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놀이
금빛 면류관(冕旒冠)을 지긋이 눌러 쓰고
그리하여, 오직 머리만 번쩍이는
거짓된 얼굴
군중은 이제 완전히 눈치 채었다
그러므로 당분간만 안심하여라
자비로운 시간이 기만을 허락하는 한,
그렇게 웃기는 모습으로
서민(庶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짜파구리도 처잡수며
부역자들의 환호와 감탄 속에서
가끔은 자신의 빠알간 진짜 얼굴을 두려워하며
초조한 호흡으로 비밀스럽게 오열하는,
야릇한 흉상(胸像)
최후까지 착란(錯亂)의 조각물로 남으려는
비열한 어릿광대의 표정으로
숨 넘어가듯, 연출해 온 무대
표류하는 세월 앞에 억지,
억지, 억지, 흘렸던,
눈물
그리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그래,
치사한 조작질과 방만(傲慢)의 희열이
너는 그리도 소중하더냐
철저히 아무 것도 아닌,
두텁게 가려진 낯짝임에도
- 안희선
<memo>
어떤 짜가를 지켜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