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거짓말에 알고도 속아 넘어가는 게 ‘명작’이다. 개선문도 명작이다. 데카당스 한 분위기 속에서 허무적 이미지를 선사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 개선문.
파리는 내게 혁명의 도시로서 파리 갈 때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지식으로 혁명의 흔적을 찾아 다니지만 개선문에 오면 죠안과 라비크의 이룰 수 없는, 불안한 망명자 생활에 사랑 조차 할 수 없는 절망적 삶이 떠올라 카페에 앉아 칼바도스를 주문한다. 압상트를 주문할 때도 있다.
숫기가 없어 남에게 사진 찍어 달라는 소리도 못해 혼자 여행 다니며 인증 샷을 남기지 못하는데 그날은 카페가 한가했다. 웨이터가 칼바도스를 가져 오길래 “사진 한 장 찍어 주라” 그래서 모처럼 개선문 앞에서 칼바도스 잔을 들고 인증 샷을 날렸다. 사실 인증 샷은 중요한 게 아니다.
The square was nothing but darkness. It was so dark that one could not even see the Arc de Triomphe. 소설의 마지막 구절이 그 시대가 암흑의 시대 절망의 시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