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드림에는 다행히도 그런 분이 없지만,
지난 목요일 미국 하원에서 의료전문가들을 불러다놓고 청문회를 했을때, 테네시 출신 하원의원 Mark Green 이 FDA 에서 받은 문서 이야기를 하며 한국의 진단킷이 기준미달이라는 소리를 한 적이 있어요. 한국의 일부 우파 유투버들이 이 장면을 편집하여 마치 한국이 잘못된 방역활동을 해 왔다는 식으로 폄훼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사태의 전말을 정리해 보겠어요.
그 전에, Mark Green이 하원 위원회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다음날, 워싱턴포스트가 한국의 감염자 조기발견작전이 성공한 내막과 미국의 관심을 정리한 기사를 하나 링크했으니 나중에 심심하실 때 읽어보시기 바래요.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asia_pacific/coronavirus-test-kits-south-korea-us/2020/03/13/007f14fc-64a1-11ea-8a8e-5c5336b32760_story.html
공교롭게도 한국과 미국에서 첫 케이스가 발생한 시기가 비슷한데 (1월 20 일과 21 일), 왜 한국은 24 만 건의 테스트를 할 수 있었고, 같은 시기에 미국은 테스트킷 준비 자체를 실패했는가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폭발하자 부랴부랴 마련한 게 이른바 ‘health officials testifying before House Committee’ 예요. 위원회에서 Green 이 한 문제의 발언은 방역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되고, COVID-19 crisis 와 바이든 재등장이라는 대선국면 이중위기에 몰린 트럼프의 처지를 함께 고려해야 의문이 풀려요.
이 자리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Green 은 FDA 에서 그에게 보냈다는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요약해서 지껄였고, 이 장면을 포착한 한국의 일부 반정부 프로파겐더들이 거두절미한 채 마치 한국 방역당국이 지금까지 형편없는 테스트킷으로 헛지랄을 해 왔다는 소문을 퍼뜨렸어요.
한국 방역당국이 시행해 온 컨팅전시 플랜개념의 리얼타임 PCR 테스팅은 비상사태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일을 제대로 되게 만드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WHO 역시 그렇게 하도록 권고했지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그걸 이제와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FDA 나 CDC 같은 공식기구의 공식입장도 아니고, 테네시 출신 공화당 의원의 입을 통해 한국의 테스트킷을 깍아내리는 발언을 한 이유는 뻔해요. 진단시약 준비실패를 변명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죠. 전문가들은 그린이 FDA 의 문서를 왜곡했거나 과장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어요.
분자진단방식-리얼타임 피씨알과 항원항체반응검사의 차이는 물론, 전파가 이미 시작된 비상상황에서 긴급히 수행해야하는 컨팅전시 플랜 배경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일체 생략한 채 “한국에 가서 구걸을 해서라도 그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 배워오라”는 빗발치는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이런 소리를 했을거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심이예요.
저는 이 의심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 당연한 추론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은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거짓말하면 매장된다는, 그야말로 순진하기 짝이없는 말씀을 하셨는데(고로 그 하원의원의 말은 진실된 발언일거라는), 그건 지금의 미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예요. 하루평균 13 번의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사람이 대통령인 나라가 지금의 미국이예요.
Green 과 같은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 역시 옛날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트럼프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 되었고요. 한국의 진단킷이 기준미달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FDA 로 하여금 같은 종류의 테스트킷을 미국 제약회사도 아닌 스위스 Roche Holding 제품을 승인하게 했어요. 지금까지 뭐하고 자빠져 있다가 이제서야 말이지요.
트럼프 행정부와 CDC는 나중에라도 진단시약 준비실패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어요. 트럼프 정부는 CDC와 FDA 를 닥달해서 한국을 일단 무조건 까내리고 아무거라도 좋으니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보라고 괴롭혔을 게 틀림없어요. 지금은 FDA 가 그래도 전문가집단으로서의 양심이 있어서 그저 문서로 마지못해 Green 인가 뭔가하는 선동꾼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그쳤는지 모르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좀 더 체계적인 변명거리를 개발해 낼 거예요. 그때는 정치인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구 대표가 직접 아야기할 거예요. 미리 이야기하는데 나중에라도 그런 거 퍼 나르지 마시기 바래요.
패거리 정서에 휘말려 그저 ‘아무거라도 놓다, 문재인이만 망하게 해다오’ 하는 감정으로 아무 이야기나 하지말고 맑은 정신이 포착한 첫 느낌만 이야기하시기 바라구요.
이승만의 단정수립과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대한민국 건국과 한강의 기적으로 이야기하며 시도때도없이 ‘위대한 대한민국’을 외치던 사람들이
정작 세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을 롤모델로 치켜세우고 있는 지금, 갑자기 한국이 헛지랄을 했다며 자기나라를 깎아내리고 있으니 나로서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이해가 안 가요. 여러분은 이게 이해가 갑니까?
프랑스에서는 리버럴한 르몽드도 아니고 보수매체인 르 피가로까지 나서서 '한국이 민주주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것'에 대해 대대적인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르 피가로가 친문언론이어서 그런 보도를 합니까?
https://www.lefigaro.fr/international/coronavirus-en-coree-du-sud-la-mobilisation-exceptionnelle-porte-ses-fruits-20200313
영어판을 못찾고 불어판 그대로 링크해 드려서 죄송한데, 딱 제목만 번역기 돌려 읽어봐도 될 거예요.
Coronavirus: en Corée du Sud, la mobilisation exceptionnelle porte ses fruits
이걸 번역기 돌리니까 영어로 이렇게 나오네요.
Coronavirus: in South Korea, exceptional mobilization is bearing fruit
우물안 개구리같은 국내 보수 고집불통들이 만든 이상한 엉터리 동영상 그만 보시고 한국 밖에서 제 정신 가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무슨 이유로 찬사를 보내고 있는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저는 말이죠. 지금 정부가 박근혜 정부였다고 해도 기립박수를 치겠어요.
2020.3.15 오전(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