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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어떻게 무신론자 목사가 되었나?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4350 작성일 2021-01-12 08:36 조회수 2811

얼마전에 ullary님이 저에게 왜 목사가 되었는지에 대해 물으셨습니다. 님의 질문을 늦게 발견해서 이제 늦게나마 답변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원래 목사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저의 학문적인 열정 때문에 지질학에서 신학으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지질학 분야에서 일하면서 늘 저의 모태신앙인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현대과학의 지질학과 충돌했습니다. 지질학에서는 우주의 기원과 발생, 태양계와 지구의 출현, 지구 상의 고생물들의 기원, 천문학, 생물학, 진화과학을 두루 연구합니다. 따라서 교회에서 믿는 삼층 세계관의 하느님을 이해하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공부하던 공과대학 건물 옆에 종교학부가 있었습니다. 심심치않게 종교학부 도서실에 들러서 캐나다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멕길대학교 종교학부는 북미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학교 중에 하나라는 이야기도 이미 들었던터라 저의 호기심을 크게 작용했습니다.   

 

결국 지질학과를 떠나 옆 건물의 종교학부로 옮겼습니다. 물론 그때는 신학을 연구하면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3년 후에 B.Th(신학사)M.Div(목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계속해서 심층적인 신학연구의 여정을 포기하고, 캐나다연합교회에서 안수받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르치기 보다는 목회지에서 교인들에게 배운 것들을 일요일 설교와 성경공부 시간을 통해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목사들이 대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신학교에 들어갔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신학교에 입학할 때와 안수과정의 많은 인터뷰에서 왜 신학교에 들어오려고 하느냐? 왜 목사안수를 받으려고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자들은 저에게서 하느님의 부르심이란 말을 듣기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야 합격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항상 저의 대답은 그것이 하느님의 부르심인지에 대해서 정직하게 말해서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신학교 입학담당자들에게는 나는 이제 지질학에서 신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새로운 학문의 여정을 나아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한 안수과정에서의 질문자들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신학을 교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한 모든 질문자들에게 거듭해서 대답했던 것은, 내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당신들에게는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이해하시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즉 나의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분별과 결정은 지극히 자율적인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나의 등을 떠밀어 신학교에 들어가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은퇴하면서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 책의 서문에 제가 신학과 목회의 여정을 시작하게된 동기가 짧게 소개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지질학을 공부하고 지질학자로서 산에서 광야에서 돌들과 살면서 우주의 법칙을 배우며 살았습니다. 이 때에 자연으로부터 사심없는 정직함과 성스러움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이 체험을 더 깊이 하기 위하여 캐나다의 메길 대학(McGill Univ.)에서 지질학 박사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과 생명의 궁극적인 의미인 하느님에 대한 신비감에 사로잡혀 같은 학교의 종교학부에서 전공을 바꾸어 진보적인 신학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캐나다의 동쪽과 서쪽, 도시와 농촌, 한인교회와 서양교회에서 예수의 하느님 나라 목회를 실천해 오면서 역사적 예수탐구에 온 정열을 바쳐 왔습니다. 동양적 영성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것이 저의 신학과 목회의 지평을 보다 넓게 했습니다.”(<깨달음의 하나님> 북성재, 2012) 

 

저의 삶의 여정은 신학교 시절과 목회 기간과 은퇴후 지난 8년 동안에 끊임없이 심층적으로 발전하고 성숙해졌습니다. 저는 유신론적 하느님을 오래 전에 떠나 보냈으며, 사람들은 저를 무신론자 목사라고 말합니다. 신은 빅뱅 이전과 이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습니다. 있지도 않는 신을 가지고 유신론이니 무신론이니 논쟁하는 일은 이제 중단해야 합니다. 신 없이도 선하게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치관과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인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세계를 건설해야 합니다. 교회는 이것을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은 죽은 후에 하늘 위 천국에 올라갈 꿈을 하루빨리 접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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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  |  2021-01-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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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죽었습니다. 즉 유신론은 더 이상 설득력도 없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분열과 혼돈과 테러와 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류사회의 밝은 미래에 심각한 장애물이며 위험합니다. 따라서 21세기 기독교인들은 무신론자 기독교인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을 믿는 것을 중단하고, 참 사람 예수의 인간성을 살아내어야 합니다.

오늘날 전세계의 주류 신학계는 유신론을 오래 전에 떠나 보냈습니다. 무신론자 학자들이 신학계와 철학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천만다행히도 멕길대학에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성서문자근본주의 교회생활에서 시작된 나의 삶의 여정은 이제 70여년이 지난 후에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인식하고 살아내려는 무신론자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 무신론자 기독교인은 만들어진 하느님 예수를 보상심리에서 믿지 않고,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사심없이 살아냅니다.

* 무신론자 기독교는 예수의 신성에서 탄생하지 않았으며, 기독교는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아니며,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 무신론자 기독교인은 죽은 후 천국에 올라가서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을 믿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하루하루 성실하게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아가며, 인생은 이 세계에서 일회적이라고 인식합니다.

* 무신론자 기독교인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지 않습니다. 그대신 성서를 은유적으로 재해석하고 문자 뒤에 숨겨진 삶의 지혜를 구체적으로 살아냅니다.

* 무신론자 기독교인의 하느님은 참 사람 예수가 가르치고 살아내었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의미의 하느님을 살아냅니다. 즉 하느님은 믿어야하는 객체적 존재가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 무신론자 기독교인은 과학은 모든 삶의 영역에 기초가 된다고 인식합니다. 과학은 종교와 철학과 교육의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Hemlock  |  2021-01-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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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들어와서 어쩌다 이글을 보았습니다. 목사님이신데 무교인 저하고 생각이 100% 일치 합니다. 이렇게 틔인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어서 보기 좋고 반갑습니다. 제 자신을 믿고 짦은 인생 사는동안 열심히, 재미있고 의미있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늘봄  |  2021-01-13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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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이제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차별적인 생존의 두려움에서 자유해져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함께 생사고락을 나누어야 합니다. 기독교인들이 예배드린다고 생명을 보호해줄 하나님은 없습니다.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던 말던 집단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은 몰상식하며, 가정과 사회에 대단히 위험합니다.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인들과 비종교인들을 존중하고 함께 고통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 자신의 종교의 기능과 목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신 없이도 선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동체적으로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Hemlock  |  2021-01-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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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불교던, 기독교이던, 이슬람이던 서로 존중해 주면서 자신만의 종교생활을 잘 영위하면 되지요. 이 모든 종교라는것도 어차피 인간이 그 교리를 만들어 내고 다르게 해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신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아니고 (각자 믿음의 문제일뿐) 이 사회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서로 돕고 같이 잘 살 아가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불교도 사실은 종교가 아니었듯 변천사가 어쨌든 본인이 믿어서 편하면 되는것 아닐지요.

이곳에 오래 살면서 한국사회에 바람이 있다면, 한국사회에서는 아마도 기독교인분들이 대다수인데 불특정 다수의 한인 모임에 가면 많은 분들은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같이 기도합시다',주여 감사합니다', '주님께 기도할게요' 를 누구에게나 합니다. 마치 제 자신이 교회에 와 있거나 교인모임에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은데. 남의 종교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십년간 해 옵니다. 그 분들 생각해서 고마움은 표하지만 사실 좀 어색하죠. 생활속의 자신만의 조용한 (티나지 않는) 종교생활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많으분들이 종교속의 생활을 하셔서 모든 신자분들이 사역자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해력이 큰사람이 받아드려야겠지요.

늘봄  |  2021-01-1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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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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