그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성관계 파트너 사이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트럼프 러시아 커넥션 수사의 가장 중요한 촛점은 트럼프 대선인맥과 러시아 고위관료들 사이의 부적절한 접촉 같은 피상적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니었으며,
문제의 발단이 된 리츠 칼튼 호텔 사건과 관련되어 러시아 정부기관과 도널드 트럼프 개인 사이에 주고받은 협박과 굴복의 거래내역이 수사의 핵심표적이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파트너 사이에서 벌어진 성관계는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매우 'salacious' 한 것이었고 이 변태적 성행위에 대한 영상정보를 러시아 정부가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이 연방수사국의 확신인 것으로 보인다.
연방수사국의 관심은 도널드 트럼프와 여성 파트너들이 벌인 salacious 한 성관계가 아니라, 여기에 대한 영상정보를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당국과 몇 년 후 대통령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와의 사후 협박과 거래내역이 무엇이었는가였다.
'리츠 칼튼 호텔 사건과 이 사건에서 비롯된 트럼프와 라시아간의 거래내용을 밝혀낸다'는 명백한 수사목표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플린 같은 주변 인맥의 러시아 커넥션을 공개적인 수사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두 가지 였을 것이다.
첫째 수사목표가 미국의 명예와 이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추잡무도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서 공식적인 수사대상으로는 삼을 수 없고,
둘째, 수사목표를 부동의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2016 년 말 시점에서는 미국 첩보기관과 수사당국 역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목표에 대한 공개없이 대통령 당선자 주변으로부터 접근해가는 귀납적 수사가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츠 칼튼 호텔 사건으로 약점이 잡힌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부당거래 커넥션' 수사 정보가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이때부터 제임스 코미 국장에 대한 트럼프의 개인적 접촉과 무리한 수사중단 압력이 시작되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연방수사국장으로 부터 캐내고 싶었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연방수사국의 수사가 리츠 칼튼 사건으로 까지 연결되는지 여부였을 것이다.
자신이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질문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 자신이 수사대상이라면 그 수사의 최종 목표는 그가 가상적국에 약점이 잡힌 비자발적 스파이로 지목되는 것을 의미한다.
제임스 코미가 '도널드 트럼프 당신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는 그가 대통령이라서가 아니라,
수사책임자 이전에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조국이 파멸적 망신을 당하는 것만큼은 막고 싶다는 정치적 의사표명이었을 것이다.
이런 정치적 의사표명을 해석할 지력이나 지능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작자는 마이클 플린에 대한 수사중단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에만 분통을 터뜨리며 연방수사국장을 덜컥 잘라 버렸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온 나라가 '죽음의 행진'을 시작하게 만드는 파멸적 망동을 대통령의 신분으로 자행한 것이다.
미국사태의 심연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핵심은 '대통령의 사법방해'가 아니라 '대통령의 국가반역혐의'다.
미국의 정보기관들과 연방수사국은 나라의 명예를 위해 애당초 리츠 칼튼 호텔 사건과 러시아 커넥션 사태의 고리를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연결 고리는 도널드 트럼프 장본인이 스스로 연결해 놓았다.
기절을 할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2017 . 6. 9 23:00 (MST) sarnia(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