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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보이는 사람의 막무가내 고집때문에 대한민국 국군이 무너지게 생겼다.
나는 한국정치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정치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예비역으로서 내가 복무했던 군이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꼴을 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몇 마디만 하려고 하니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청와대에 들어가야 할 당선자 가족 중 누군가가 죽어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버티는 게 분명하다. 그 가족의 일원은 언젠가 청와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때 청와대 곳곳에서 시미즈 타카시 감독이 만든 일본공포영화 ‘주온’에 나오는 그 흉가보다 더 강력한 지박령들이 우글거리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정설이다.
그가 사시나무떨듯 공포에 질려 청와대에는 집무실이고 공관이고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버티는 바람에 당선자와 측근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광화문 시대 운운하는 호랑이 풀뜯어먹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거론하던 내자동 청사는 일찌감치 후보지에서 제외됐다.
보안문제가 치명적이라는 이유를 둘러댔지만 내자동 청사가 제외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내자동 청사를 집무실로 할 경우 공관은 당연히 청와대 관저로 해야하는데 귀신 보는 가족이 길길이 뛰며 반대했을 것이 뻔하다.
시실 당선자의 공간인 집무실보다는 그 문제의 가족이 함께 머물 공관을 정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했는데,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간다느니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간다느니 갈팡질팡 횡설수설하는 이유는 그 귀신보는 가족이 당선전에는 별 말이 없다가 당선이 되자 갑자기 집무실과 공관에 대해 강력한 주장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며칠 전 개뚱딴지같이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정한다는 소리를 했다.
국방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선자 측으로부터 일부 시설들은 3 월 23 일까지, 그리고 적어도 3 월 말까지는 국방부 청사 전체를 비우라는 말도 안되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실성한 놈 잠꼬대같은 소리를 국방부가 통고 받았다는 소리에 군이 발칵 뒤집혔다.
고도화된 첨단군사방위시설이 집적되어 있는 대한민국 전쟁지휘부를 하루아침에 시설에서 내쫓아 무력화시키겠다니 이적행위도 이런 이적행위가 없었다.
전쟁발발시 사실상의 전쟁지휘부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방부 지하벙커 또는 합동참모본부에 마련된다.
국방부는 적의 벙커버스터 공격으로부터 전쟁지휘부를 보호하고 EMP 에 의한 전자교란으로부터 통신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호시설을 구축하는데만 조 단위의 비용이 들어간 특화시설이다.
반대여론을 뛰어넘어 “너네 미쳤냐”는 여론이 들끓어 오르자 갑자기 외교부청사도 후보지 중 하나라는 낭설을 퍼뜨렸다.
외교부청사 이야기가 보도되자 그 귀신보는 가족이 또다시 기겁을 했을 것이다.
외교부청사는 종로구 사직동에 있으므로 만일 집무실을 외교부 청사로 할 경우 공관은 청와대 관저를 사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당선자 측은 국방부청사로 이전하는데는 500 억 원이 들지만, 외교부청사로 이전하는데는 1 천 억 원이 든다는 거짓정보를 흘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방부로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수 조 원 단위의 국고를 낭비해야 하고, 국방부가 현재와 같은 수준의 군사지휘시설로 새로이 자리잡는데만 3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국군통수계통에 있지도 않은 당선자가 국방부청사를 비우라마라하는 요구를 하는 것이 가당치 않은 월권이라는 것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나라에 망조가 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사람이 당선이 되었는지, 그저 오마이갓이라는 탄식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