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근처 보아트래블하우스
서울 한복판,
홍대거리 인근에서 20 달러 짜리 독립욕실을 갖춘 싱글룸 유닛을 구할 수 있을까?
그것도 호텔용 고급침구를 갖추고 먼지하나없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숙소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 행운도 드물 것이다.
그런 숙소가 있다.
보아트래블하우스 (Boa Travel House)가 그런 곳이었다.
보아트래블하우스는 애경백화점과 할러데이인 익스프레스 홍대지점이 측면으로 보이는 골목 안에 있다.
아고다 숙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아트래블하우스는 외국인 전용 게스트하우스라고 소개되어 있다.
실제로 그런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가끔 오다가다 만나는 투숙객들 전부가 외국인들이었다.
투숙객들 중에는 무슬림들이 많았다.
무슬림들을 위한 기도실과 Halal 식당도 갖추고 있었다.
단기 투숙객은 받지 않는다.
일주일 이상 투숙하는 손님들만 보아에 예약할 수 있다.
이런저런 복잡한 조건들이 있지만,
이런 조건들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놀라운 가성비를 가진 최고의 숙소라고 평가할 만 하다.
당신이 한국에 혼자 가는 여행자인데,
호텔처럼 깔끔하고 조용하며, 독립된 침실과 욕실 유닛을 갖추었으면서 하루 20 달러 정도만 받는 숙소를 상상하고 있다면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
이 숙소는 싸르니아가 한국에서 약간의 업무처리를 해야하는 곳에서 도보 3 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긴 하지만,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보석'같은 숙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애증이 교차하는 코리아나호텔
내가 숙소를 선택하는데 정치적 요소를 첫번째로 중요하게 고려했다면 이 호텔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로 중요한 요소로 고려했기 때문에 이 호텔이 선택될 수 있었다.
잘 알려진대로 이 호텔은 조선일보 가문이 운영하는 호텔이다.
이 숙소가 지니고 있는 뛰어난 로케이션과 세련된 서비스 체계와 어울리지 않는 파격적인 가격(딜럭스 트윈 기준 일박당 미화 90 달러 정도)이 장점임을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할 필요도 없다.
광화문 인근, 그것도 세종대로에서 이만한 가격대에 이 정도의 숙소를 구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다.
이 호텔보다 세 배나 비싼 포시즌스호텔도 세종대로가 아닌 새문안로(신문로)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광화문이라는 지역조건을 감안한다면,
가끔 다음과 같은 시추에이션에 휘말려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 국기를 들고 시위하는 집단은 폭력적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날 밤 청와대 앞에서는 기어이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싸르니아는 이 날 광화문 일대에 모인 인파규모를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지금까지 이런 류의 집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적이 없었다.
10 월 3 일 개천절이었는데,
내가 대충 헤아려 본 바로는 구경꾼과 유동인구 합쳐서 약 20 만 명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몰려든데는,
65 세 이상은 시내 대중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이 나라의 '노인교통복지정책'이 큰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백마타고 만주에서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일본제 트럭타고 광화문에서 '애국운동'은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이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이 나라 국민들을 조롱하고 있는 기막힌 장면이다.
정치집회가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행사가 하루종일 계속되는 주말에 광화문 주변 호텔들에서 출도착하는 일정을 잡으면 낭패를 보는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코리아나호텔 뿐 아니라 플라자, 프레지던트, 뉴국제, 신라스테이 광화문, 포시즌스 모두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칼리무진 탑승권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시내 행사일정이 있으면 칼리무진이 이 호텔들 앞에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러브모텔보다 저렴했던 50 불 대, 스테이트 선유호텔
도착 첫 이틀 동안 묵은 스테이트 선유호텔은 지하철 9 호선 선유도역 1 출구 바로 앞에 있다.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역까지 와서 9 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쌍둥이 빌딩인데, 왼쪽이 파크호텔 오른쪽이 스테이트 선유호텔이다.
이 호텔에 대해서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 외에 별다른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인근에서 의외의 맛집 하나를 만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북엇국집이다.
내가 북엇국 팬은 아니지만, 무교동에서 북엇국의 깊은 맛에 은근히 반한 경험이 있다.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5 시 29 분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다.
1984 년 개업했다는 이 식당은 올해로 35 년 차다.
세계적인 명가로 알려진 무교동 북엇국집에 비하면 아직 청소한 연배다.
그러나 그 맛에 있어서는 난형난제라고 할만큼 뛰어나다.
인근에서는 많이 알려진 맛집으로 통한다.
부산과 전주에 다녀왔다.
부산에는 숙소가 따로 있었고, 전주에서는 호텔에 묵었다.
라마다호텔 전주
전주는 전라북도 도청소재지로 비교적 큰 도시고,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데도 호텔이 드물다고 한다.
내가 머문 숙소는 라마다호텔 전주였다.
서울에 있는 동급호텔들보다 비싼 편이었다.
위치는 괜찮았다.
한옥마을과 알려진 맛집들이 도보 10 분 거리에 있었다.
이 호텔의 장점은 가성비나 시설보다도, 로컬 택시운전사들이 호텔의 정확한 위치를 잘 알고 있다는 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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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부산 송도
사진 아래 서울재동초등학교
올해는 내가 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딱 50 주년 되는 해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 학교에 가 보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는 이 학교 후배들의 할아버지(부모가 아니고)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주름도 많이 늘고 훨씬 중후해졌으니
진짜 할아버지다운 행색과 품격을 가지고 살아가자 o/ o/
광화문에서 남의 나라 국기나 들고 날뛰는 철부지 할아버지들처럼 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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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들은 뭐니뭐니해도 여행할 때 밥을 잘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