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와 종교적 광신과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광신주의의 형태는 항상 보상적인 태도로서 무엇인가 해결되지 않고 더 긴박한, 모름지기 더 위협적인 것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면서 갖게 되는 보상적인 태도다. 종교적 망상과 광신주의는 통상적으로 용납받지 못하는 사람 속 깊이 내재하는 어떤 것이 억압당할 때 작동하는 것으로서, 그 사람 속 깊은 곳에 내재하는 그 무엇은 그 자신조차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실로 엄청난 것이다.
광신주의의 증상 가운데 하나는 그 광신적 안전 체계 안에 있는 방어막이 도전을 받거나 혹은 노출될 때는 언제난 분노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신약성서에 좋은 예가 있다. 사도 바울이 크리스천 운동을 근절시키기 위해 포악하게 활동했던 시기에 그는 유대교 광신주의자였다. 바울은 유대교의 율법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철저하게 신봉했던 성서문자근본주의자였다. 따라서 613개 조항의 율법을 문자적으로 믿고 암송하는 성서문자근본주의를 거부하는 예수의 추종자들에 분노하고 그들을 색출하여 사형시키는 일에 광분했다.
예수는 율법을 문자적으로 암기하고, 하느님을 관념적으로 믿고, 믿음체계가 만든 형식과 교리들 즉 십일조, 희생재물, 금식, 안식일법, 정결법 등에 수동적으로 강요에 못이겨 억지로 순종하는 것을 반대했다. 따라서 예수는 성전신학을 개혁하기 위해서, 스스로 깨닫고 자율적으로 사는 것이 참된 인간의 삶이라고 역설했다. 예수는 인간의 존엄성 곧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을 존중하고 고양하는 것이 믿음체계의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다고 선포했다. 예수는 참된 신앙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가르치기를 성서(율법)를 입술로 중얼거리거나 허공에 떠도는 말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생명과 인간과 세상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예수가 생존했을 때와 죽은 후에 예수의 정신(예수의 교리가 아니라)을 따르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것이 크리스찬 운동이었으며, 유대교 성전은 큰 위협을 느끼고 자신들이 만든 율법을 보호하기 위해 예수 추종자들을 색출하여 사형에 처했다. 이 수색작업에 광분한 바울은 지극히 광신주의자였다. 천만다행히도, 그는 예수의 정신에 대해 뼈아픈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의 광신적인 믿음과 분노는 깨끗하게 사라지고, 자신의 고백처럼 자유로운 인간, 자율적인 인간, 즉 새로운 생명이 자신의 내면에서 탄생했다.
바이러스 감염확산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명의 위험에 놓이는 것을 못본체하고, 마스크 없이 사회적 거리를 거부한체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분노에 가득찬 무리들과 이들을 선동하는 전광훈 목사는 전형적인 광신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광신을 자랑스러운 믿음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광신은 가정과 사회에 대단히 위험하고 방지해야 할 독성이다. 그들은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광신이다. 광신주의의 행태는 자유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성 혹은 다원주의에 대해 대처할 능력이 없을 때 드러난다. 따라서 대단히 이기적이고, 부족적이고, 차별적이고 우월적이다. 자신과 다른 것들은 모두 적이고 원수이다. 그것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때문이다. 자신의 신념과 믿음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거부되거나 반대하는 세력이 있으면 자신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세상이 멸망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신자들은 자기들의 비판자들을 침묵기키고, 그들을 추방하며 때로는 그들을 화형에 처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들은 도전 당할 때 분노한다.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 다룰 수 없다고 느끼는 내면의 무엇인가를 억누르기에 매우 바쁜 사람들이다. 그들은 확고하고 자명한 종교법과 체계의 권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법에 맞서 대항하는 사람은 곧 하느님에게 대항하는 자로 간주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광신자의 유형이다.
오늘 한국과 미국 사회에 이런 광신자들이 교회와 사회와 국가를 분단과 혼돈 속에 빠트리고 있다. 이들에게 지성과 이성과 양심과 정직은 필요없다. 다만 이기주의와 우월주의와 차별주의가 자신들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고 믿는다. 만일 자신들의 하느님이 이 네 가지를 거부하면 그 하느님 조차도 필요없으며 헌신짝 처럼 내다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