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781 작성일 2020-02-12 06:16 조회수 2103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달에는 물로 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된 물이 있는가?

                                                           - 遊星 / 파블로 네루다


불끄고 자리에 누우면 달은 머리맡에 있다.

깊은밤 하늘호수에는 물이 없고, 엎드려 자다가 고개 든 아이처럼

달의 이마엔 물결무늬 자국.

노를 저을수 없는 달은 수심없는 호수를 미끄러져 가고,

불러 세울수 없는 달의 배를 탈 것도 아닌데 나는 잠들기가 무섭다.

유난히 달 밝은 밤이면 내 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내 이름이 성복이니까, 별 성 자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애 보고 메뚜기라 한다.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눈 큰 메뚜기다.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벼랑의 붉은 꽃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보다 내 아내 못할 것 없지만, 내게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오를수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절해고도의 섬처럼,

파도 많이 치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절해처럼.

                                                                                                                       - 이성복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7 <<문학과지성>>에 시 <정든 유곽에서>로 등단

1982 제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금산> 等

산문집으로,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했는가]


---------------------------------


<감상 & 생각>


이성복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외국시인들의 시를 읽고 시쓰기 작업을 한,

즉 외국시편들이 뇌리에 남겨준 잔상殘像을 다시 자신의 시어로 옮겨 적은 100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표제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유성(遊星)을 쓴 것이다.

대부분의 <시 감상>들이 단순히 자신의 감상을 산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으로 끝내는데 반해,

시인은 이를 시로 재구성했다는데 발상發想의 특징이 있다.

이 시집이 형식의 면에서 이런 새로운 지평地平을 열었다면,

내용의 면에서는 타인의 시를 빌어 자신의 시적 상상력을 철학성이라는 겉옷을 입혀

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할까...

이 시집에는 릴케, 보들레르, 로버트 프로스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뿐 아니라

만젤쉬땀, 로르카, 프레베르 등 친숙하지 않은 시인의 시 총 100편에 대한

일종의 <시해설 시>가 실려있다.

시인은 '시집을 펴내며'라는 서문序文에서

 “가속기와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을 때처럼 내 글쓰기가 지나친 갈망과 절망으로 울컥거리기만 할 때,

평소에 좋아하던 다른 나라 시에 말붙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관심사는 인용된 시를 빌미로하여,

대체 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라고 출간의 변辯을 밝히고 있는데...

시 자체가 <네루다의 '유성'에 관한 감상>이므로,

이에 또 희서니 나름의 감상을 단다는 게 어째 좀 우스꽝스럽다.

하여, 잠자코 그의 시해설(?) 에만 귀를 기울여 본다.

                                                                                                                                      -  희선,


SOMETHING TO REMEMBER YOU BY  


1           0
 
Nature  |  2020-02-12 07:40         
0     0    

안희선님,

안녕하세요.

위의 이성복님의 시는 제가 여러번 읽어봐야 되겠네요. 지금 한번 읽어 봤는데, 한국어 독해 실력이 좀 높지않은데다, 시라서 은유적(?)이고 뜻이 함축되어 있어서 좀 힘드네요..:)

꾸준히 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체 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언급은 개인적으로도 글을 쓸때 느끼는 바라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음글 제21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투표 신고및 신청 안내..
이전글 * 속보: [92회 아카데미] 오스카 주인공은 '기생충', 감독상·작품상 포함 4관왕 (종합) *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트럼프 고위직 인선 속도…캐나다..
  주정부 공지) 알버타의 회복적 ..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