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781 작성일 2020-02-12 06:16 조회수 2098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달에는 물로 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된 물이 있는가?

                                                           - 遊星 / 파블로 네루다


불끄고 자리에 누우면 달은 머리맡에 있다.

깊은밤 하늘호수에는 물이 없고, 엎드려 자다가 고개 든 아이처럼

달의 이마엔 물결무늬 자국.

노를 저을수 없는 달은 수심없는 호수를 미끄러져 가고,

불러 세울수 없는 달의 배를 탈 것도 아닌데 나는 잠들기가 무섭다.

유난히 달 밝은 밤이면 내 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내 이름이 성복이니까, 별 성 자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애 보고 메뚜기라 한다.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눈 큰 메뚜기다.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벼랑의 붉은 꽃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보다 내 아내 못할 것 없지만, 내게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오를수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절해고도의 섬처럼,

파도 많이 치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절해처럼.

                                                                                                                       - 이성복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7 <<문학과지성>>에 시 <정든 유곽에서>로 등단

1982 제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금산> 等

산문집으로,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했는가]


---------------------------------


<감상 & 생각>


이성복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외국시인들의 시를 읽고 시쓰기 작업을 한,

즉 외국시편들이 뇌리에 남겨준 잔상殘像을 다시 자신의 시어로 옮겨 적은 100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표제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유성(遊星)을 쓴 것이다.

대부분의 <시 감상>들이 단순히 자신의 감상을 산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으로 끝내는데 반해,

시인은 이를 시로 재구성했다는데 발상發想의 특징이 있다.

이 시집이 형식의 면에서 이런 새로운 지평地平을 열었다면,

내용의 면에서는 타인의 시를 빌어 자신의 시적 상상력을 철학성이라는 겉옷을 입혀

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할까...

이 시집에는 릴케, 보들레르, 로버트 프로스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뿐 아니라

만젤쉬땀, 로르카, 프레베르 등 친숙하지 않은 시인의 시 총 100편에 대한

일종의 <시해설 시>가 실려있다.

시인은 '시집을 펴내며'라는 서문序文에서

 “가속기와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을 때처럼 내 글쓰기가 지나친 갈망과 절망으로 울컥거리기만 할 때,

평소에 좋아하던 다른 나라 시에 말붙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관심사는 인용된 시를 빌미로하여,

대체 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라고 출간의 변辯을 밝히고 있는데...

시 자체가 <네루다의 '유성'에 관한 감상>이므로,

이에 또 희서니 나름의 감상을 단다는 게 어째 좀 우스꽝스럽다.

하여, 잠자코 그의 시해설(?) 에만 귀를 기울여 본다.

                                                                                                                                      -  희선,


SOMETHING TO REMEMBER YOU BY  


1           0
 
Nature  |  2020-02-12 07:40         
0     0    

안희선님,

안녕하세요.

위의 이성복님의 시는 제가 여러번 읽어봐야 되겠네요. 지금 한번 읽어 봤는데, 한국어 독해 실력이 좀 높지않은데다, 시라서 은유적(?)이고 뜻이 함축되어 있어서 좀 힘드네요..:)

꾸준히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체 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언급은 개인적으로도 글을 쓸때 느끼는 바라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음글 제21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투표 신고및 신청 안내..
이전글 * 속보: [92회 아카데미] 오스카 주인공은 '기생충', 감독상·작품상 포함 4관왕 (종합) *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RCMP, 경찰 합동 작전, 수..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캐나다 우편대란 오나…우체국 노..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