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주류 과학계의 수많은 생명과학자에 의해 확인된 과학적인 사실(fact)이다. 다윈이 발견한 진화론을 부정한다면 현대 생명과학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지구 나이가 46억 년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천문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주류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론이다. 더불어 미국에서도 공립학교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칠 수없다는 버틀러법(Butler Act, 1925년 제정)을 1967년에 완전히 폐기했다.
진화론을 반대하고 창조론을 옹호하는 컬트 문화의 퇴행물로 취급받는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과 유신진화론이 이상스럽게도 한국 교회기독교 내부에서 여전히 환영받고 있는 주요 원인이 있다. 불행하게도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신자들은 이러한 사이비 과학과 사이비 종교의 실체와 과학과 종교와 신학에 대해 바르게 배울 기회가 없었으며, 또한 그 억지주장들을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내세지향적인 신자들은 과학적인 이성과 지성에 대한 편견과 피해 의식과 두려움이 크다. 안타깝게도 한국 기독교인들은 이런 사이비 과학과 사이비 종교의 속물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와 정치에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한국 개신교에서 창조론을 옹호하는 성서문자근본주의의 불량 신학이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최초로 기독교가 소개된 것은 개신교가 아니라 1700년대 후반 유럽 선교사 중심의 천주교였다. 개신교는 그보다 100년 후인 1800년대 후반부터 미 대륙의 청교도주의적 선교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한국에 전파됐다.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가 오늘도 초기 미국 선교사들을 마치 하느님이 보낸 천사 내지는 십자군으로 착각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인들은 100여년 전 미국 선교사들이 한반도에 잠입할 때의 동북아 국제정세와 미국 개신교 내부의 분란과 문제점들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근대사에서 미국인들의 서구 제국주의 편견과 오만 그리고 미국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숨겨진 정책(카쓰라-테프트 밀약: 러일 전쟁 직후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 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는 협정)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특히 선교사들의 신학과 신앙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종교와 정치에 대해서 미국의 속국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한국 개신교는 이제 미국의 근본주의 신학의 노예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100여년 전 한국에 기독교 개신교를 전파한 미국의 주류 기독교계는 지난 1세기 동안 꾸준히 급진적인 신학(Radical Theology)을 발전시켜왔으며, 오늘날 전세계의 진보적인 신학과 신앙 탐구의 선도적 역활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개신교가 100여년이 지나도록 전혀 변화되지 못하고 미성숙한 교회로 남아있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선교사들이 가져온 성서문자근본주의의 속물들을 떠나 보내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의 굴종적인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는 지금도 초기 미국 선교사들이 가져온 속물들 즉 백인 기독교인만이 선택받았다는 선민사상과 과학을 반대하는 반지성주의와 타문화와 종교와 인종을 멸시하는 차별적인 배타주의와 물질적인 부는 하느님의 축복이고 가난은 하느님의 징벌이라는 황금만능주의의 자본주의를 하느님이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보내준 영원한 은혜로 착각하고 있다.
특히 선교사들이 가져온 속물들중에 기독교 신자들이 과학을 폄하하고 왜곡하는 주요한 원인으로써 반지성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기 선교사들이 한국 근대화와 현대교육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미국 청교도주의자 선교사들은 고대 성서에 대해서 현대과학에 기초한 학문적인 연구와 해석을 절대금기하는 반지성주의를 한국인들에게 강요했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인 이성과 지성을 부정적인 것으로 정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과 유신진화론과 같은 사이비 과학과 사이비 종교가 한국 개신교에서 환영받고 자리잡게 되었다.
미국 선교사들의 반지성주의에는 정치사회적인 배경이 있다. 이는 유럽에서 북미대륙으로 건너와 식민지를 개척한 계층들의 특징으로 잘 설명된다. 목숨을 내걸었던 항해로 척박한 북미대륙 광야를 개척하며 살아야 했던 초기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경제-사회-종교적으로 박해를 받던 사람들이었다. 유럽에서 상류 엘리트층의 고상한 지성에 억눌려 살았던 이들은 지성에 대해 깊은 반감이 있었으며, 이것이 구체적으로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표출됐다. 그 현상은 오늘도 미국 정치계에서 과학을 폄하하고 기후위기를 무시하며, 여성낙태 금지와 동성애차별의 증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미국식 반지성주의는 종교적 측면에서 성서비평학을 무시하고,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성서문자근본주의가 미국 개신교의 신학과 신앙의 기초가 되었으며, 이것이 선교사들에 의해 한반도에 도입되었다. 반지성주의와 근본주의는 오늘까지 한국과 미국 개신교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를 분란에 몰아넣고 있다.
오늘날 한국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보수적인 성향은 20세기초 미국 교회의 근본주의와 현대자유주의 논쟁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생존의 두려움으로 보수주의를 택하고, 국내에서 발붙일 자리를 잃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한반도로 잠입한 초기 선교사들은 미국내에서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으며, 복음과 선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보수적인 신앙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또한 당시의 신학적인 논의를 객관적으로 다룰 능력을 갖춘 선교사들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성서근본주의에 사로잡힌 보수적인 신앙과 신학을 그것도 제한적으로 소개하는 빈약한 수준의 불량신학을 한반도 선교와 교육에 퍼트렸다.
한국 교회 보수주의 신학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박형룡 목사와 한경직 목사는 평안도 출신으로 미국 개신교의 영향 아래 있었다. 미국 주류 교단이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1920년대에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신학으로 인한 교단 분열의 부정적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들에게 성서문자근본주의 신학은 교회의 정체성이었고, 교회의 획일화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보수주의 신학 때문에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산산조각 분열되어서 수백개의 교단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반도에 들어온 해외 선교사들은 함경도 지역을 담당한 진보적인 캐나다 선교회를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의 미국 선교사들은 신학적으로 성서문자근본주의의 보수적인 신학을 퍼뜨렸다. 오늘날 진보적이라 알려진 기독교 장로회는 함경북도 출신인 김재준 목사가 진보적인 신학의 기초를 놓았다. 함경도 지역은 성서비평학을 비롯한 자유주의 신학을 받아들인 캐나다연합교회 국제 선교부가 담당한 곳이어서, 일찍부터 진보적인 신학을 접할 수 있었다. 아쉽지만 캐나다 선교사들이 평안도와 경기도에 안착했더라면 오늘의 한국 개신교의 신학적인 방향은 부족적이고 차별적이고 이분법적이기 보다는 과학시대에 걸맞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지향했을 것이다.
이렇게 초기 한반도 기독교사의 과정을 거친 오늘의 한국 교회는 과거에 정체되어 새로운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보수주의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오늘날 창조론과 진화론의 논쟁은 미국과 한국의 보수주의 교회들 내부에 한정된 아주 국지적인 문제이다. 더 이상 미국 기독교 전체나 주류 신학계에서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교회는 아직도 미국의 보수적인 교회의 영향권 안에 있다. 물론 유럽의 기독교는 오랜 전에 창조론과 진화론의 낡은 논쟁을 끝냈다.
창조과학이 말하는 신(神)은 21세기 주류 과학계의 기초가 되고 있는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이해되는 하느님의 의미와 너무나도 동떨어진다. 우주세계가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하기 전후에 이 세계에 멋대로 개입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일회성 창조로 완성된 세계를 주장하는 창조론자들의 세계관은 현대과학이 발견한 끊임없이 팽창하고 확장하고 진화하는 불확실성의 우주진화 세계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비상식적이고 낡은 세계관이다. 온 인류가 통합적으로 살아가는 과학시대에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는 수동적으로 믿어야만 하는 존재론적인 신과 그 신에 대한 믿음(belief)이 아니라, 자율적이고 관계론적인 삶(life)의 방식이고, 우주적인 삶에 대한 통합적인 비전(Integral Vision)이다. 하느님은 우주세계와 생명과 인간의 출현을 미리 계획하고 설계하고 창조하지 않았다. 하느님은 진화를 간섭하고 조정하지도 않고, 과학을 자기멋대로 종교의 맟춤형으로 변형시키지도 않는다.
과학과 신학과 종교에 대한 무지함으로 진화론을 반대하는 창조과학 옹호자들이 한국 교회 안에서 성서 기록들이 문자적으로 사실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선언하면, 아멘과 할렐루야로 화답하는 교인들이 많다. 교회 안에서 이들은 자랑스럽게 무신론을 타파하는 소위 복음의 십자군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괴상하며 몰상식한 일이다. 이것은 결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잘못된 방식이다. 오늘 많은 목회자들은 신학교에서 성서비평학을 배우고,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배웠으면서도 종교와 관련하여 현대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종교가 과학을 왜곡하거나 변형시킬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게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신학은 물론 자연과학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니 일반 교인들의 상황은 말할 나위가 없다.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론의 실체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상식적으로 평가할 수 능력을 지닌 사람이 교회 안에 거의 없다. 더욱이 기독교 신학은 유럽에서 2천년 동안 학문적인 연구와 논쟁을 통해 진보적인 신학으로 발전해왔는데, 1세기 밖에 안되는 한국 기독교 교회에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을 반대하는 미국의 성서문자근본주의 선교사들이 불량신학의 씨앗을 뿌려 오늘까지 불량믿음이 자라났다. 따라서 한국 교회에서 기독교 신학의 역사적 배경과 학문적인 의식이 철저히 무시되었으며 여전히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이전의 과거의 패러다임의 신학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성서문자근본주의 신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제 미국 백인 선교사들과 미국 개신교회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 미국은 한국을 위한 십자군이 아니며 수호신도 아니다. 초기 미국 선교사들은 하느님이 보낸 천사가 아니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미국 선교사들을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보아야 한다. 그들의 선민사상, 반지성주의, 차별주의와 배타주의, 황금만능주의의 자본주의를 철저히 추방하지 못하면, 한국 교회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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