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부산(김해)비행장
경상도 사투리의 아저씨들이 김해공항을 출발하는 우리 비행기를 향해 작별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푸쉬백을 마치고 활주로를 향해 앞으로 굴러가기 시작하면 지상조업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손을 흔듭니다.
예전에는 누가 손을 흔들건 말건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나이가 되니 이런 사소한 것에도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복잡하고 험난한 출발준비를 완수하고,
드디어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는 비행기와 승객 승무원들을 축하하는 동시에,
안전무사비행을 기원해주는 관례적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창가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마주 손을 흔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장 : 캐빈크루 착석해 주세요. 이륙하겠습니다.
김해에서 김포로 돌아오는 국내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김포평야
(김모씨) "그 시절에는 논바닥과 갯벌밖에 없었는데, 감개무량하시겠습니다."
(박모씨) "내가 이렇게 묵고 살게 해 준 은혜도 모리고 부산에서 구두닦이 식당보이들이 난동을 부리는 거 아이가?"
(차모씨) "중정놈들이 병신이라 그렇습니다. 부장이란 작자부터 같은 김녕 김 씨라고 영삼이 눈치나 보고 말이죠."
딱 40 년 전 오늘 10 월 26 일,
서울상공을 선회하는 헬리콥터 위에서 나누었을 것으로 싸르니아가 추정하는 세 사람의 대화
영도다리에 모인, 부티나 보이는 중국 여행자들
인구가 많을수록 편차와 다양성의 폭도 그만큼 넓어집니다.
그 편차와 다양성을 접하는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집단보다는 개인이 더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중국놈들은, 일본놈들은, 무슬림들은, '어쩌고 하는 식의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왜 나체로 다니지 않고 옷을 입나요?
저 아이엄마가 입은 셔츠에 명답 중 하나가 있군요.
부산에서 먹지 않고 오면 후회하는 음식들
멸치쌈밥 입니다.
비린내잡기 등 노하우가 필요한 음식이므로 평판이 괜찮은 곳을 일부러 찾아가서 먹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진구청과 씨티은행 부산출장소 뒷골목에 그런 식당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생멸치를 넣고 졸인 일종의 찌개입니다.
진하면서도 짜지는 않은 국물맛이 오묘합니다.
숙성광어회와 잡고기 매운탕
활어회보다는 선어회(숙성회)를 좋아합니다.
살아있는 생선을 그 자리에서 손질해 뜬 회를 수 십 가지 스끼다시와 곁들여 먹는 것도 좋지만,
선어 특유의 달콤함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숙성광어회를 아무 장에도 찍지 않고 그냥 먹는 경험은,,
사실 부산 말고도 할데가 많기는 합니다.
부산에서 회는 주로 민락동에서 즐겼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자갈치에 가 보았습니다.
밀면
밀면은 토종 부산음식이라기보다는 부산화된 음식입니다.
밀면 이야기 할라치면 개금밀면이 좋다, 초량밀면이 맛있다, 가야밀면이 최고다, 내호밀면이 원조다 말들이 많습니다.
아무데나 가기 편한데 가서 먹으면 됩니다.
어디가 내 입맛에 더 맞는지 궁금하면 다 돌아가면서 먹고 와도 됩니다.
냉면에 길들여지고 그 맛의 차이들을 분별해 낼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는 저로서는
솔직히 밀면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부산 가면 먹고 와야 한다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부산 갈 때마다 열심히 먹고는 옵니다.
개금밀면. 다른 밀면집에 비해 비싸지만 괜찮은 편 입니다.
다만 직접 가져다 마셔야 하는 온육수가 좀 짠 편 입니다.
비빔당면과 부산어묵
비빔당면은 남포동 좌판골목에서 파란색 목욕탕 의자에 앉아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눈에 익은 좌판골목을 지나 부평깡통시장으로 갔습니다.
비빔당면은 간단한 음식입니다.
잡채할 때 쓰는 당면에 단무지, 시금치, 어묵을 얹고 김을 잘라 넣은 게 전부입니다.
여기에 간장고추앙념을 넣고 비비면 비빔당면이 완성됩니다.
부평깡통시장 아지매 말에 따르면,
비빔당면은 짜장면 비비듯, 장성택 박수치듯, 설렁설렁 비벼서는 안되고 꼼꼼하게 잘 비벼야 한답니다.
장수촌 돼지국밥
돼지국밥 역시 밀면과 마찬가지로 토종부산음식이라기보다는 부산화한 음식입니다.
함경도 피난민들이 창안해 낸 밀면과는 달리 유엔군 부대에서 나온 돼지뼈다구를 주어모아 끓여먹은데서 유래된,
전형적인 한국전쟁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서면시장에 가면 유서깊은 돼지국밥집이 몇 개 있습니다.
이번에는 평판이 좋은 프랜차이즈 '장수촌'의 한 지점을 찾았습니다.
식당 벽에 써붙여 놓은 공세적인 광고문이 인상적입니다.
'원가 30 원 짜리 가짜육수먹고 건강해치지 마시고 원가 1,500 원 짜리 진짜 육수로 만든 국밥을 드세요'
'냉장고에 넣었을 때 묵처럼 변하지 않는 육수는 모두 가짜입니다'
백구당 아이스케키와 크림빵
제과명가 백구당은 사십계단 근처에 있습니다.
사십계단 보다는 중앙역 13 번 출구에서 가깝습니다.
삼진라미넥스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Bee Gees 의 Holiday 도 어디선가 들려오고
그 날 닛뽄도에 맞아죽은 마약상이 흘린 핏자국도 계단바닥에 선연한 듯 한데
서부경찰서 강력반 우영구 경사는 요즘 뭐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