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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큰 걱정거리가 돼버린 미국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14106 작성일 2020-11-18 08:33 조회수 3071

“트럼프 재임 기간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오는 피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지난 9월말 캐나다인 1514명에게 물었다. “당신이 미국인이라면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겠느냐?” 여론조사기관 ‘338캐나다’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84%를 얻어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16%)를 압도했다. 캐나다 방송사 ‘글로벌뉴스(Globalnews)’는 “캐나다인 70%는 ‘조 바이든의 당선이 캐나다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트럼프의 재집권이 낫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고 지난 10월말 보도했다.

그렇다면 캐나다인들은 조 바이든에 열광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단지 트럼프가 싫은 것이다. 캐나다 최대 도시 토론토에는 65층짜리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 타워’가 있었다. 이 고층건물은 2017년 이름을 바꿨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캐나다 언론은 트럼프라는 이름에 대해 캐나다인들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9년 12월4일 영국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
트뤼도, 트럼프에게 “캐나다를 모욕하지 말라”

캐나다 동부시간으로 11월8일 오후, 연방 총리실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세계 정상 가운데 트뤼도 총리가 바이든 당선인과 처음으로 축하 인사를 나눈 것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코로나19 대처와 기후변화, 중국에 억류된 캐나다인 2명의 귀환 문제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무역과 에너지, 흑인 인종차별 등도 화제에 올랐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직접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차기 미국 정부는 캐나다와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며, 700일 넘게 중국에 구금돼 있는 캐나다인들이 귀환하는 데도 협력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 역시 “캐나다와 깊은 우애와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시일 안에 통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가에서는 10월10일 현재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와 통화하기도 껄끄러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는 트뤼도와 바이든의 관계가 트럼프 시대보다 훨씬 원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토스타’는 10월8일자 기사에서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캐나다 입장에서 플랜 A가 아니었다”면서 “트럼프의 재선도 플랜 B였다”고 전했다. 그만큼 트럼프의 등장은 예상 밖의 일이었고, 그가 백악관에 계속 머무르는 것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컸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제, 캐나다는 의원내각제로 정치지형이 다르다. 대다수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등 캐나다의 경제·사회적 시스템도 미국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두 국가는 국경을 맞대며 ‘절친’으로 공존해 왔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려 애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 관계는, 적어도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 코드가 맞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가 공식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은 2017년 2월13일 워싱턴에서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캐나다와 미국은 이웃끼리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니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8년 6월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사이에 긴장감이 흘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 부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내세워 캐나다를 자극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캐나다 등 교역국을 향해 “보복관세를 물릴 생각을 말라”고 경고까지 했다. 화가 난 트뤼도 총리는 트럼트 대통령에게 “캐나다를 모욕하지 말라”면서 “우리는 공손하고 이성적이지만, 바보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다”고 응수했다.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의사를 밝히면서 양국의 기싸움은 계속됐으며, 트럼프는 “캐나다의 협상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트뤼도와 트럼프의 앙숙 관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2019년 런던에서 열렸던 NATO 회담 때였다. 트럼프는 트뤼도에 대해 “내 친구”라고 치켜세웠고, 트뤼도 역시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화답했지만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뤼도 총리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뒷담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발끈한 트럼프는 트뤼도 총리에 대해 “두 얼굴의 위선자”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더 이상 이익공동체 아닐 수 있다는 인식 퍼져

올 들어 트뤼도는 트럼프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특히 트뤼도는 트럼트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대신 “캐나다 정부는 전문가들과 의료진의 의견을 존중해 코로나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트럼프를 에둘러 비판했다.

캐나다 최대 주(州)인 온타리오의 더그 포드 주총리는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였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정치 스타일도 트럼프와 비슷하다. 트럼프가 처음 대통령직에 올랐을 때 포드는 “트럼프는 마케팅 천재”라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가 캐나다 사회에서 인기 있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포드처럼 캐나다 주류 정치인 중에는 제법 지지자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퍼지면서 온타리오주에는 셧다운이 불가피해졌고, 미국은 N95마스크를 캐나다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의료진 등에게 공급할 예정이던 마스크 수입이 막히자 포드 주총리는 격노했다. 그는 지난 10월 인터뷰에서 “나는 여전히 그때를 기억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를 향한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내 성탄절 연하장 발송 목록에 (트럼프는) 없다”며 ‘손절’을 선언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중요한 무역 상대다. 인구와 경제력 면에서 캐나다보다 훨씬 큰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데이비드 맥노턴 전 미국 주재 캐나다 대사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가 확연히 분열되고 있는 것은 캐나다에도 큰 걱정거리”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캐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내놓은 가짜뉴스들이 캐나다 사회 안에서도 버젓이 유통되거나,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코로나 관련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되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 또한 캐나다인의 60%는 트럼프의 패배가 대규모 폭력 사태로 번지면 캐나다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의 4년이 캐나다에 남긴 교훈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과정에서 캐나다와 미국이 더 이상 이익공동체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이 넓게 퍼졌다. 글로벌 뉴스는 최근 “트럼프 재임기간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오는 피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평가했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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