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막 러닝타임 3시간 29분 짜리 길고 긴 영화를 꼼짝도 않고 보았습니다.
수많은 등장 인물들과 세세한 설명과 이러저런 사건들에 대한 배경들을 쫒아 가느라
온 정신을 집중해서 보아야 했는데 뭐랄까.. 오랜만에 영화같은 영화를 보았구나하는 느낌?
마틴스콜세지의 페르소나라고 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기가막히고 농익은 연기와 이영화로 스콜세지 감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궁합이 잘맞아보였던 알 파치노의 압도적인 연기력, 그리고 흔히 코믹한 연기로 캐릭터를 유지해온 것과는 달리 진중한 중재인으로 마피아 역을 매우 훌륭하게 해낸 조페시, 그리고 비록 우정출연급 역이었으나 스콜세지 감독의 원조 페르소나라고 하는 하비 카이텔의 카리스마있는 연기까지, 이 들의 연기를 쫒아가는 것만으로도 3시간 반의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습니
다.
스콜세지 감독은 과거를 회상하여 거꾸로 올라오며 스토리를 접목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데 이영화에서도 드니로의 회상으로부터 영화를 시작하여 자신의 죽음을 앞둔 장면으로 절묘하게 끝맺는 시네마적 기법이 간지났으며 또한 그의 나레이션으로 그가 영화의 화자이면서도 결코 드니로의 시각만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어서 복잡성이 더해지고 사실적 묘사의 딱딱함으로부터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콜세지만의 연출력이 돋보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끝부분, 모두가 사라지고 없이 죽음만을 앞둔 채 혼자 남은 방, 프랭크(드니로 분) 가 마지막 만남을 끝내고 나가는 신부에게 문을 조금 열어둔 채로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절묘하게 스콜세지는 그 방(혼자 남은 죽음의 공간)밖에서 조금 열린 문으로 혼자 휠체어에 앉은 채 바깥( 그가 살아온 삶,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프랭크를 카메라에 담아 관객에서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 배신과 격정의 삶이 말년의허무함과 쓸쓸함에 오버랩되도록한 데서 저도 가슴 깊은 곳에서의 작은 파동이 일었습니다.
저도 두 번 세번은 다시 볼 것 같은 좋은 영화. 스콜세지 감독의 표현대로 시네마다운 시네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산만해 질 수 있는 것이, 영화가 세 가지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케일이 장대하면서도 소소한 대화들이 관객을 지루할 틈이 없이 만드는 영화죠.
이를테면 처키와 셀리의 생선에 관한 실갱이라든가 지미 호파와 토니 프로 사이의 자잘한 말다툼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요.
참, 지미와 토니 이야기를 하자면, 이 사람들이 두 번 육박전을 벌이는데 첫 싸움은 감옥에서 벌어지지요.
한국어자막에만 의존하는 관객들이 디테일을 놓칠 수 이유가 몇 개의 한국어 번역이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you people 을 자네같은 사람이라고 번역한 것 등인데, You people 은 토니 말대로 ethnic slur 죠. 자네같은 사람이라고 번역하면 안되고 너희 이태리 인종들이라고 번역해야 제대로 의미전달이 되지요.
그걸 무능한 공무원처럼 자네같은 사람이라고 번역해 놓으니 왜 토니의 분노가 폭발하여 주먹을 날린건지 알 수가 없게 되고요.
더치출신 미국인 지미 호파에게 2 세대 3 세대 이교도(로만캐톨릭) 이태리계 미국인들은 시간약속을 안 지키고 회의장에 날이 덥다고 반바지차림으로 나타나고, 점잖고 신사적인 범죄인 사기죄로 들어온 자기와는 달리 extortion 같은 폭력갈취나 일삼는 열등인종이니까요.
extortion 을 횡령이라고 번역해 놓은 한국어 번역자막도 엉터리입니다. 지미가 자기의 우아한 범죄 fraud 와 대비하기 위해 이태리 인종의 저질범죄 extortion 을 말한 것인데 그걸 전혀 다른 죄인 횡령으로 번역해 놓으면 웃기는 거지요.
어쨌든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
참 혹시 이 영화를 보고 죽은 후 화장 대신 매장을 하는 것으로 변심한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인공 시런이 채늘하우스에서 이런 말을 하잖아요.
나보다 스마트한 사람들도 모든 것들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설명할 수 없을 거라면서, 화장은 모든 게 사라지는 거지만 묻으면 내 관과 시체가 거기에 있으니까 끝이라도 영원한 끝은 아닐거라는 ……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자기를 표현한 말이어서 정직한 고백이지만,
어쨌든 드니로의 이 대사 덕분에 고급관이 많이 팔리겠어요.
관사러 갔을 때 그가 입었던 검은색 컬럼비아 재킷이 내 것과 비슷해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힘겹게 따라 다녔던 디테일의 즐거움을 다시 생각케 해주셨어요. 저는 몇번씩 올바른 단어 뜻을 정확하게 찾느라 Pause를 눌러야 했어요. 영화를 영어 공부하면서 보았죠 ㅎㅎ You People 부분에서 토니가 빡친 것을 보고 처음엔 의아했는데 그냥 ' 너같은 인간들.." 이정도만으로도 이해가 되었지만 사르니아님 말씀대로 인종적 경멸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하니 더 이해가 잘 되는군요.
저는 또 마피아 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인 패밀리에 대한 병적이랄 수도 있는 집착이랄까.. 헌신과 이중적인 모습들은 이 영화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느꼈는데 결국 믿고 의지할 곳이란 혈통 뿐이라는 데에서 마피아가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결국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는 프랭크의 말년에 일말의 동정심 마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