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틱튼 등 오카나간 호숫가의 도시는 캐나다 서부 BC주의 따뜻한 심장으로 불린다. 가을 문턱을 넘어서도 와닿는 햇살은 제법 따사롭다. 가을볕보다 감미롭고 달콤한 것은 농익은 과일과 와인들이다. 농장에서는 포도가 무르익고, 향기로운 과일들이 쏟아져 나온다.
밴쿠버에서 쏟아지던 비는 1번 고속도로와 나란히 질주하며 차창을 두드린다. 밴쿠버 동쪽 오카나간까지는 400km, 5시간의 여정이다. 단풍의 나라 캐나다는 가을 변태에 들어서는 중이다. 밴쿠버 스탠리파크의 도심 숲도 단풍으로 단장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코퀴할라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노랗게 물든 나무들이 도열해 있다. 오카나간 초입의 작은 마을 ‘호프’의 햄버거 가게 간판 단풍로고는 어느 때보다 붉고 선명하다.
하이킹 코스 옆 와인제조장
가을에 찾는 ‘과일과 와인의 땅’ 오카나간은 향기로운 고장이다. 호숫가의 와이너리들은 100곳을 훌쩍 넘어선다. 와이너리의 외관도 제각각이다. 밴쿠버에서 흔하게 마주했던 가을비를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포도 등 과일 농장이 호숫가를 아늑하게 채운다.
오카나간의 와인루트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면 펜틱튼으로 연결된다. 펜틱튼의 명소는 ‘KVR’로 불리는 케틀 벨리의 하이킹 코스다. 예전 호수를 가로질러 광물자원을 수송하던 철도는 하이킹 코스로 변신했다. 과거에는 철로였던 하이킹 코스는 초보자들도 용기를 낼 완만한 경사를 만들며 오카나간 호수를 따라 수십km를 이어진다.
자전거로 달리면 와인제조장도 발아래 스쳐 지나고 노을에 비낀 호수도 속살을 드러낸다. 드라이브로 지나쳤던 호수는 느리게 다가서면 감동의 더께도 달라진다. 넓은 평야에 풍성한 과일과 오르가닉 와인을 쏟아낸 ‘카버트’ 농장 등 수려한 명소들도 차곡차곡 가슴에 와닿는다.
대를 이은 과일농장과 가게들
펜틱튼에서 켈로나까지 과일농장을 둘러보는 투어는 이곳에서 인기 높다. 이른 아침이면 청정 농장에 들러 트랙터를 타고 다니며 즉석에서 이슬이 가시지 않은 과일을 따 먹는다. 이곳의 사과, 포도, 토마토 등은 무공해에 신선도 만점이다.
오카나간의 과일 가게, 농장들은 대를 이어 꾸려온 곳들이 대부분이다. 100년 역사의 ‘페인터 과일가게’는 3대째 가업을 이어 손녀가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과일만 재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일 아이스크림, 사과 사이다 등을 접목시키며 새로운 맛들을 만들어낸다.
그동안 BC주의 주도인 밴쿠버의 저녁을 탐스럽게 장식한 과일과 와인들은 죄다 오카나간 출신들이다.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하는 땅에서 잉태된 과일과 와인은 캐나다 전역의 가을을 향기롭게 물들인다.
http://weekly.hankooki.com/lpage/life/202010/wk20201019114202147620.htm?s_ref=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