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미국 현지서 숙환으로 별세…향년 70세
1974년부터 대한항공서 근무, 그룹 성장 견인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 IATA 등 활발한 활동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8일 대한항공측에 의하면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건강상 문제로 로스앤젤레스 뉴포트비치 별장에 머물러 왔으며 로스앤젤레스 한 병원에서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임종을 지켰다고 확인했다.
또한 대한항공측은 운구 및 장례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으며 조 회장의 사망에 대한 미확인 추측이 제기되자 ‘폐질환’이 사망 원인이라고 추가적 확인도 발표했다.
조 회장은 1949년 인천에서 대한항공 창업자인 조중훈 회장 장남으로 태어나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녀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등 1남 2녀를 뒀다.
인하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인하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조 회장은 국내·외를 통틀어 조 회장 이상의 경력을 지닌 항공·운송 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업무에 필요한 전 부서들을 두루 거쳐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45년 이상 걸어온 전문가다.
조 회장은 1974년 중동전쟁으로 1차 오일쇼크로 국내경제가 심하게 뒤 흔들리던 시절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이 후 연료비 부담으로 미국 최대 항공사였던 팬암과 유나이티드항공이 수천명 직원을 감원하던 1978년부터 1980년 2차 오일쇼크는 당시 국내 유일 국적기 회사였던 대한항공을 직격했다.
하지만 조양호 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줄일 수 있는 원가는 줄이되 시설과 장비 가동률을 높여 불황에 호황을 대비하는 선택을 했고 이는 오일쇼크 이후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대한항공 측은 전했다.
또한 1997년 외환 위기 당시에도 자체 소유 항공기의 매각 후 재 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했으며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보잉737NG(Next Generation) 주력 모델인 보잉737-800 및 보잉737-900 기종 27대 구매 계약 체결한 점도 계약금 축소에 기여했다.
조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으며 2009년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내최초 동계올림픽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 회장은 세계 항공업계에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스카이팀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항공업계 내 조 회장의 위상이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가 올해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하는 동인이 됐다는게 한진그룹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1999년부터 맡았던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으며 한진과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았고 진에어,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한편 조양호 회장 부인과 세 자녀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항공 오너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으며 이런 여파로 조 회장도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사건은 그의 별세와 함께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앞서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연임 문제와 관련해 여론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피해 조용히 명목상의 회장 직함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경영쇄신 방안 등을 내놓는 등 ‘표대결’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항공업계 리더’로서의 면모를 지키고자 했던 조 회장은 지난 달 27일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찬성 64.1%로 부결 되면서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의 별세가 알려지자 장 초반 한진그룹 주가는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조 회장 사망과 이에 따른 상속 등이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