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녀는 천주교 신자로서 자기가 다니는 성당 신부와 결혼을 했다. 우여곡절이 많으나 그 이야기는 본질도 아니고 너무 사연이 길어 생략하는데 하여튼 신부는 파계를 하고 능력녀와 재미진 결혼생활을 했다.
능력녀의 술수와 능력은 선거 때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능력녀는 선거가 다가오자 능력 발휘를 시작했다. 부러운 게 없는 능력녀지만 한가지, 신부를 파계 시켰다는 게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다. 아니면 자격지심이라고 할까 .
선거에는 두 사람이 나왔다. 정직남과 사기놈의 대결이었다. 나쁜 짓 하는데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사기놈을 상대하려면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같이 술수로 대결해? 상대가 사기술로는 워낙 고수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 보다는 정직남이 회장이 되어야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정직남이 너무 고지식해서 뜻대로 움직여 줄지는 모르지만.
정직남과는 같은 성당 다니는 처지라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다. 능력녀는 정직남을 만났다. “우리 남편에게 신부님 이라고 한번만 불러주면 내가 15표 몰아줄게.”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15표면 핵 폭탄급 파괴력이다.
그러나 고지식한 정직남은 “내가 회장 못해서 환장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신부도 아닌 사람에게 어떻게 신부라고 부른단 말이요? 그만 가보시오.” 능력녀는 무안만 당하고 물러설 사람이 아니다. “그래? 네가 회장을 하나 두고 보다.”
능력녀는 15명에게 지령을 내렸다. “이번 투표에는 무효표를 찍는다.”
평소에 밸도 없고 소신도 없는 무리들이야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능력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지만 그래도 명색이 이사장이고 이사라는 위인들까지 로봇처럼 능력녀의 지령에 따라 투표장에서 모두 무효표를 던졌다.
무효표 15표… 회장 선거이래 이렇게 많은 무효표도 처음이었다. 투표 결과는 사기놈이 7표 더 많았다. 정직남이 한번만 ‘신부님’ 소리해서 15표가 왔으면 당선 되는 건데. 그러나 버스는 이미 떠났고 죽은 자식 거시기 만지기다.
그런데 회장에 당선되려면 총 투표 수의 과반수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무효표를 포함 시키니 아무도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무효표를 빼고 계산하니 사기놈이 과반수를 넘긴다.
선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사장은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당선자 없음을 선포하고 재선거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회가 끝나고 다들 집에 가는데 현 회장인 횡령놈이 자기편 사람들에게 “집에 가지 말고 기다리라.” 횡령놈은 회원 몇 십 명 모아 놓고. “회장은 전반적인 모든 것을 총괄하기로 되어 있으니 선거 사무도 회장의 업무다. 회장으로서 사기놈이 당선 되었음을 선포한다.”
뼈 없는 연체동물처럼 줏대 없이 이리 흐느적 저리 흐느적거리는 이사장도 회장이 자기 고유권한을 무시하고 월권행위를 하자 이사회를 소집하여 “회장이 월권을 했으니 탄핵하자.” 탄핵은 총회에서만 할 수 있으니 회장을 탄핵하려면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