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으로 성서가 기록된 목적은 성차별과 동성애차별을 정당화하는 이분법적 차별주의의 살인 도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심과 부족적인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때문에 성서에 부정직하고 무지하게 되었다. 따라서 성서로부터 오늘 21세기 과학 시대에 적절한 지혜의 메시지를 듣지 못하고 있다. 우리 현대인들은 2천년 전 삼층천의 세계관과 가치관에서 살고 있지 않다. 고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으면서 기록된 글자들을 절대적인 율법과 교리로 믿는 것은 웃음거리가 될뿐만 아니라 대단히 위험하다. 은유적으로 기록된 성서를 신중하게 솔직하게 상식적으로 읽지 않기 때문에 성서는 교회와 사회를 죽이는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라는 독성(毒性)이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 안에 차별적인 죄악과 공포의 독성을 제거하는 해독제가 있다. 다시 말해 성서는 원초적으로 공포의 근원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한 희망의 수단으로 기록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서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성서는 진실한 책이다. 성서는 인류의 차별과 분단을 반대하며,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지혜서이다.
온갖 차별과 탄압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소수의 성서 구절들이 성서 전체의 핵심적인 사상이 아니다. 성서에서 인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비전을 가졌던 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의 말은 우주적인 진리와 성스러운 생명과 공평한 정의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박탈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삶의 희망과 용기가 되었다.
바울은 로마제국의 혹독한 차별과 탄압 아래에서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로 고통과 절망에 빠진 갈라디아 교회에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갈 3:26-28).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신약성서의 바울 서신들에는 적어도 세 사람의 다른 바울들의 목소리가 혼잡하게 들린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어느 바울의 목소리가 진실한지 분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느 바울이 예수의 정신을 따르고 구체적으로 살아내는지 알아야 한다. 이것은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에 필수적이다. 이것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2천 년 전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된지 약50년이 지난 후부터 신약성서들이 기록되기 시작했다. 100여년 동안 여러 지역들에서 7-8명의 저자들에 의해 기록된 신약 성서 27권의 원본은 오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 읽히고 있는 성서는 수백년에 걸쳐 필사된 수만개의 사본들 중에 극히 소수를 주관적으로 취사선택하고 편집하고 또다시 필사하는 과정을 거친 복사판 중에 복사판이다. 따라서 비단 13개의 바울 서신들 안에 세 명의 바울이 난잡하게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이렇게 고대 성서는 앞뒤의 말들이 일치하지 않는 오류와 모순이 많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게 성서비평은 필수적이다.
1세기경의 고대사회의 문맹률은 80-90%로 대단히 높았다. 따라서 글을 쓰거나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열 사람 중에 겨우 한 두 사람에 불과했다. 글을 쓸 수 있는 극소수의 고대인들은 현대 사회처럼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보다는 자신보다 더 잘 알려진 사람의 이름으로 서신이나 책을 썼다. 따라서 성서의 대부분의 저자 이름들은 확실하지 않으며 오직 이야기의 내용으로 저자를 상상할 따름이다. 성서학자들의 성서비평에 따르면 신약성서의 바울서신 13개는 크게 세 사람의 바울 즉 ‘진짜 바울’ (authentic Paul), ‘가짜 바울’(pseudo Paul), ‘바울 이후의 저자’(post Paul)로 구분한다. 또한 7개의 진정한 편지를 쓴 진짜 바울을 ‘급진적인 바울’, 목회서신을 기록한 가짜 바울을 ‘반동적인 바울’, 바울 이후의 저자를 ‘보수적인 바울’로 부르기도 한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정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어느 바울을 소중하게 대할 것인지 즉 ‘진짜 바울’의 신앙과 ‘가짜 바울’의 신앙을 분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바울의 가르침을 따르냐에 따라서 역사적 예수의 본질과 삶의 모습은 물론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이 180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바울 서신들을 신중하게 읽으면 바울의 삶은 지속적인 갈등으로 점철되었던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충실한 유대교인으로써 바울은 과거에 그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그가 경험했던 혹독한 수련, 그리고 그의 경건한 수행의 엄격성 등으로 표현될 수 있었지만, 회심의 체험을 통해 습득한 자유와 사랑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바울은 자신의 유대교 전통과 그의 새로운 눈이 충돌하는 투쟁이 시작되었다. 바울은 “예수 살아내기 운동”(그리스도 운동)을 전개하는 예수 추종자들을 수색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참 사람 예수의 모습을 인식했을 때 그의 눈에서 “비늘”이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사도행전 9:18). 이것은 진짜 바울의 성차별과 종교차별과 인종차별의 편견이 사라지는 체험을 묘사한 것이다. 또한 바울은 함께 일했던 동료 여성들에 대한 감사를 잘 표현했다. 예를 들면, 아굴라의 아내였던 브리스길라(행18:2, 26), 루디아(행 16:14, 40), 글로에(고전 1:11) 등이 있다. 그의 여러 서신에서 개인적인 안부를 전한 여성들이 상당수 있음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로마서 16:3, 6, 7, 13, 15; 골로새서 4:15).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날 기독교인들을 혼돈 속에 빠트리는 ‘가짜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들은 교회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거나,(고린도전서 14:34), 남자가 열정을 절제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혼인하지 말라거나(고전 7:9), 여자는 존경의 표시로 머리에 무엇을 써야 한다는 것(고전 11:5 이하) 등이다. 바울의 제자였으며, 바울의 이름으로 글을 썼던 디모데는 “여자가 가르치거나 남자를 지배하는 것을 나는 허락하지 않습니다”(디모데전서 2:12)라고 가부장적 전통을 강조했다. 따라서 오늘 성서문자근본주의적인 교회 지도자들은 바울이 여성 혐오적인 교회 전통을 세웠다고 믿는다. 에베소서와 디모데전후서를 기록한 가짜 바울은 “예수의 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성차별, 계급차별, 인종차별을 서슴치 않고 옹호한다. 따라서 ‘가짜 바울’은 모든 인간의 평등성과 존엄성을 주장하는 ‘진짜 바울’의 가르침을 반대하는 ‘반동적인 바울’(anti-Paul)이다. 예수가 죽은 후 제도적인 교회가 탄생하면서 근본주의와 정통주의와 보수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 생겨났다. 죽음과 생존의 두려움 때문에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그대로 따르는 ‘진짜 바울’의 가르침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짜 바울’의 서신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반동적 바울의 서신’(목회서신)은 공동체 안에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따르려는 사람들을 몰아내거나 재교육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여성과 남성, 유대인과 이방인, 자유인과 노예, 귀족과 평민, 부자와 거지, 건강한 사람과 병약한 사람의 차별을 반대하는 예수의 정신을 그대로 따르는 ‘진짜 바울’의 가르침을 잠잠케하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가 안전하게 생존하기 위해서 로마제국의 보호를 받아야하고 당국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체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획일화 작업이었다.
바울이 깨달은, 성차별 반대를 가장 선명하게 밝히는 구절은 갈라디아서에 기록되었다. 갈라디아서는 바울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것으로 계시적인 요소가 제일 많이 들어있는 서신이다. 대략 기원후 5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서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솔직하고 심층적으로 깨달아 알게 된 바울의 참된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바울이 희열에 넘쳐 선포하는 그리스도 인식의 경험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 편견, 진화의 영속적인 생존 투쟁 속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쌓아 놓았던 온갖 경계들을 초월할 수 있게 한다. 바울은 인종차별, 성차별, 빈부차별, 계급차별은 부족적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라는 장벽에 속한다고 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라는 구절은 가장 대표적인 차별금지에 대한 선언이다. 바울은 그리스도 체험의 결과로서 이제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힘의 방정식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깨졌다. 즉 과거엔 이 방정식이 창조 이야기에서 나타나 있는 하느님의 의지에 근거해 만들어져, 여자들을 하등 인간으로 취급하는 데 사용되었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깨졌다는 말이다. 바울이 밝히는 “그리스도 체험”은 예수가 나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구속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갈릴리 해변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성전의 하느님 보다 더 소중하다는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을 깨닫고, 예수가 살았던 것처럼 인간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며 살려는 결단이었다. 다시 말해, 예수가 말한 것처럼 말하고, 예수가 산 것처럼 사는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깨달음의 체험이었다. 바울은 이것을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말로 표현했다.
바울이 직면했어야 하는 당시의 여성에 대한 가부정적 전통이 얼마나 완고했는지는 십계명의 마지막 항목이 잘 드러내고 있다. 즉 이웃의 아내나 소를 탐하지 말라고 되어 있는 계명에서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율법이 만들어졌다. 아내가 재물이기 때문에 남자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아내를 취할 수 있었다. 이 율법에 따르면 남편이 아무리 학대하더라도 여자에게는 이혼할 수 있는 권리가 없었다. 이런 전통은 더욱 심해져서 여자는 교육을 시킬 수도 없고, 여자에게는 투표를 하거나, 재산을 소유하거나, 직업을 갖거나, 심지어 아이를 임신하는 것이나, 어떤 경우에 낙태하는 것도 아내의 권한이 아니었다. 바울은 갈라디아 사람들에게 “이런 전통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혁명적인 언어를 통해 도전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남자와 여자도 없고, 우월성과 열등성도 없기 때문이다. 바울은 그리스도 체험을 통해 이 세상에 새로이 등장하는 놀랍고도 강력한 현실을 분명히 직시하고 있었다. 기독교 역사 속의 반여성적 편견의 권위를 파괴시키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비전, 체험, 현실을 회복해야만 하는 것을 바울은 도전했던 것이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성서의 가부장적 구절을 문자적으로 이용하여 여성을 억압하기 이전에 이미 새롭고 심오한 남녀 동등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예수가 생애의 마지막 주에 어느 집에서 식사를 할 때 한 여인이 불쑥 그를 찾아와서, 예수의 머리와 발에 향유를 뿌렸다. 그 여자의 행동은 유대 사회의 모든 가부장적 습관이나 규칙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여자를 몹시 나무랐다. 그러나 예수는 그 여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꾸짖고, 그 여자의 방문과 행동과 동기를 모두 인정했다(마가복음서 14:3-9). 같은 이야기가 다른 세 복음서에서도 반복되어 있다. 즉 마태복음서 (26:6-13)에 시간과 장소와 결론이 거의 똑같이 반복되어 있다. 누가복음서(7:36-50)에서는 이 이야기가 예수의 생애의 마지막 때가 아니라 초기 갈릴리 선교여행에서 일어났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복음서들에서 등장하는 여자는 “도시의 여자,” 즉 “몸을 파는 여인이었다. 그 여자는 부정하여 받아들일 수 없는 여자였다.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손도 대지 못하는 것이 공중규율이었던 사회에서 이와같은 관능적 행위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예수가 이런 여자를 비난하지 않음으로 인해 도덕적 율법을 지키는 사람들은 예수를 불신했을뿐만 아니라 예수를 만진 여자가 부정한 여자였기 때문에 모세의 율법에 따라 예수도 의례에 따른 정화가 필요한 부정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예수는 정결의 교리를 강조하는 이런 가부장적 규율을 파기하고, 놀라운 자율적 행동으로 그 여자를 인정하고, 그 여자의 행동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여자가 거부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장벽을 무너뜨렸다. 바울은 이러한 예수의 모습에서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자와 여자도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바울이 주장했던 새로운 인간성이 예수가 산 것처럼 사는 모습의 그리스도에게서 태동하는 순간이었다. 이 새로운 인간성은 낡은 사상, 낡은 규칙, 낡은 종교적 장벽을 초월하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태어난 것이며, 새로운 의식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사람들을 편견의 울타리에 가두어 두던 과거의 틀이 파괴됨을 의미한다. 또한 기름 붓는 여인과 예수의 이야기는 요한복음서 (12:1-8)에 등장하는 데, 배경이 다를뿐 예수의 여자에 대한 반가부장적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미래 교회는 물론 사회에는 여성을 차별하는 어떠한 장벽도 없어야 하고, 여성을 이류 시민으로 차별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 새로운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없다”는 신앙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가 남녀 사이에 철저한 동등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보면, 여성의 승리는 주로 세속 사회를 통해 이루어졌는데, 예수는 가부장적 권력의 경계와 실체를 파괴시켜 가부장적 교회에 대해 여성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예수는 여성을 새로운 존재로 부각시켰으며,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인간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늘 교회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예수는 만들어진 가짜 예수 즉 하늘 위의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이다. 이 교회가 만들어낸 가짜 예수는 교회와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차별하고 분단시켰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에 빠져 암흑 속에서 살고 있다.
인류의 50%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가부장적 시대에 태어난 성서 구절을 문자적으로 인용하고, 이에 따라 행동하면서, 차별을 금지하는 새로운 시대를 거부해 왔던 교회는 이제 여성들의 동반자가 될 수 있으며,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는 새로운 인간성 실천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런 비전을 채택하는 교회는 빠른 속도로 회생할 것이며, 채택하지 않는 교회는 영원히 죽을 것이다. 지금 생존의 안감힘을 다하며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는 교회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여성들을 교회 지도자 위치에 기용하는 것은 성서에 위배되지 않으며, 세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 오늘 인간의 본성에 역행하는 성차별과 동성애차별은 교회의 죽음의 열쇠이다. 오랜 세월 동안 교회는 성서를 차별성과 우월성의 살인도구로 악용했다. 그러나 교회에 구원의 길이 있다. 교회는 신약성서에 숨겨진 새로운 인간성의 모델인 참 사람 예수를 발견해야 한다. 바울이 선언한 “그리스도 안에서”의 신앙과 삶은 역사적 예수에게 솔직하고,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따르면서 예수의 풍성한 인간성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가 만든 차별적인 전통을 폐기처분하는 것이다. 인간이 남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것은 생물학적 기능을 규정하는 것이지, 인간의 가치나 성스러움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사회는 차별금지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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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으며, 오늘 이 세계의 교육, 종교, 과학, 철학, 정치, 사상을 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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