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중앙일보]
2019/07/05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9/07/04 13:31
캐나다 유콘 준주에 가면 여름에도 오로라를 만날 수 있다. 호수에 비친 오로라 모습. [중앙포토] |
경비행기를 타고 감상하는 만년설. |
산악 열차 내부모습. |
유콘 준주는 동쪽 노스웨스트 준주, 서쪽 미국 알래스카 사이에 끼어 있다. 한국의 4.8배에 달하는 광활한 땅에 인구는 고작 3만4000명이다. 제일 큰 도시 화이트호스에 2만5000명이 산다. 반면 유콘에 서식하는 거대 포유동물 개체 수는 25만 마리나 된다. 야생 그 자체다.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 백야 시기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깜깜한 밤이 하루에 약 3시간 정도다. 자정 무렵 살짝 어둑해졌다가 금세 여명이 밝아온다. 지난 6월 24일, 하지가 지난 뒤부터 조금씩 밤이 길어지고 있다. 늦여름인 8월 말부터 오로라를 볼 확률이 높아진다.
캐나다에서는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가 오로라 성지로 통한다. 항공우주국(NASA)도 인정했다. 관측 확률은 옐로나이프가 최고일지 몰라도 화이트호스는 전혀 다른 절경을 자랑한다. 사방이 평지인 옐로나이프와 달리 화이트호스에서는 웅장한 산맥과 어우러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야외 온천에 몸을 담근 채 오로라를 보거나 호숫가 통나무집에 머물면서 초록빛으로 일렁이는 오로라를 만날 수도 있다. 9월이면 일찌감치 물든 노란 단풍과 오로라가 어우러진 신비한 풍광도 펼쳐진다.
북극여우 보고 온천도 즐기고
키 작은 형형색색의 건물이 모여 있는 화이트호스 다운타운은 앙증맞다. 오죽하면 1940년대에 지은 3층짜리 목조건물을 '마천루'라 부를 정도다.그라피티가 건물마다 화려했고, 갤러리도 유난히 많다. 갤러리에는 어김없이 오로라와 근사한 자연을 묘사한 그림이 많다. 일본인 가이드에게 "화이트호스에는 화가들이 많은가 봐요?"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워낙 추운데다 밤이 기니까 할 일 없어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닐까요?"
화이트호스에서는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이 따분하지 않다. 도심서 멀지 않은 거리에 즐길 거리가 수두룩하다. 먼저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Yukon Wildlife Preserve). 2.6㎢ 면적에 북극여우, 산양 등 북극권 서식 포유류 10여종이 산다. 버스를 타거나 영어 가이드와 함께 워킹 투어를 하며 동물을 구경한다.
유콘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타키니 온천(Takhini Hot pools)이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가깝다. 8월까지는 오후 11시까지, 9월은 10시까지 문을 연다. 뜨끈한 물속에서 늘어져 있다가 오로라를 영접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유콘에서는 사계절 다채로운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카누가 단연 인기다. 하루짜리 맛보기부터 장장 18일간 카누를 타고 유콘을 누비는 프로그램도 있다. 유콘 남서쪽에는 클루아니 국립공원(Kluane National Park)이 있다. 캐나다 최고봉 로건 산(5959m)을 품은 공원으로, 면적이 2만1980㎢에 달한다.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면 가장 넓은 빙하 지역이다. 경비행기를 타면 단숨에 해발 3000m 높이 빙하에 닿는다. 기회가 된다면, 툰드라 지대를 걷는 하이킹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기차 타고 100년 전 시간여행
유콘의 또 다른 명물은 산악 열차다. 1900년 개통한 열차 '화이트 패스 & 유콘 루트(White Pass & Yukon Route)' 철도는 골드러시 때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5~9월에만 화이트호스와 알래스카 스캐그웨이(Skagway)를 연결한다.
노선은 모두 3가지다. 스캐그웨이~카크로스(Carcross) 노선, 스캐그웨이~화이 트패스 정상(873m) 노선, 스캐그웨이~화이트 패스 정상~프레이져 미도우(Fraser Meadows) 노선. 모두 당일치기 코스로, 최장 노선이 왕복 192㎞다. 열차에 오르면 클론다이크 강에서 채취한 금을 남쪽으로 실어 날랐던 100년 전 상황이 그려진다. 산허리를 깎아 만든 아찔한 철길도 나온다. 금 때문에 얼마나 공들여 토목 공사를 했는지 알 수 있다. 브라이들 베일 폭포와 데드홀스 협곡도 장관이다.
유콘의 유명한 타키니 온천. |
유콘 야생동물 보호구역. |
유콘의 명물인 산악 열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