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서울, 노란 은행나무 잎이 초 겨울 바람에 보도위를 뒹굴며 지나가고 코트 깃을 올린 채 걷는 양복쟁이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푸른 하늘을 타고 너울 너울 올라간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11월의 서울이었다.
11월 중순이라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낙엽이 지지 않고 남아 있었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잎이 보도에 수북하게 쌓인 채 바람에 뒹구는 모습은 생각대로였다.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철을 타고 시청 앞을 갔다. 덕수궁 쪽으로 나와 영국 대사관 옆 성공회 교회를 구경하고 돌담을 따라 이화여고 쪽으로 걸었다. 정동교회가 보인다.
이영훈의 광화문 연가 가사를 생각하며 초겨울의 정동길을 걷는다. 100년 전 개화기에 청년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모여 일본의 간섭을 배격하고 자주적으로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고자 했다. 그들은 정동파라고 한다.
언덕배기에 폐허가 된 구 러시아 대사관이 있다. 얼룩진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다. 신문로 쪽으로 내려 가는데 길가 정원수 속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나온다. 집 없는 길 고양이들이다. 두 녀석이 나를 말끄러미 바라본다. 배가 고파 먹을 걸 기대하는 걸까? “미안하다. 내가 가진 게 없다.”
누군가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을까? 있을 것이다. 기르다 내다 버리는 나쁜 사람도 있지만 자기 돈으로 버림받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도 생겼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저 녀석들은 어디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