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여행을 취소했다.
지금 이런 글 쓸 기분이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해외동포들과 공유할 내용이 있을 것 같아 조금 적어본다.
3 월이나 4 월에 한국여행을 계획하셨다가 취소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안다.
그런 분들 중에는 낮은 등급의 항공권이나 환불불가조건의 숙소를 이미 결제해 놓고는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씁쓸함을 속으로만 삭이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지금은 환불불가조건이더라도 숙소는 거의 환불이 가능하다.
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고, 반드시 호텔측 협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전액 환불 받았다.
이번 여행에 예약한 호텔은 모두 네 개였다.
서울 L 호텔과 B Travel House, 인천 G 호텔과 오사카 D 호텔이었다.
트래블 에이전시는 A0000 다.
이 중 가장 액수가 큰 오사카 D 호텔과 서울 B Travel House 등 2 개 숙소가 환불불가조건이었는데,
3 웨이 소통(고객-트래블 에이전시-호텔)을 통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항공사들은 아직 미주-한국, 한국-일본의 경우 평소규정대로 패널티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에어캐나다는 패널티 200 달러를 요구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액수는 적지만 (7 만 원)전체 항공요금의 37 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불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
아직 캐나다-한국-일본간에 입출국제한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항공권은 지금 패널티 물면서 취소하지말고 기다렸다가 마지막 순간에 취소하는 게 유리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각자의 짐작에 맡기겠다.
두 항공사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협조요청메일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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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O 입니다.
회신 고맙습니다.
연방질병통제국에 이어 27 일 미국 국무부가 한국에 대해 TA L-3 를 발령했습니다.
귀사가 항공사이니만큼 이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 입니다.
북미출발 한국/일본 여행자들의 귀국수단확보가 보장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돌입한 것 입니다.
어제 일본과 한국에 예약했던 호텔들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이 중 2 개 호텔은 환불불가조건의 프로모션 예약으로 결제가 끝난 호텔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로 인한 손해를 전적으로 숙박업소에만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두 호텔에 환불대신 크레딧 for future use 로 남겨두어도 무방하다는 옵션을 제안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들은 트래블 에이전시를 통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고객인 저에게 전액환불을 약속하고 컨펌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귀사는 어제 제게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규정은 당사 내외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기반으로 수립되었으므로, 이후 대내외 변경 사항에
따른 지침 추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안타깝게도 현시점에서는 변동이 없음을 조심스럽게 안내드립니다."
한국과 일본의 두 호텔과 트래블 에이전시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이 귀사의 규정만 못해서 자신들에게 결정권이 있는 환불불가 거래조건을 스스로 포기하면서까지 고객에게 전액 환불해 준 것이 아닐 것 입니다.
사상초유의 재난이 벌어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객을 고립과 격리의 위험으로 유혹할 수 있는 규정을 스스로 포기하는 로컬 비즈니스의 양심을 보여준 행동라고 생각합니다.
귀사가 제게 한 저 말은 매우 diplomatic 해서 마치 '강력하게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고객에게만 특별하게 제공하는 일종의 암시'같다는 느낌조차 받습니다.
노선이 폐쇄되면 전액환불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암시 같은 느낌이요.
지금은 규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자의 안전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정해진 Travel Advisories Level 에 맞추어 실행하는 규정만을 내세우는 것은 일부 고객들을 쓸데없는 고민에 빠뜨리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유도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추가 출입국 제재조치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업체도 아닌 항공사가 평상시 규정을 내세워 평상시의 취소 패널티를 그대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부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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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언급했다시피 항공권은 패널티를 물면서까지 지금 취소하지 마시고,
출발일 직전까지는 항공사에 계속 전화하고 메일을 보내 이 상황에서는 패널티 규정을 적용하지 말도록 압력만 행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항공사가 말하는 이른바 '추가지침'에 따른 패널티없는 항공료 리펀드는 그 '추가지침'이라는 것이 시행되기 이전에 항공권을 스스로 취소한 승객들에게는 소급해서 지불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 지침이라는 건 항공사들이 자의로, 또는 정부의 명령(travel ban)에 의해 해당노선운항을 임시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와중에 고작 300 불도 안되는 항공권취소 수수료를 안 내려고 별 난리 개수작을 다 부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
같은 논리로,
이 판국에 항공사가 규정타령을 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수수료를 악착같이 받아내려고 하는 것도 도찐개찐이라 그 수수료라는 것을 당연하다는듯이 내 줄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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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캐나다 외교부가 한국을 여행자제권고 대상국으로 지정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헤프닝이 있었다.
자체 수정이었는지, 아니면 한국정부가 요청한 결과였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Editorial Change' 라고 명시하면서 '대구-청도' 지역만을 여행자제권고지역으로 지정한 새 내용을 올렸다.
지금은 또 뭐가 어떻게 변동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오늘 오후 상황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