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레스, 부상한 골리 대신 투입돼 선방으로 6-3 승리 기여
[NHL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 공식 트위터 캡처]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가 피어났다.
지난 23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스코샤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NHL 토론토 메이플리프스와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의 경기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캐롤라이나는 2피리어드가 끝나기도 전에 골리 2명이 잇따른 부상으로 빙판을 떠났다.
엔트리에 등록된 수문장 2명이 한꺼번에 없어진 캐롤라이나는 '골리가 모두 다치면 미등록 선수를 투입해도 된다'는 규정에 따라 다급히 데이비드 아이레스(43·캐나다)를 호출했다.
아이레스는 이날 아내와 함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캐롤라이나의 첫 번째 골리가 다쳤을 때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장비를 반쯤 착용했고, 두 번째 골리마저 쓰러지자 나머지 절반을 갖춰 입고 링크에 나섰다.
그때까지 아이레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
불혹을 넘긴 아이레스는 그때까지 NHL은 물론 2부 리그 출전 경험조차 없었다.
그의 직업은 '정빙 기사'다.
그는 토론토 메이플리프스 구단 산하 아메리칸하키리그(AHL) 토론토 말리스의 홈경기에서 정빙기(얼음판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 기계)를 몰았다.
[NHL 캐롤라이나 허리케인스 공식 트위터 캡처]
갑작스레 NHL 무대에 데뷔한 아이레스는 상대가 날린 2차례 샷에 모두 실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거짓말처럼 8차례 샷을 모두 막아내고 6-3 승리를 뒷받침했다.
그는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낸 NHL 역대 최고령 골리가 됐다.
아이레스는 15년 전 어머니에게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아이스하키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NHL 토론토 메이플리스와 AHL 토론토 말린스에서 연습 골리로 뛰며 기량을 키웠다.
훈련 전후에는 빙판을 정비하는 기사로 생계비를 마련했다.
피부암으로 인해 두 차례나 고비를 맞았지만, 이것마저 이겨낸 아이레스는 NHL 무대에서 뛰는 꿈을 이뤘다.
게다가 하룻밤 사이에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다.
토론토 지역 신문 '토론토 스타'는 25일 아이레스가 '투데이쇼'. '폭스 앤드 프렌즈', 'CNN 월드 스포츠' 등 미국 유명 토크쇼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캐롤라이나는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데이비(데이비드 아이레스의 애칭), 화요일에 봐요"라고 썼다.
댈러스 스타스와의 26일(한국시간) 경기에 아이레스가 출전할 것이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