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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망신살이 뻗친 길목에 서서……
작성자 강현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55 작성일 2007-12-17 23:37 조회수 2320
세상이 두 쪽 나도 이구라 후보를 지지한다는 분들 안녕하십니까?

한국시간으로 내일이 선거일 입니다. 저는 투표권자도 아니고 법적인 한국 국민도 아니지만 그래도 태어나고 자란 나라인지라 여러 가지 생각이 겹칩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여러분이 지지하고 있는 유력한 범죄용의자가 특검수사 피의자의 신분이 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거의 확실시됩니다.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세계 대통령 선거 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두 번 치러야 하거나, 정국 자체가 파국으로 치닫는 진퇴양난의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 사태는 조국에 사는 국민들에겐 재앙이 될 테고 세계인들의 눈에는 조롱거리가 될 것 입니다. 인도계 캐내디언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문화 풍자 코미디언 Russell Peters 의 새로운 소재 감으로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BBK 사건의 본질은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 노름을 직업으로 하는 한 재미교포 아비트리지 전문가와, 인맥과 권력으로 자금을 끌어 모을 작정을 한 70년대식 노가다 CEO 가 합작하여 벌인 일종의 금융사기사건입니다. 수 천 명의 투자자들에게 휴지조각을 움켜쥐고 피눈물을 흘리게 한 파렴치하고도 악질적인 범죄행위입니다. 당사자는 그 수사대상에 오른 사실 만으로도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런데 나라에 무슨 망조가 들었는지 당사자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10 분 간격으로 반복하고 있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유권자들이 최후의 순간까지 오불관언으로 그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긴 이제 와서 그 거짓말을 번복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스스로 거짓말의 덫에 걸려 있는 딱한 형국입니다. 더 딱한 것은 떡을 좋아하다가 그 덫에 같이 걸려 같이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검찰이고, 가장 딱한 것은 이제 내일이면 이 국가적인 재난을 현실로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입니다.

여러분들 역시 지지를 번복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이른바 ‘좌파’가 싫어서, 노무현이 지긋지긋해서, 386 의 오만이 꼴사나워서 다시는 그 비슷한 놈들에게도 표를 주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그 사람을 지지하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변함없는 그런 결심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양심과 인격에 부대껴 고통스러워 하는 분들도 많을 줄 압니다. 범여 후보는 절대 찍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그러자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구라 후보 아니면 무소속의 차떼기 후보인데, 한마디로 저주를 퍼 부으며 서로를 나무라고 있는 토(吐) 묻은 개와 똥 묻은 개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니 어쩌다 여러분의 처지가 이렇게 궁색하게 됐는지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 진심입니다.      

오래 전, 한나라당 경선 때 던가 그 전이던가 “이00 을 찍느니 문근영 을 찍겠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 씨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졌던 이00 이 ‘그러면 차라리 문근영을 후보로 내세우지 그러느냐’고 비아냥대자 누군가가 대꾸한 말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세상을 착하게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문근영 씨를 모독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이구라 를 찍느니 장영자를 찍겠다.’

여러분들께 위로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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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혹시 군사독재 이후 세대 중 장영자를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잠깐 이 분을 소개합니다. 전두환 의 처삼촌 이규광의 처제인데 이런 권력과의 인맥을 십분활용하여 1980 년부터 82 년까지 당시 중견 대기업들에게 사채를 주고 실제 대부액수의 평균 10 배가 넘는 어음을 받아 할인해서 6 천 여 억 원을 받아 챙긴 훌륭하신 금융사기꾼입니다. 당시 이 돈의 상당액수가 민정당 창당자금과 전두환 정권의 통치자금으로 흘러 들어 갔는데, 당시 육사 17 기 세력과 전두환 간의 권력투쟁의 희생양이 되어 남편과 함께 장기간 빵 생활을 하신 의리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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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치독  |  2007-12-19 03:23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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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확정이랍니다.
대한민국도 이제 본격적으로 멕시코 경제의 전처를 밟겠네요.

캘거리이  |  2007-12-20 10:18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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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명박씨를 개인적으로 아는게 아니라 사실은 저도 매일 계속되는 매스컴의 이명박씨를 향한 보도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면 강현씨가 이명박 차기 대통령의 확실한 진상을 알고계신듯한 느낌을 받는데... 강현씨는 진실을 아시는지요?

결정은 되었습니다. 이명박씨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진실을 알고 있지 않는이상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듯한 말들은 매스컴에 세뇌되었다고 광고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듯 합니다.

그래도 과반수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대한민국을 이끌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분에게 축하는 못할망정 이구라라니...

강현  |  2007-12-20 22:18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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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답글을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일단 의견을 올린 이상 수시로 모티터링 하는게 예의인 줄 알지만 생업에 바쁘다 보니 그러지 못해 유감입니다.

님이나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어떤 가치판단을 함에 있어 완전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경험적 세계를 토대로 구축된 나름의 세계관을 매개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합니다.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기의 선호와 다른 정보와 해석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해석의 관점을 얼마나 ‘용기있게’ 수용하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정보만 선택하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부족하지만 토론이라는 일종의 훈련과정을 거쳐 다양한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못한 분들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것과 믿는 것을 혼동하는 경지에 들어가게 되는데 대책 없는 증오와 갈등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뇌라는 단어는 1970 년 대 ‘반공도덕’ 이라는 희한한 제목을 가진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 같은데 본인 스스로의 품위를 위해 사용을 자제해 주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한 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정보선택-해석-대항 정보 접촉-재해석의 과정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념이 부족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BBK 사건과 관련된 이러 저러한 이야기들을 여기에서 늘어 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본인께서 직접 지금까지 확인된 보도자료와 2001 년부터 이명박 씨가 이 문제와 관련해 자기 입으로 말한 내용을 비교해 보신 후 스스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세뇌가 두려우시면 신문을 볼 때 사설이나 칼럼은 물론 해설기사 따위도 읽지 마시고 직접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미 법원 등에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셔서 열람하시는 한편, 동영상과 같은 빼도 박을 수도 없는 solid evidence 들만 취합하여 시간대별로 비교 분석하시면 누구에게 세뇌 당할 필요도 없이 님 스스로의 판단이 서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제가 놀라는 것은 이명박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따위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님께서 말씀하시듯 거의 과반에 이르는 투표자가 그의 범죄혐의를 충분히 의심하고 내심으로는 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그에게 투표했다는 점입니다.

즐거운 성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은 세상  |  2007-12-21 08:41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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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하고 정직하지 못한 대통령을 두겠다고 투표한 것은 곧 자신들이 앞으로 그렇게 살겠다는 것을 집단적으로 결의한 것입니다. 반칙과 특혜를 없애고 빽과 사바사바가 없는 세상에서는 살기가 어려워 옛날로 돌아가겠다고 결의한 것입니다. 맑지 않은 윗물을 둠으로써 아랫물이 맑지 않을 것에 대한 보험을 든 것에 다름이 없지요.

대한민국의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와 같은 도덕 불감증과 정직과 신의를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데 비분과 수치를 감당키 어렵습니다. 민주 사회에서 정권은 바뀔 수 있으되 우리의 영혼과 정신과 긍지를 이렇게 허망하게도 돈푼에 팔아먹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벌었는지는 상관안하겠다. 매춘으로 벌었던 사기로 벌었던 많이만 벌어만 와라.. 대한 민국은 여기에 투표를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죽었다? 경제를 살린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죽어서 작년 한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숫자가 천만명을 넘었습니까? 얼마나 더 부자가 되어야 그 주린 욕심이 채워진단 말입니까?

대한민국의 욕심에 할말을 잊습니다. 이제야말로 정녕 이웃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 경제적 약자에 관대하며 그들과의 공존 공생에 헌신하며 모두 함께 어깨걸고 가는 세상에 동참하려는 의식이 생겨날 때가 아닌가요?
도대체 얼마나 더 잘 살아야 돈의 노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요?

강현님의 울분에 100% 동감하며..

강현  |  2007-12-21 21:51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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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문제의 본질을 짚고 있는 훌륭한 글 감사드립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올리신 글 \'조국의 대선을 보고\'는 제가 퍼갔으면 합니다.

작은 세상  |  2007-12-22 06:46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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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는 무슨.. 졸고를 퍼가신다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늘 강현님의 깊이와 넓이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얻고 사고의 지평을 넓힙니다. (이런 말들은 저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여서 쓰기 좋아합니다만 실제로도 그러합니다)

사실 세뇌라는 말만 들어도 갑자기 남영동이니 남산, 서빙고 따위가 생각이 나던데 오랜만에 이런 말 들으니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이역시 옛추억을 떠올리게도 하네요 ^^ 늘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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