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매체가 보도를 하지 않고 있거나
보도를 했더라도 알아듣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작은 소리로 중얼중얼 우물우물하고 넘어 간 '화요일의 사변'에 대한 이야기다.
갈수록 하는 짓들이 가관이다.
마치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 보는 것 같다.
중국의 숨통을 끊으려고 칼을 빼어든 트럼프-아베-모디의 극우동맹 이야기다.
모디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인디아 수상 나렌드라 모디를 말한다.
인디아-태평양 전략의 군사적 핵심축은 Quad Meetings 4 개국인 미국-일본-인디아-오스트레일리아다.
Quad Meetings의 견인차는 미일동맹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일동맹이란 전후에 생성된 전통적의미의 미일동맹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한 미일극우동맹을 말한다.
주적은 물론 중국이다.
중국이 주적인 핵심적 이유는
그들이 세계의 부를 쓸어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체제와 문명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미국이 스스로 고백했다.
이런 주장 겸 고백을 한 사람은 Kiron Skinner 라는 이름을 가진 흑인여성이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이다.
중국압살론과 반무슬림, 국경장벽을 밀어부치고 있는 작자는 Stephan Miller 다.
백악관 선임고문인데, 유대인이다.
오늘의 미국을 내부로부터 분열시키고,
밖으로는 전쟁을 선동하고 있는 주인공 두 명이 백인주류출신이 아닌 소수계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어제 버락 오바마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의미심장한 연설을 했다.
'Dark Age'(암흑시대)에서 캐나다 시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치 말 것을 당부했다.
2 년 동안 세상이 너무 변해 버락 오바마의 이름조차 잊어버린 분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제 44 대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이 날 오바마는 오타와 Canadian Tire Centre에서 연설하면서 '암흑시대' 와 '역사의 후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단지 정세흐름을 빗댄 은유가 아니라,
지난 주 벌어졌던 구체적 사건을 명시해서 풍자한 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월 28 일 화요일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는 오바마가 표현한 암흑시대,
그 출발의 편린을 보여 준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대사변이 벌어졌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일본 해상자위대 이즈모급 호위함 카가호에 승선했다.
성조기와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카가호 함상 착륙장에 헬리콥터편으로 도착한 트럼프-멜라니아 부부를 아베-아키에 부부가 500 여 명의 미일동맹군 장사병들과 함께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그 날 트럼프는 카가호 함상에 오르기 전, 같은 해군기지에 정박 중이던 자국의 강습상륙함 USS Wasp 에 올랐을 때 약 25 분간의 연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This has been a truly amazing and unforgettable visit to Japan. Melania and I are profoundly greatful to their majesties the new emperor and empress great honor of their first state guest that was big honor for our country.
...... 멜라니아와 나는 새 천황폐하 내외분께 충심어린 감사를 드리며, (저희 부부가 폐하 즉위 이후 황실의) 첫 공식내빈이 된 것은 우리나라(미국)에게도 크나큰 영광입니다.
영국왕실은 똥친막대기 취급을 하던 트럼프가 일본'황실'에 대해서는 그답지않게 극존칭 저자세 멘트를 한 건 그렇다치고,
“You proudly patrol the Yellow Sea, the Sea of Japan, the East China Sea and the South China Sea. You defend your homeland and our allies against missile attack,”
미국 대통령이 명칭논란이 있는 '동해'의 명칭을 가리켜 노골적으로 '일본해'라고 광고를 하듯 지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한 술 더 떠 미국 국무부는 그 다음 날 '그 바다' 에 대한 미국의 공식표기는 'Sea of Japan'(일본해)이라고, 온 세상에 대놓고 쐐기를 박았다.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가 말그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인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한 것이다.
미국이 코리아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 있는 '그 바다'를 가리켜 일본해라고 공식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사변은,
미국 대통령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에 일본수상과 함께 올랐다는 사실 자체다.
호위함 카가호는 말이 호위함이지 수직이착륙 전투기들을 탑재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항공모함이다.
2019 년 5 월 28 일은 미국이 일본의 항공모함보유를 공식적으로 승인했을 뿐 아니라,
인디아-태평양 전략에서 군사동맹축으로 선포한 날이라고 보면 된다.
이전의 미일동맹이 수직적 관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군사동맹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은 일본에 대해 드러낼 수 없는 역사적 악몽과 수치심을 저 가슴속 깊이 묻고 지내왔다.
미국의 대통령이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전함에 결코 오를 수 없었던 이유도 이 역사적 악몽과 수치심에서 비롯됐다.
심심풀이로 옛날 이야기 잠깐 하고 가자.
1941 년 12 월 7 일,
진주만에 주둔하고 있던 태평양함대 공습 당시 동원된 제국일본해군(IJN 이라는 약식호칭으로 더 유명하다)은 미국군 태평양함대를 전력-성능면에서 압도했다.
당시 공습에 동원된 항모공습단(상륙이 아닌 폭격을 목적으로 편성된 전함단이므로 싸르니아가 임의로 항모공습단이라고 명명했다)은 6 척의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전함 2 척, 중순양함(heavy cruisers) 2 척, 경순양함(light cruisers) 2 척, 구축함(destroyers) 9 척, 연료공급선(tankers) 8 척, 플릿잠수함 23 척, 경잠수함(midget submarine) 9 척, A6M을 주력으로 하는 함상전투기 414 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항공모함은 일본이 최초 설계단계부터 자체 개발 제작한 전형적인 일본해군모델이었다.
함상 전투기 A6M 시리즈 역시 미쓰비시 중공업이 개발, 생산했는데 기동성 면에서는 미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미국이 일본에 의해 진주만에서 '개박살'이 난 이유가 기습공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계, 작전, 운용, 전력 등 모든 면에서의 열세와 실패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이 점을 내심 인정하고 통렬한 반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천신만고끝에 1945 년 9 월 2 일 미국이 최종적으로 승전하긴 했지만,
태평양전쟁에서의 일본과의 악연은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미국의 악몽이기도 했다.
따라서 지난 화요일,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사실상의 해군 항공모함인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카가호에 승선해 일본수상의 손을 잡고 '만세'를 불렀다는 것은
천지개벽을 할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두 나라의 운명적 관계가 악연과 악몽에서 '동지적 개념의 극우동맹'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악몽이 동지로 바뀐 이유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차제에 중국을 재기불능한 수준으로 주저앉혀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그렇다치고,,
미국의'인디아-태평양 전략'을 처음 구상하고 제안한 나라가 인디아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이 이 새로운 아시아전략을 채택하기 10 년 전인 2007 년부터 이런 구상을 수립하고 일본부터 끌여들였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인디아에 사는 피플중에는 일본광팬이 많다.
인디아 반식민지-반제투쟁의 상징으로 알려졌었던 자와할랄 네루부터가 일본광팬이었던 게 거의 분명하니 말 다했다.
그는 감옥에 갇혀있던 1930 년대 초반 자기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1905 년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했을 때, 영국의 식민지 소년이었던 내가 아시아인으로서 얼마나 감격했던가를 네게 자주 이야기했었지"
러일전쟁 당시 10 대 소년이었던 미래의 인디아 수상 네루는
반식민지투쟁을 하면서 감옥에 갇혔던 40 대 장년이 되어서도 그 날의 감격을 열 두 살 난 딸에게까지 반복해서 회고했다.
그는 놀랍게도 딸에게 이렇게 썼다.
"지금도 아시아는 (당시의 일본처럼) 틀림없이 유럽의 강대국들을 처부술 수 있을 것이다" (1932 년 12 월 29 일 편지)
그는 소년시절에는 아마도 몰랐을수도 있던 사실,
즉 일본이 러시아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가 자신의 조국을 식민지배하고 있었던 영국과의 동맹때문이었다는 것을, 성인이 된 후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기억에서 삭제하면서까지 일본을 끝까지 찬양하고 있다.
(웬만하면 세계사편력이라는 책은 이제 찌개받침으로 써도 무방하다)
좌파인사로 분류되는 네루의 생각이 이 정도니, 극우로 분류되는 나렌드라 모디 현 인디아 수상의 생각은 더 살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는 힌두근본주의자로 17 년 전 일어난 무슬림 집단학살사건의 배후혐의자로 지목받아 온 인물이다.
미일극우동맹을 서쪽에서 뒷받침하면서 중국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악동삼총사가 합심해서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수단으로 중국을 못살게 굴기 시작하면 중국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까?
이런 인물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구식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 인디아의 수상으로 선출된 지 이틀 후,
마치 축포를 터뜨리기라도 하듯, 도널드 트럼프는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아베와 승조원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카가호 갑판에 내려 선동적인 연설을 쏟아놓은 것이다.
나는 중국 좋아하는 사람 전혀 아니다.
좋아하기는 커녕 한국 안의 친중론자들을 '우물안 개구리들'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
그렇지만 미국, 일본, 인디아가 지난 주 부터 노는 꼴은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보기에도 너무너무 위험할 뿐 아니라,
못 봐줄 정도로 도가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