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한국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위한 진보운동 진영의 고투를 인정하지만, 이같은 태도로는 결코 진정한 진보를 이루어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최인훈의 오래된 소설 의 구절을 인용해 말하자면, “당대가 이른 가장 높은 문명 감각의 정상에 서서 당대가 이른 가장 높은 현실 정치에 대해서조차 비판하는 것”, 이것이 진보가 살길이다. 반면 “이 판국에 그런 언동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진보가 죽는 길이다. ‘적’이 우리를 음해·공격하려 노리고 있기에 내부자의 중대 과오나 범죄를 묻어버리고 ‘단결’하자는 논리는 자기 파괴를 가져올 뿐이다. 진보는 불리한 진실도, 불편한 진실도 전부 드러내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국. 진보여, ‘말랑말랑한 힘’ 발휘하라. 시사인 [77호] 2009년 02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