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보로봄봄 봄 봄
가제트
매년 느끼는 거지만 캘거리에 상륙하는 봄 군대는 당나라 군대를 닮은 듯이 어수선하게 왔다가 흐느적대며 떠난다.
내가 지금까지 지켜본 그 상륙 작전의 전체적인 진행은 대체로 이렇다.
상륙 본진은 보통 3월 중순 혹은 4월 초에 작전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본진이 오기 전인 1월부터 3월까지특수 부대인 시눅팀이 서너 차례, 많으면 대여섯 차례 침투하는데 이 팀이 특공대인지 훈련병으로 구성된 것인지 헷갈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당나라 군대답게 미리 예고를 하고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로키 동장군이 지휘하는 막강한 겨울 군대를 우습게 보고는 무작정 진격을 하다가 맥없이 전멸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가끔 훈련이 잘된 특공대가 급습해서 며칠을 버틴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영하(零下) 대대가 한니발처럼 로키산맥을 넘어오면 눈 깜빡할 새에 바람처럼 사라져버리곤 했다.
올해는 캘거리 동장군 부대가 마음먹고 전투력을 강화한 해여서 그런지 특공대는커녕 수색대조차 보기 힘들었다. 캘거리 동장군의 점령 기간이 꽤 길었고 잔인했으며 레지스탕스의 반격이 거의 없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다가 3월 초에 와서야 비로소 소규모 백병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승전보가 자주 전해지더니 중순에 이르러 시눅 장군이 이끄는 봄 군대의 본진이 캘거리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새벽에는 끈질긴 동장군 특수부대의 기습이 자주 벌어졌다. 봄 군의 보초병들은 당나라군대라는 별명에 금이 가지 않게 숨거나 도망가다가, 정오 무렵 대대 병력이 도착해서야 겨우 반격을 하곤했다. 그것도 태양광을 앞세운 인해전술로……
봄 군은 늘 허약해 보였고 맥없어 보였다. 이런 꼴을 하고 상륙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캘거리 동장군 부대가 조금만 매서운 바람으로 공격을 해도 우수수 나가떨어지기 일쑤였고 눈을 타고 내려오는 공수 부대와의 전투에서는 전멸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이라고 했던가. 혹은 순리라고 하였던가. 로키산맥으로 후퇴하는 캘거리 동장군 부대가자주 목격되었다. 잔류 병사들은 기습적인 유격 활동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조만간 봄의 깃발을 꽂고 승전고를 울리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당나라 봄 군대의 놀기 좋아하는 습성이다. 매사가 태양을 앞세운 인해전술이다 보니, 전투에서는 그 위력이 발휘되다가도 전투가 없을 시에는 그 쪽수와 습성이 자주 시빗거리가 되었다.
오늘 새벽에도 소대 규모 전투의 총소리가 문틈을 통해 싸하게 들려왔었다. 아침에 나가보니 시눅군의 승리의 흔적과 패잔병의 시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깨끗하지 못한 사후 처리였다. 얼룩진 얼음 시체들을 한곳에 모아두지 않고 여기저기 방치한 채 놔둔 바람에 그사이를 비켜 가다가 결국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오른쪽 어깨와 넓적다리 그리고 종아리에 번개가 내리꽂힌 것 같았다. 옆에는 늘어진 패잔 얼음이 줄줄 흘러가면서 바지를 적시고 있었는데, 아! 하필 이때 봄의 1대대가 당나라 행진 가를 부르며 나타날 게 뭐람.
당다라당당 당 당 당다라 당당당. 이러니 맨 날 이기고도 박수는커녕 비난만 자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전투는 아직 진행 중인데 이 당나라 군대는 군악대를 앞세우고 행진 가를 늘어지게 부르고 있다. 힘차게 불러도 봐 줄까 말까 한데, 이렇게 부상자가 눈 앞에 보이는데도 저따위로 연주를 한단 말인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지만 어쩌겠는가? 태양 빛은 대대적으로 낙하하고 있고 얼음물은 졸졸거리며 행진하고, 나무들은 녹색의 전투 복장으로 봄바람에 살랑거리며 봄보로 봄봄을 흥얼거린다. 나도 일어나 그 행진에동참해야 하지 않겠는가? 당나라 군가 대신 제대로 된 봄 행진곡으로 말이다.
어깨는 뻐근, 다리는 욱신, 몸은 기우뚱, 발은 절뚝이며 부르는 봄의 상륙 축하 행진곡!
봄보로 봄봄 봄 봄 봄보로 봄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