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년 전까지는 눈이나 얼음이 없는 계절에만 산에 다니는 줄 알았다.
여름에도 다니기 어려운데 겨울에 눈이 쌓여 있는 산을 오른다는 것은 전혀 상상하지도 않았다. 여름에도 산에 따라서 눈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오래전 여름에 한번은 잔설 구간을 내려올 때 신경을 바짝 썼으나 그대로 미끄러져 하마터면 황천객이 될뻔한 적이 있었다.
산을 오르는 짬빱이 어느정도 되니 그동안 두려움에 가려졌던 판단, 관찰능력이 생겨 험악하고 가파른 급경사의 바위 경사라도 웬만하면 오를 수 있는 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찬가지로 눈이 덮힌 산이라도 오를 수 있는 틈새(weakness)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렇다고 맨땅에 헤딩한다고 겨울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름과 다르게 겨울산은 우선 차가운 강풍이 불고 깊은 눈에 덮혀 있고 눈사태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겨울산을 오를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비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목적지 산에 따라 알맞는 장비가 필요하다. 장비가 담긴 배낭도 여름산행보다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o 배낭에 들어(또는 부착) 있는 것들
- 특수피복: 가벼운 고어텍스 쉘, 털복숭이 스웨터, 예비용 두꺼운장갑/얇은장갑 두개, 예비용 버프, 바라클라바
- 장비: 스키용 고글, 크램폰, 삽, 탐침봉, 얼음도끼, 헬멧
- 비상용 도구: 스키 스크래퍼, 송곳, 덕트 테프, 고무줄, 비상용 Bivy Sack
- 음식: 오헨리바 두개, 머핀 또는 빵 2~3 덩이, 뜨거운 보리차(커피는 비추천: 이뇨작용으로 수분낭비)
o 몸에 걸쳐 있는 것들
- 산행종류에 따라 스키부츠(무릅까지 닿는 긴 양말) 또는 등산화(보통길이 양말)
- Base Layer(폴리에스터 또는 양모), 잘 마르는 특별헝겁으로 된 바지 및 자켓, middle layer(상체)
- 버프 또는 바라클라바, 선글라스, 대체로 얇은 장갑을 낌(신속한 땀 배출, 건조 위해)
※ 개인적으로 비니루같은 고어텍스를 좋아하지 않음: 땀이 바깥으로 배출되는 양보다 나오는 땀이 더 많아 속겉에 얼음이 더덕더덕 끼어 고어텍스기능이 작동하지 않음
겨울산행은 이동중에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옷을 갈아 입을 때도 무지 힘들고 체력소모가 1.5~2배가 더 드는것 같다.
산행거리가 비교적 짧다면(10~15km이내) 대개 스노우슈가 주로 사용되며 맨바위나 맨땅을 스키부츠로 걷거나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들기 때문에 거리가 길고 급격한 오르막이 없고 바위(돌)들이 심하게 노출되지 않은 산이라면 Backcountry ski가 더 유용하다. (언제 기회가 되면 BC Skiing에 대하여 심도있게 다룰 생각 임)
고도의 산악기술을 갖춘 스키어들은 ski mountaineering이라는 험악한 장르에 도전하기도 한다. 우스운 말로 일주일만 젊었더라면 해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에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나이를 먹어도 욕심이 줄지 않으니 행복해지기는 멀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