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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토/일) 아침마다 숲길을 걷게 되었다.
집 옆에 호젓하고 걷기좋은 숲길이 있다는 걸 그동안 잊고 지냈었다.
13 년이나 이 집에 살면서 차만 몰고 드나들었지 주변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3 월 부터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주말 아침 갈 곳이 사라졌다.
어느 토요일 아침, 문닫은 레스토랑 대신 숲길에 가 보았다.
그 날로 걷기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숲길걷기는 팬데믹이 내게 가져다 준 보석같은 선물인 셈이다.
내가 정한 걷기코스는 왕복 10 km,
빠른 걸음으로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르막 내리막이 없이 평탄하고 촉감도 푹신해서 편한 길이다.
12,200 보, 소비열량 261 kcal
구글맵을 켜자 에드먼튼 시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리버밸리 숲지대가 나타났다.
리버밸리는 뉴욕 센트럴공원 수 십 배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의 자연숲이다.
활엽수들이 나뭇잎옷을 입으면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한다.
자연숲이지만 쿠거라든가 곰같은 위험한 야생동물은 없다.
레스토랑에서 할아버지들과 노닥거리며 주말 아침시간을 보내는 대신,
숲속 오솔길을 두 시간 정도 걷는 새 일과가 생긴 셈이다.
레스토랑은 지난 주 부터 문을 다시 열었지만
아마 그 곳에 다시 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웨이트리스 캐롤이 섭섭해 해도 할 수 없다.
Flatten the Curve !!!
Plank the Curve !!!
Straighten the Curve !!!
夏來不似夏..
여름이 왔는데, 여름같지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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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선 이야기
주수상도, 장관도, 마트 사장도, 그 누구라도 마트에 들어갈 때는 줄을 서야 한다.
열외가 있다.
전선의료요원들(Frontline Health Care Workers)은 줄 설 필요없이 우선 입장할 수 있다.
전선의료요원들이란 의사, 간호사 뿐 아니라, 간병인과 병원 janitors(청소원) 등 모든 전선근무자들이 포함된다.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데,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공동체가 이들에게 열외특권을 부여하는 첫째 이유는 이들에 대한 경의와 감사의 표시이고,
둘째 이유는 이들의 황금같은 시간(근무건 휴식이건)을 절약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알버타 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높은 완치율과 가장 낮은 치명율을 유지하고 있다.
알버타 주 확진자 누계 : 6,644
오늘 새 확진자 : 57
완치자 : 5,453
남은 확진자 1,064
입원 확진자 : 57
입원 ICU 확진자 : 9
전사자 : 127
치명율 : 1.91 %
비교적 다행스런 결과에 대한 반응은 차분한 편이다.
알버타 주 집권당이나 주수상이 잘 했다고 치켜세우거나,
우리 알버타 주 시민들이 캐나다 다른 주 시민들에 비해 시민의식이 특별히 높아서라고 말하는 법도 없다.
단지 우리가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화자찬도 하지 않고 남을 비난하지도 않으면서,
자기가 맡은 업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있는 전선의료종사자들에게 조용히 감사와 경의를 표할 뿐이다.
나라마다 방역환경과 표현문화는 저마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