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래이크의 잔잔한 물위에 비춰지는 Crowfoot Mountain은 93N 하이웨이 선상에 있는 유명세가 있는 산이다. 작년 이맘때 도전하였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실패했고 이번에는 등정을 이룰 수 있었다.
리틀크로우풑과 메인 크로우풑으로 이어지는 언덕(Col, 여름에는 어떤지 모르지만)을 지나자 구름이 오락가락하며 바람도 같이 세게 불었다. 리지로 이어지는 경로에는 가파른 Sastruge(강풍이 만들어낸 물결 모양의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눈지형)가 있어 살짝이라도 실수하면 깊은 눈계곡으로 떨어질 수 있다. 가끔씩 세차게 불어대는 눈가루 바람이 눈앞을 가려 가다서다하였다. 리지정상 100여미터 밑까지는 스키를 신고 올라갈 수 있었으나 그 위에는 항상 바람이 부는지 거의 눈이 없어 스키를 벗어 눈에 꽂아놓고 그 곳부터 정상까지 걸어갔다.
정상에도 역시나 매몰찬 눈바람이 날렸다. 구름이 끼어 주변경치는 볼 수 없었다. 정상에서 짧게 자축을 하고 스키를 놓아 둔곳까지 재촉하여 내려갔다. 내 스키는 별도의 장소에 스키를 바람에 날릴까봐 반쯤 눈에 묻어 두었는데 내려와 보니 날려온 눈이 스키를 거의 덮고 있어 찾는데 고생하였다.
백칸트리스키를 하는 이유중 하나가 산을 내려올 때 신나게 스키를 타고 내려 올 수 있는 즐거움이다. 드디어 멋지고 신나게 타고 내려가는 생각에 몇 번 턴을 하였다. 그러나 지독한 whiteout(방향감각 및 거리감각이 둔해지고 시야가 불량해지는 현상, 춘추가 많으면 더 심함)때문에 멀미가 나고 머리가 어질어질 하였다. 가만히 서 있었도 어지러워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지독한 whiteout을 겪어 본적이 없었다. 제대로 스키를 타고 내려 올 수 없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주차장까지 예정보다 두시간이나 늦어졌다.
이번에 고생하며 느낀 것은 올라가다 날씨가 흐려지면 미련없이 뒤 돌아 서는 것이 사고통계 수치를 낮추고 Ranger들 혹시도 있을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