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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돌아가는 삼각지 옆 국방부 청사로 정하려 한다는 괴상망칙한 소식을 들었다.
용산 국방부 청사는 일제강점기 제국일본의 조선주둔군사령부 (조선군관구 및 제 17 방면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조선주둔군사령부 본청은 국방부 청사 옆 미국군 제 8 군 사령부(지금은 평택 캠프험프리스로 이전)였지만 그 자리가 그 자리다.
조선총독관저였던 청와대에서 지내는 것이 너무 황송해서 한 계급 아래인 조선주둔군사령부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무슨 이유에서 용산으로 가겠다는 것일까?
전쟁이 난 나라도 아니고, 새 정부가 군국주의를 표명하는 군사정부도 아닌데, 왜 대통령 집무실을 일본군과 미국군이 차례로 주둔했던 외세의 상징인 용산, 그것도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황당하기 짝이없다.
어느 풍수학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은 있다.
“남산 남쪽 용산 지역은 남산의 한 줄기와 서해(외국)로 이어지는 한강의 기운이 만나면서 부를 창출하는 특징이 있다”고.
실제 용산은 한강을 통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지세이고 이방인의 탯줄을 의미하는 이름의 동네도 있다. 이태원(異胎院)이 그 동네다.
일본이나 미국이 용산을 사랑했던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청와대를 흉가처럼 증오하는 그 사람이 용산에 대한 무슨 이야기인가를 주워듣고 강력하게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건 그렇고,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혼자만 아는 건 비밀로 지켜질 수도 있지만, 둘 이상 아는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며칠 전 예비역 와이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영국간다며? 노망났냐? 이 시국에 유럽을 가게?’
예비역 와이프가 “이 시국”이라고 말한 건 그 전쟁을 의미했다.
곧 이어 아이로부터도 간단하지만 단호한 텍스트가 도착했다.
“Don’t go to UK”
한편으론 황당했고 한편으론 신기했다.
영국여행계획은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었고, 가족들한테도 알린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영국 이야기를 어디에 써 올리긴 했는데, 그 글을 보고 알았을 것 같지는 않았다.
유럽노선 비행기들이 자주 취소되는 바람에 여행자들의 일정이 뒤죽박죽 되기 일쑤라는 소식도 들었다.
이 소식이 결국 나의 영국행을 취소하게 만들었다.
대신 한국에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한국은 아직 입국전 PCR 검사를 하고 있는데, 나의 생활습관으로 미루어볼 때 확진될 확률이 70 퍼센트는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면 비행기표도 날리고 휴가도 망칠 위험이 너무 컸다.
결론은
국내에서 대륙횡단기차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륙횡단이 처음은 아니지만 기차여행은 처음이었다.
20 몇 년 전, 캘거리에서 토론토까지 운전해서 가보고나서 다음엔 기차로 횡단해 보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기차여행을 할 기회는 없었다.
목적지를 몬트리얼로 정했는데, 편도 3,000 km, 3 박 4 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일정이 나왔다.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할까말까 하는데 탁월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 올랐다.
토론토까지 비행기타고 날아가서 토론토에서부터 기차타고 몬트리얼에 가면 시간과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다는 묘안이 그것이었다.
퀘벡시티는 찬찬히 둘러 볼 기회에 있었지만 몬트리얼은 대강대강 지나쳤기 때문에 다시 가리라고 마음먹었었는데, 혼자 유유자적 북미의 파리에서 푹 쉬었다가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