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니아인 필자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지만 새 영화를 보는 것보다 본 영화를 한번 더 보는 때가 더 많다. 일단 검증된 것이라 실패할 염려가 없고 특히 명작들의 경우 몇 번 더 보는 것에 대한 시간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91년작 ‘양들의 침묵’은 몇 번을 더 보아도 좋을 만큼의 명작 중 명작이다. 92년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조너선 데미), 각색상, 작품상, 남우주연상(앤서니 홉킨스), 여우주연상(조디 포스터)까지 5개 부분을 휩쓸었다.
내용의 줄거리나 기타 이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더 필요 없을 것 같고 대신 한니발 렉터라는 이름의 시리즈인 총 네편의 작품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 범죄 스릴러 소설가인 토머스 해리스가 81년부터 출간한 작품이 모두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소설의 발간 순서는 다음과 같다.
시간 순서는 제목 뒤에 괄호로 표시
81년 레드 드레곤 (2)
88년 양들의 침묵 (3)
99년 한니발 (4)
06년 한니발 라이징 (1)
제일 마지막에 발표된 라이징은 한니발의 탄생과 성장 배경을 다룬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성격이 짙다고 볼수 있어 정식 작품으로만 보면 레드 드레곤부터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까지를 3부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영화로 만들어진 순서는
91년 양들의 침묵
01년 한니발
05년 레드 드레곤
07년 한니발 라이징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영화 ‘양들의 침묵’으로 한니발 렉터 시리즈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 첫 영화로 선보인건 86년 마이클 만 감독에 의해 만들진 영화‘ 맨헌터’이다. 저예산 제작이었고 원작을 잘 살리지 못해 흥행은 실패했다.
첫번째 소설인 ‘레드 드레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이로부터 19년이 지난 후 안소니 홉킨스가 등장하는 영화 ‘레드 드레곤’이 다시 만들어져 같은 내용의 두 영화가 자주 비교되곤 한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anyuis&logNo=220547019043&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맨헌터에 주인공은 윌리엄 피터슨이 맡았는데 그는 미국 드라마 CSI에서 길 그리섬 반장역을 맡아 한국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그리섬 반장은 시즌1(2000년)부터 시즌9(09년)까지 출연했다.
01년작 영화 ‘한니발’은 안소니 홉킨스 이외에도 줄리앤 무어, 레이 리오타, 게리 올드만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했으나 ‘양들의 침묵’에 비해 흥행은 저조했고 졸작이라는 평까지 받았다. 영화 ‘한니발’은‘양들의 침묵’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을 다룬 영화로 조디 포스터가 스탈링 요원역은 줄리앤 무어가 맡았다.
05년 작품 ‘레드 드레곤’은 더 늦게 영화화 되었으나‘양들의 침묵’보다 시대적 배경은 그 이전이다. 여기서는 앤서니 홉킨스의 등장이 많지 않지만 내용이 탄탄하고 특히 형사 에드워드 노튼과 악당 레이프 파인스의 연기가 뛰어나다.
다시 한번 이 작품들을 보고 싶다면 ‘양들의 침묵’하나만 보아도 되지만 한니발 렉터 작품의 팬이라면 그 이전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레드 드레곤’도 적극 추천한다.
감상하기 좋은 순서를 골라 본다면 시간 선서대로 레드 드레곤 > 양들의 침묵 > 한니발까지 보고.. 마지막으로 한니발의 출생 배경을 그린 한니발 라이징까지 보면 모든 시리즈가 완결된다.
끝으로 아래 내용이 참 흥미롭다. 두 주인공의 첫 만남 장면이 각본에 없는 즉흥연기였다니…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96%91%EB%93%A4%EC%9D%98_%EC%B9%A8%EB%AC%B5_(%EC%98%81%ED%99%94)
1991년 조너선 드미(Jonathan Demme)감독의 주도로 양들의 침묵이 영화로 만들어질 당시 한니발 렉터역의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와 클라리스 스탈링역의 조디 포스터(Jodie Foster)사이의 에피소드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조디 포스터는 짧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지금 앤서니 홉킨스라는 이름의 저 영국 배우가 빈정거리는 모양새란 대본에 없는 내용일뿐더러 리허설 때도 하지 않았던 대사다. 그들은 볼티모어 주립 정신이상자 수용병원에서 클라리스 스탈링과 한니발 렉터가 처음으로 만나는 <양들의 침묵>의 도입부를 촬영 중이었다. “값비싼 가방에 싸구려 구두라, 때 빼고 광냈지만 품위가 없군. 영양 상태는 좋아 보이지만 저소득층 백인 쓰레기 집안의 자식일 테고, 웨스트버지니아 억양이 자기도 모르게 묻어나고 있어.” 여기가 문제다. 웨스트버지니아 운운하며 조디 포스터의 남부식 억양을 따라해 조롱하는 행동 따윈 전혀 미리 논의되거나 합의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흡사 연기의 일부가 아니라, 포스터를 향한 개인적 공격처럼 느껴졌다. 당황을 넘어 이젠 화가 치밀어 오른다.
탁 후지모토는 두 사람을 번갈아 찍는 대신 두 대의 카메라를 한꺼번에 작동시켜 배우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드미의 컷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조디 포스터는 자신이 빨리 다음 대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망적이다. ‘문제는 저 망할 치가 내 억양을 따라하며 조소를 날렸을 때 머릿속이 이미 하얘져 버렸다는 거지.’ 침이 꼴깍 넘어가고 눈자위 밑으로 미세한 경련이 두어 차례 지나갔다. 앤서니 홉킨스의 치켜 뜬 두 눈이 그제야 시야에 온전히 들어왔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붉게 충혈된 잔인한 눈이다. 입가에 흩어진 미소가 그의 눈동자와 강렬하게 대비됐다. 그 안에 반사된 자신의 표정을 발견했을 때, 더 이상 그녀는 화를 내거나 당황하고 있지 않았다. 두려움에 질려 있었을 뿐이다. 홉킨스의 예기치 못한 즉흥 연기는 다음 컷에서도 계속됐다. 그가 빠른 속도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기괴한 소리를 냈을 즈음 포스터는 공포에 눌려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악몽같이 길고 긴 촬영을 모두 마치자마자 조디 포스터는 상기된 표정으로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드미에게 삼자대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어쨌든 이런 식으론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제가 무슨 말하는 건지 두 분 모두 아실 거예요.” 그녀는 조너선 드미가 애초 클라리스 스탈링 역으로 원했던 배우가 자신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미셸 파이퍼나 엠마 톰슨이 아니라 정말 미안하군.’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들을 속으로 삭히며 조디 포스터는 이를 꽉 깨물었다. 앤서니 홉킨스에 대해 그녀가 아는 거라곤 영국의 연극무대를 주로 전전하며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미국에서의 스크린 나들이는 그리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낳지 못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피고인>으로 이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는 그녀는 자신보다 곱절이나 나이가 많은 이 영국 배우에게 좀 더 격에 맞는 대우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앤서니 홉킨스는 예의 그 사려 깊은 표정으로 정중히 사과했고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된 듯했다. 그녀가 모니터로 촬영 분량을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포스터는 오늘 자신의 연기가 다른 때와 사뭇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 클라리스 스탈링을 연기하는 조디 포스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겁에 질려 간신히 말을 내뱉는 남부 출신의 FBI 연수생이 존재할 뿐이었다. 여태껏 자신이 연기해본 그 어떤 역할보다도 클라리스 스탈링이라는 인물이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혹시 앤서니 홉킨스는 이걸 모두 계산하고 있었던 걸까.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을 살폈다. 조디 포스터와 앤서니 홉킨스의 눈이 마주쳤다. 한니발 렉터가 찡긋, 윙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