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존칭어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때 가장 높은 장벽임과 동시에, 네이티브 코리안들 사이에서도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라 딱 집어서 '이렇다'라고 정의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15년에 기고해주신 기사에서와 같이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어법은 무생물이자 오브젝트인 '커피'를 높이는 말이기에 명백하게 잘못된 말이고, 본문에 작성하신 "박과장님 본사에 잠시 들어가셨습니다"와 같은 경우에도 계급과 직책에 따라 위 아래가 매우 명백하기에 논란의 여지가 적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많이 홍보가 이루어지는 터라,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정도로 많이 교정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한때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비문이 만들어진 배경이, '커피 나왔습니다' 라고 했을 때, '나를 무시하는 거냐'라며 클레임을 거는 (그릇된 존칭어 지식을 가진) 고객이 너무 많아서, '그럴 바에야 커피고 손님이고 죄다 올려버리자' 하는 마인드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나무랄 수 없는 비문법입니다만, 최근에는 이것이 잘못된 존칭어라는 인식이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기사를 작성하신 2015년에 비해 현재에는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봅니다.
그런데 예능 프로나 조금 더 캐주얼한 방송에서는 "직원 분들께서 직접 오셔서" 식의 말도 많이 합니다. 이것도 그 배경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아시다시피 사회 분위기가 점점 갑질에 예민해지고 특히 젊은 세대들을 위주로 높임과 낮춤에 대한 거부감이 일기 시작하면서, 특정 포인트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승무원이 직접 와서" 라고 말할경우, 이 부분에서 '승무원을 왜 낮추느냐 (높이지 않느냐)'를 가지고 클레임이 걸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죠. 이럴 때 위에서 예로 들었던 커피의 경우처럼 '청취자고 오브젝트고 간에 그냥 다 올려버리면 되지' 라는 식으로 바뀌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언어는 꾸준히 변화하는 것이고 어떻게 이런 변화들이 발생하는 것인지 고찰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수고하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대하는 것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요즘에 '수고하셨습니다'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위아래를 막론하고 사용되고 있죠. 퇴근때 상사에게 '내일 뵙겟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하대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요. 미용실에서 이발이 끝나고 미용사가 드레이프를 걷으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한다고 하여 손님을 하대하는게 아니듯이 말이지요. 이런 식으로 존칭의 용법 또한 사용의 빈도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죄송한데
국립국어원에서는 2011년 "표준언어예절"을 발표하고 직장내에서 압존법 사용은 잘못된 예절이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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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보인 “표준 언어 예절”(국립국어원, 2011.)에 따르면, 질의하신 경우에는
“과장님, 홍길동 대리님이 그 업무를 담당하셨습니다.”
와 같이 말하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표준언어예절 17. 직장, 사회에서
지칭 대상이 말하는 사람보다 상급자인 경우, 듣는 사람의 직위와 나이를 고려하여 ‘총무과장이’, ‘총무과장님이’, ‘총무과장께서’, ‘총무과장님께서’ 가운데 어떤 것을 써야 할이지 또 ‘하시었’이라고 할 것인지 ‘했’이라고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듣는 사람이 지칭 대상보다 윗사람이거나 듣는 사람이 화사 밖의 사람인 경우에 ‘총무과장이 이 일을 했습니다.’처럼 말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또 사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도록 교육하는 회사도 있다.
윗사람 앞에서 그 사람보다 낮은 윗사람을 낮추는 것이 가족 간이나 사제 간처럼 사적인 관계에서는 적용될 수도 있지만 직장에서 쓰는 것은 어색하다. 따라서 직장에서 윗사람을 그보다 윗사람에게 지칭하는 경우, ‘총무과장님께서’는 곤란하여도, ‘총무과장님이’라고 하고 주체를 높이는 ‘-시-’를 넣어 ‘총무과장님이 이 일을 하셨습니다.’처럼 높여 말하는 것이 언어 예절에 맞다.
말이란 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나 기본 원칙은 지켜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번에 모국 방문하고 왔는데 커피 값 낼때마다 듣기 거북했어요. 커피값 계산 하면서 종업원이 "4,200원 되시겠습니다." 그럴때마다 시정 해줍니다. 다음부터는 "4,200원입니다"라고 말하라고.
압존법도 50대 이상이 배운 것 하고 그 아래 세대하고 배운 게 다를겁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거지요.
실제로 있었던 예인데 12.12 군사반란 당시 3군사령관이 지휘관 없는 부대에 전화해서 연대장들에게 지시합니다. 노태우가 사단장으로 있던 9사단. 이건영 사령관이 전화하니 구창회 참모장이 전화를 받습니다.
군사령관: '부대 이동하지 말고 이동할 때는 내게 반드시 보고해요."
참모장: "부대 이동은 사단장이 지시하지 않겠습니까?" 사단장님이 아니라 사단장.
군 사령관: "그런데 지금 사단장이 부대에 없잖아."
시간이 한참 지내 29연대장 김봉규 대령이 군사령관에게 전화 합니다.
연대장 "29연대장입니다.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부대 이동 지시를 받았습니다."
군사령관 "어디로?"
연대장 "우선 삼송리까지 말입니다."
군사령관 "어디서 지시 받았어?"
연대장 "사단장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사단장님이 아니고 사단장.
군사령관 "그거 출동하면 안되, 내가 사단에 전화할게 기다려."
연대장 "저는 사단 지시 따르겠습니다."
뱀발: 군대에서는 직속상관 지시에 따르게 되어 있으니 연대장이 군 사령관 지시보다는 사단장 지시 따라야 한다. 김봉규 연대장은 사단 지시에 따라 부대를 출동했으나 군사령관이 부대 이동시 보고하라는 군사령관의 지시사항도 지킨 것이다. 나중에 이건영 사령관은 "보고 해준 김봉규 대령이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