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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말하다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759 작성일 2020-02-02 14:38 조회수 1680

눈(眼)으로 말하다


안 되겠지요
멈추지 않는군요
샘솟듯이 가래가 끓어올라
저녁부터 불면과 객혈로
주위는 푸르고 조용하고
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상쾌한 바람인가
이제 청명도 멀지 않아서
푸른 하늘에서 솟는 듯이
상쾌한 바람이 부는군요
단풍나무의 새싹과 털 같은 꽃은
가을 풀처럼 출렁이고
불탄 자리가 있는 등심초 멍석도 푸릅니다

당신은 협회에 다녀오시는지
검은 프록 코트를 입으시고
이렇게 열성껏 치료도 해 주시니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한이 없습니다

피가 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태평하고 괴롭지 않은 것은
혼이 반쯤 빠져 나간 때문인지요
그저 피가 많이 나서
그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이 가혹합니다

당신이 보면 매우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람뿐입니다
 

 

                                              - 宮沢賢治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 1896년 8월 27일- 1933년 9월 21일)는
이와테 현 출신의 일본의 문인이자 교육자, 에스페란티스토이다.
향토애가 짙은 서정적인 필치의 작품을 다수 남겼으며, 작품 중에 다수 등장하는 이상향(理想鄕)을
고향인 이와테의 에스페란토식 발음인 ihatovo라고 명명하였다.
지주들의 수탈로 가난에 허덕이던 농촌의 비참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을 짓는 등의 문학활동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사후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점점 높아져
국민작가의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읽히고 있다.



뭔가 감상을 代한 졸시 한 편 덧붙이려다가..

그냥, 그는 <아름다운 詩人>이었다는 말만 해본다

- 비록, 일본인이지만


                                                                                          - 희선,


<사족>

이 시인은 결핵을 앓다가 정말, 비참하게 죽어갔는데
(요즘 같으면, 좋은 약이 많아서 완치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삶을 마감하는 임종도 무지 쓸쓸했다
(곁에 아무도 없이, 병실에서 혼자 외롭게 운명했으니)

아무튼, 밤새 다량의 각혈 끝에 상당히 고통스럽게 사망했다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순간까지 이토록 고운 시를 쓰고 갔다
(이 시는 그의 死後 , 그의 피 묻은 환자복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

이제 하늘나라에선 더 이상의 아픔없이, 시를 쓰고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의 마지막 시를 읽으며 문득, 한 생각 꼽아보니..

난 미야자와처럼 죽음 바로 직전엔 시를 못쓸 거 같다

- 왜?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기도 힘들텐데, 시를 쓸 기력이나 있겠는가

난 그래서, 이 시인이 존경스럽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日本이지만, 이 시인만은 예외로 한다)

그야말로 평생을 시에 살았고, 그 詩로 자신의 生에 마침표를 찍었기에...



 

 조용한 날들  Les Jours Tranqu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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