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갑자기 떠올라 아내에게 열변을 토한 생각, 즉 진화론보다 지적설계론이 인간의 직관에는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한 것입니다. (오해없으시길: 진화론은 과학적 이론이고 지적설계론은 신념임)
제가 아래서 인지 과학자 Robert McCauley의 책 제목을 Why Religion Is Natural and Science Is Not을 인용해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인지에는 종교는 자연스럽고 과학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언급했는데, 이것은 다르게 이야기 하면 종교가 단지 진화의 부산물에 그치지 않고 우리 뇌속에 각인된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주장은 캐나다 출신 예일대의 심리학교수 Paul Bloom에게도 나타납니다. 가령, 그의 글들인 "Is God an Accident?"나 "Religion is Natural".
우리가 종교적이라 하면 초자연적인 추정(supernatural assumption)이나 초인간적 추정 (superhuman assumption)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언어만큼은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종교는 거의 언어에 준할 정도로 보편적 현상이라는 것이죠. 흔히들 소승불교(한국불교학계를 제외하곤 사용하지 않는 용어. 테라바다 불교가 더 표준적 용어)를 들어 불교에는 초자연적 추정이 없다고 했었는데, 이것은 서구 오리엔탈리스트의 발명(invention)이고 텍스트 중심에서 벗어나 테라바다 불교 현상을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테라바다 불교가 신념과 의례의 측면에서 대승불교와 크게 다르지 않고 부다/붓다를 초자연적 존재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삶의 목적에 중요한 agent로 붓다가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간명한 설명은 인지과학자 Jason Slone의 Theological Incorrectness: Why Religious People Believe What They Shouldn't 참조하세요. 그의 불교편은 기존의 종교인류학자들의 주장을 잘 요약해서 인지과학적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
이런 면에서 인간과 세상을 다자인하고 목적을 제공하는 agents로서의 신, 또는 붓다, 또는 다른 superhuman agents에 대한 믿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런 면에서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은 과학의 이론은 전혀 아니라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통속심리(folk psychology)로서는 아주 강력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samsara)나 업(karma)도 기독교적 신개념은 아니라도 하더라도 최인간적 실재(superhuman realities)로서 인간의 통속심리 또는 뇌에 깊이 wired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불교도에게 관세음보살을 쉽게 지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폴 블룸의 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One of the most interesting discoveries in the developmental psychology of religion is that this bias toward creationism appears to be cognitively natural."
앞으로 언젠가 전통적인 종교는 사라질지는 몰라도 (그럴 것이란 전망은 상당히 회의적), 전통적인 종교현상은 상당히 오래가리라는 전망입니다.이에 반해서 종교자연주의(religious naturalism)은 소수지식인의 수사로 함께 공존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해는 과학적으로 결코 동쪽에서 떠오르지 않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해는 동쪽에서 떠오르며 또 이런 일상어를 오늘도 사용합니다.
종교박멸에 앞서는 것도 좋지만 함께 더불어 사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태극기 부대를 비판하되 그들을 추종하는 우리 부모님이나 철없는 젊은이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약간 정치색을 덧붙이자면, 해외 동포의 한사람으로서 저는 문재인 보유국인 한국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두손모아 합장
* 제가 폴 블룸이라는 심리학자를 알게 된 것은 그의 다음의 책 제목이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감정이입 또는 공감의 시대라는 유행에 반하는 제목: Against Emphat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