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진화 과정중에 양서류 때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이걸 청개구리 심보라고 한다.
청개구리 심보를 지금도 완전히 내버리지 못했지만 그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태국에 있을 때인데 태국 북부, 라오스와 버마 국경지대는 현대 문명이 닿지 않는 오지였고 악명 높은 마약산지였는데 미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남들 안 가는 그곳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그 때는 외국인은 태국에서 라오스, 버마를 육로로 갈 수가 없었다.
체크 포인트에서 외국인 출입을 막는데 그런다고 못가는 게 아니다. 그 당시에는 베트남도 한국인에게는 못 가는 나라였으나 그런다고 못 가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가 작동해 골든 트라이 앵글을 비롯해 버마 라오스를 몇번 다녀 왔는데 볼 꼴 못 볼 꼴도 많이 봤고 당하기도 했다. 신문에 날 뻔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날 뻔 한 건” 괜찮다. 안 났으면 된 거지.
원래도 외국인들이 못 가는 곳이기도 했지만 대사관에서도 한인회나 여행사 통해 가지 말라고 공문이 내려온다. 더구나 산악부족들끼리 갈등이 생겨 무력분쟁이라도 벌어지면, 소규모일지라도 위험하니까 가지 말라고 통보가 온다. 그래도 가는 사람은 간다. 대사관에서 일일히 쫓아 다니며 말릴 재간이 없다.
여행 중 잘못되어 위험에 처하면 나라에서 구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여행이 되었건 탐험이 되었건 모험이 되었건 일체의 위험부담은 본인 책임이다. 그러하고 해서 제3자가 남의 일에 이러쿵 저러쿵 할 건 아니다.
이번에 아프리카 여행 중 테러분자들에게 납치 되었다 풀려난 인질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여행지를 택하는 건 당사자 판단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인간 본능 중에 하나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풀려난 인질들은 자기들 구하기 위해 죽은 프랑스 군인들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평생 괴롭고 빚진 마음으로 살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