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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당 vs 가족회관
(가족회관의 승리)
성미당 육회비빔밥은 비주얼이 뛰어나다.
고사리 대신 고구마순이 고명으로 들어가 있다.
들깨소스에 무친 느타리버섯, 고구마 마탕, 불고기, 황포묵 등 반찬 여덟가지가 냉콩나물국과 함께 나온다.
비빔밥 자체에 간이 되어있기 때문에 반찬의 염도는 낮은 편이다.
반찬 비주얼이 조금 이상한 이유는 사진을 찍기 전에 내가 집어 먹었기 때문에 그렇다.
반찬은 많기만 하다고 좋은 게 아니라,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생동감있게 살아 움직여야 한다.
전라도 지방의 평가가 좋은 식당들은 이런 면에서 손님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성미당도 마찬가지였다.
가족회관은 비빔밥에 반찬 열 두가지를 제공한다.
특히 계란찜이 일품이다. 여느 계란찜하고는 그 격이 다르다.
설명을 백마디 해야 소용없고 먹어보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갈치속젓에서부터 미나리무침에 이르기까지,
반찬 하나하나에 재료 본연의 맛을 정성을 들여 살려놓았다는 게 혀끝에서부터 느껴진다.
훌륭한 소화제 역할을 해 줄 매실 장아찌는 손님에 대한 배려처럼 보인다.
밥은 사골육수로 지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에서 주는 기내식 비빔밥이 최고인 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주에 가서 비빔밥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성미당에서는 진주식 육회비빔밥을, 가족회관에서는 보통 전주비빔밥을 각각 주문했다.
성미당 비빔밥의 감점요인은 고명 아래 깔린 밥이 미리 고추장에 살짝 비벼져 있었다는 점 이었다.
육회와의 색깔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고추장을 따로 내 오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성미당의 감점요인은 또 있었다.
식당을 방문했던 유명인들의 사진을 벽에 걸어놓는 것은 좋은데,
그 중 안 모 씨 사진은 식판을 받기도 전에 밥맛떨어지게 하는, 식당으로서의 치명적 감점요인이었다.
반면 가족회관 비빔밥은 비비기 전 사골육수에 지은 밥의 향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은 둘 다 수준급이었지만, 주식(비빔밥)과 부식(반찬) 모든 면에서 가족회관이 내 취향에는 더 맞았다.
전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콩나물국밥
유명한 국밥집은 사실 전주보다 서울에 더 많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을 획득한 서울 국밥집들의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면,
24 시간 365 일, 국솥을 쉬지 않고 끓인다는 점이다.
명절같은 때 식당이 쉬더라도 국솥 끓이기만큼은 멈추지 않는다.
솥을 비우지 않은 상태에서 물을 붓고 다시 끓인다.
이래야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들었다.
노량해전에서 자결적 전사를 한 이순신 장군은 숨을 거두기 전 이런 유언을 남겼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1937 년 개업한 청진옥의 2 대 주인은 작고하기 전 이런 유언을 남겼다.
"우리집 국솥에 불을 꺼뜨리지 말라"
나는 장수의 군인정신이나 명가식당주인의 장인정신이, 그 사명감의 본질에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국민연합 대표가 감사편지를 남긴 전주의 콩나물국밥집 벽에는 이런 글이 붙어있다.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
성미당과 가족회관을 위협하는 새 강자 '하숙영 가마솥 비빔밥'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손님들이 식당 앞에 모여있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이 전부가 아니다. 식당 맞은 편 계단에 30 명 쯤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 번호표를 받는다면 한 시간 쯤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전설의 빵집, 풍년제과
서울에서 빵집을 찾으려면 파리바게뜨 밖에 보이지 않는다.
Tous Les Jours 라는 빵집은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 있는 빵집인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간판에 불어로만 쓰여있어 손님들은 가게 이름조차 제대로 읽기 어려워 한다.
그러면서도 저걸 뭐라고 발음하는지 남에게 절대 물어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먼트에서 거주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초상집 문상객같은, 천편일률적인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것처럼,
대부분의 젊은 남자들의 머리 스타일이 똑같은 것처럼,
이 나라 대부분의 빵손님들이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먹는다.
(인천공항에서는 파리크라상에서 빵을 먹는다)
전주는 조금 다르다.
전주에 가면 풍년제과(PNB)라는 로컬 빵집이 있다.
부산 백구당 처럼 오래 된 유서깊은 제과점이다.
파리바게뜨에서 해방된 서울의 빵 매니아들이 기뻐할만한 맛집들이다.
전주 풍년제과에서 사 온 단팥빵과 양갱
부산 백구당의 묵직한 크림빵
육회탕탕이로 입맛을 돋구고 나서 콩나물국밥으로 입가심을 한 후, 풍년제과에서 사 온 빵 또는 양갱에 커피를 곁들인 디저트로 마무리 하면 한 끼 식사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철도공사 노조가 경고파업을 해서 예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KTX 대신 고속버스를 타게 되었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라고 하는데, 조용하고 깔끔하기는 했으나 관리상태는 별로였다.
AVOD 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흉내낸듯한 과도한 시설로 visibility 가 제한되어 버스여행의 매리트도 많이 삭감되었다.
다음부터 버스를 타게 된다면, 일반고속버스를 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