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나태주 등단 50년 시집 출간… 반세기 창작생활 정리한 자서전
"중학생들에 詩心 심어주는 게 꿈"
시인은 걸어 다니며
올해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5위 중 3종이 나태주 시집이었다.
이번 시집은 1부에 신작 시 100편, 2부엔 독자들이 사랑한 애송 시 49편,
3부는 시인이 사랑하는 시 65편이 실렸다.
50년 창작 생활을 총정리한 셈이다.
그는 "모든 시는 저의 일부이고 자서전"이라면서
"누구는 제 시를 보고 '이런 것도 시냐'고 하는데 저는 듣도 보도 못한 시, 시답지 않은 시가
좋은 시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표 시는 역시 '풀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짧은 시는
광화문 교보생명 글판부터 드라마·영화에 자주 인용되며 사랑받았다.
그는 "풀꽃이라는 시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건 행운이고,
풀꽃 말고 나태주의 다른 시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건 불행"이라면서도
"시인의 대표작을 결정하는 건 독자이니 섭섭하지만 괜찮다"고 했다.
"시인은 사랑하는 말 한두 마디를 시로 써서 모국어에 바치는 사람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별, 이육사의 청포도처럼요.
작게나마 '풀꽃'을 모국어에 바쳐서 감사한 일이죠."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43년간 초등학교 교단에서 일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 실린 '유언시'에서 그는 "시인 교장이란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지 싶다"고 썼다.
"교장들은 나한테 시인 교장이라며 부러워했고, 시인들은 교장 시인이라며 부러워했어요.
교수 시인은 많은데 교장 시인은 없잖아요!"
나태주는 "내 시는 중학생들이 좋아하는 시"라면서 "남들은 중학생 대상 강연을 피하는데,
나는 환영한다"고 했다. "중학생에게 시의 마음을 심어줘야 해요. 그게 제 꿈입니다.
그 아이들 인생을 바꿔야 우리의 앞날이 좋아질 테니까요."
열여섯, 예쁜 여자에게 보내려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 연애편지의 대상이 한 여자에서 온 세상으로 바뀌었죠.
연애편지를 쓰듯 무언가를 사랑하고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써야죠."
그는 "모든 시는 연애편지, 시인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서비스맨"이라고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6/2019121600253.html
------------------------------------------------
뒷모습 / 나태주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 . . 羅泰柱 시인 1971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詩 당선으로 등단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등을 受賞. 詩集으로,「대숲 아래서」「누님의 가을」「막동리 소묘」「굴뚝각시」 「아버지를 찾습니다」「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추억이 손짓하거든」 「딸을 위하여」「풀잎 속 작은 길」「슬픔에 손목 잡혀」 「섬을 건너다보는 자리」等이 있고, 시화집「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송수권 · 이성선 · 나태주 3인 시집「별 아래 잠든 시인」等이 있다 ------------------------------------- <감상 & 생각> " 뒤쪽이 진실이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은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裏面)은? 뒤쪽은 등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
- 미셸 투르니에, 에두아르 부바 <뒷모습> 중에서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에 고개 끄덕이며,
'아예, 거짓말을 할 수 없다'라는 말도 내 나름의 첨언(添言)으로 해 본다
앞모습은 얼마든지 꾸밀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얼굴이 그러한데, 외면수습용(外面收拾用)으론
그만한 것 (질료, 재료?)도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있다
- 하지만, 이 성형공화국의 시대에선 책임을 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위적 성형들은 수술 別 유효기간 후에는
여지없이 허물어지므로, 책임에 관한 평가기준 자체가 성립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유효기간이 만료된 얼굴들은 균등하게
공포영화 수준으로 엉망이 되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남들에게 여과(濾過)없이 보여지는 뒷모습은
너무 정직해서 차라리 슬픈 것이다
하여, 진정한 책임을 질 곳은 앞모습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뒷모습인 것을...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