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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갖기로 하면 포기하게 될 것들
작성자 watchdog     게시물번호 15934 작성일 2022-03-28 02:35 조회수 2938

커리어

뭐 그냥 일이죠. 커리어는 라이프스타일을 얘기하는 거고, 대부분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잡을 갖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아이가 없으면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도 5년 동안 그랬고요. 그런데 자식을 갖고 나면 애가 집을 나갈 때까지는 커리어는 포기를 해야하거나, 강제로 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커플이 둘 다 일을 하는 상황이면, 부모가 둘 다 칼퇴근하고 집으로 와야합니다. 제 와이프는 코빗19 격리 중에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고 지금은 주중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아침에 맡기고 오후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저나 와이프나 둘 중에 먼저 일 끝나고 돌아오는 사람이 아이를 픽업해서 옵니다. 한 사람만 일 하고 배우자가 아이 돌보기를 100% 전담하는 상황이면 일하는 사람이 늦게까지 일 할 수도 있겠지만, 몇 개월 이상 이런 생활패턴이 유지되긴 어렵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상태가 많이 악화됩니다. 직접 경험으로 많이 아실 겁니다.

아이가 하나면 그래도 엄마 아빠가 돌아가면서 교대로 아이를 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집니다. 저는 지금 토요일 오전인데, 와이프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저는 이 시간에 YMCA 가서 운동을 하거나 온라인 코스 들을 여유도 조금 생겼습니다. 

 

그런데 애가 둘 이상 생기면 이런 여유는 없어집니다. 와이프도 워낙 대학졸업하고 지금까지 계속 일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집에만 있는 건 1년 동안 육아휴직 동안 경험하면서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몸소 깨우쳤습니다. 경험이 없으면 다들 자신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의 와이프도 애가 없을 땐 셋은 낳아야지! 했던 사람입니다. 저는 미리 간접경험으로 얼마나 스트레스풀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던 것인데, 뭐 어쨌든 하나만 키우는 거라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들 사이에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요즘은 집에서 일하다 와이프가 요청하면 언제든지 집에서 아이를 픽업하러 갈 수도 있습니다. 자식이 하나니까 차가 클 필요도 없고, 집도 작은 집에 살아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반면에 애가 셋인 지인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첫째 낳고 둘째를 원하는 와이프 때문에 임신을 했는데 쌍둥이가 나와 셋이 된 케이스인데, 애가 많아지니 일단 집이 작아져 더 크고 비싼 집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중형 세단 타고 다니다가, 와이프가 애들 태우고 다닐 혼다 오딧세이 새로 사고 자기는 출퇴근용으로 소형 세단을 따로 샀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돈 많이 깨졌죠. 그리고 와이프도 일을 하니까 애들 셋 다 데이케어를 보내느라 한 달에 3천불가까이 쓰면서 탈탈 털리는(?) 생활을 몇 년 했습니다. 그리고 애들이 지금은 커서 주말마다 축구를 하러 다니는데, 스케쥴이 셋 다 달라서 하루에 몇 번을 축구장으로 차를 태워 왕복을 한다더군요.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는 셔틀버스 운전하고. 이 친구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 여름입니다. 날씨 따뜻해지면 만나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으려나요. 이렇게 애들 셋을 키우니까 이 친구도 커리어 욕심이 있었고 회사에서 relocate할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아이들 때문에 다 포기하고 같은 직장에서 지금 10년을 넘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능력 인정받아 디렉터 타이틀을 달고 있긴 하지만, 자기 커리어는 여기서 사실상 끝난 거라고 받아들인 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고등학교 때 울 학교에서 성적 제일 좋았던 친구고, 대학도 4년 전액 장학금 받아 다닐 정도로 수재였던 사람이니 포텐셜이 많았죠. 지금은 와이프랑 둘이 열심히 벌어 몰게지도 다 갚았고, 먹고 사는 데에 불편한 건 없지만 같이 앉아 얘기를 하다 보면 육아에 치여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내려놓아야 했던 것에 대한 넋두리는 아직도 간간히 맥주 한 잔 하면서 합니다. 앞으로 15년 정도만 존버하면 뭐 자유가 오겠지 하는 실같은 희망 하나 갖고 있습니다. 

 

어쨌든, 자식을 갖기로 결정을 한다면 동시에 내 일이나 커리어도 포기한다는 결정을 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 그리고 가정과 커리어 둘 다 지키는 건 무자식 라이프스타일일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껏 깨닳은 것입니다.

 

육아

아이가 둘 이상이면 여자가 혼자서 아이들을 돌 보는 가정이 많은데, 그렇다고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육아환경이라고 생각하면 주양육자의 정신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영화 Tully를 보면 샬리즈 테론이 애 셋을 혼자 키우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엄마 연기를 기가막히게 했는데,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커플들에게 꼭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예전에 동상이몽에 정조국, 김성은 커플이 나온 것을 보면서 정조국씨가 애를 셋 낳아 키우면서도 싱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런 커플들이 얼마나 많고, 아빠랑 같이 놀 수 없어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유아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지배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들 중 하나가, 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게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인데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엄마 아빠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태어나서 학교 들어가기 전인 6-7년 정도인데, 왜냐하면 학교 다니기 시작 할 때부터는 친구들과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뭐 아빠하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가 전부고요. 모든 부모가 같은 선택을 할 의무는 없지만, 그런 선택을 따르는 결과가 어떤지 잘 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아빠가 가족들 위해 (자기 생각엔) 밥도 안 먹고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다 줬더니, 자식들은 고마운 것 모르고 아빠는 그냥 ATM이고, 애들 다 크고 다니 이혼하고 뭐 이런 커플들이 우리 친척들 중에만 세 커플이 넘습니다. 이혼하고 나서 친아빠는 공사장에서 막노동하다 트럭에 치여 돌아가시고. 그렇게 의미없는 가족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느니, 자식들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남기지 않고 childless로 사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도 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25548951

https://m.blog.naver.com/wkddj7743/221862745817

 

이 책은 제가 싱글일 때 읽었던 책인데, 일과 가정 사이에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요즘도 calgary public library에서 ebook이나 audiobook으로 빌려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요. 크리스텐슨 교수가 많은 연구로 입증한 근거들을 가지고 가르친 내용이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옳은 결정은 없을 지 모르지만, 중대한 상황에 놓여 나와 배우자에게 맞는 결정을 해야할 때는 서로 가지고 있는 원칙과 가치관을 재확인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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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건너  |  2022-03-2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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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3명있는 입장에서 애 둘에서 애셋으로 넘어가는건 1명에서 2명되는 것보다 몇배는 더 힘든 일이 더 군요.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어디 하나 놀러 가려고 해도 한명은 왕따처럼( 대부분 아빠인 저..) 혼자 앉아서 가야되고 티켓이나 호텔같은곳도 대부분 가족단위를 네명으로 보기때문에 티켓 구하기 너무 힘들고 호텔도 돈이 엑스트라로 더 들어갑니다.

애가 셋일 때 좋은 점도 있긴 합니다.
추운 겨울에 사람이 5명이니 체온이 많이나와 집이 좀 더 따뜻하다는 점입니다. ㅎㅎ

게로  |  2022-03-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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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저는 이제 스무살과 곧 18세가 되어서 physically 제가 크게 필요없어지는 아들 둘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이 글이 참 와 닿네요..
자녀를 가지게 되면서 새로 생기는 부모로써의 역할 - 집으로 퇴근이 아니라 집으로 또 출근을 하는 거죠. 쉽게 말해서 투잡의 삶인데 이건 곧 싱글 0 결혼 3 자녀 9 정도의 인생 난이도 급상승으로 볼 수 있죠. 제 개인적으로는 각 이벤트 발생시 결혼<자녀하나<자녀둘 이런 순으로 초기 난이도가 형성되지만 아이가 부모와 잘 교감하며 성장을 하면서 그 난이도가 역전이 되고 나중에 쟤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어 하게 되면 부모란 커리어에서 어느정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포기, 희생 이런 표현 없이는 부모란 위치가 쉽게 서술하기 어려운, 어떻게 보면 적성에도 아주 잘 맞아야 하고 여러분야에서 다재다능함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전 엄마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사실 이것이 내 새 커리어다 하고 결심했습니다. 아이들과 신나게 노는 것은 아빠 몫이었고 전 한 사람이 스무살까지 크는 과정에서 거치는 거의 모든 직업들을 얕게나마 섭렵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2세 이민자의 삶이었기에 처음 겪는 상황들을 역시나 처음 겪는 아이들과 쭉 같이 가면서 저도 참 많이 배웠습니다. 얼마전엔 GDL 시험을 보는 아이에게 23년전 캐나다 면허를 새로 취득하기위해 시험 봤던 경험을 살려 parallel parking, hill parking, stop sign no rolling 요령등을 알려주고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큰 아이 택스 리턴등을 도와주는 등 아직도 소소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게 분야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게 다행히 제 적성에는 꽤 맞습니다. 남편은 아이들 어려선 스토리타임 전담에 아이들과 놀 때는 더 아이처럼 신나게 같이 운동하고 놀아주었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남편에겐 딱 맞는 적성이라서 역할 분담이 잘 되었죠. 각자 자기의 직업에서 덕 본 것도 많고요.
인생 살면서 저지르자 한 적이 몇번 있었는데 둘째를 갖기로 했을 때 바로 그랬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면 절대 못 가지겠더군요. 정말 힘든 3년을 보냈습니다. 그 시기 중에 큰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두돌 갓 된 큰 아이와 갈등이 생겼는데 도무지 해결 방법이 전혀 없어보이더군요.
그때 크게 도움받았던 방송이 있었습니다. 방송을 본 후 깨달음을 느껴 제 육아의 원칙이 되었고 결론적으로 제 인생에 큰 지침이 되었죠. 보니까 원래 책이 먼저 있었더군요. -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방송 부제는 엄마 내 맘 알아 입니다.
각자 인생에서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내린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죠.
10여년전에 아이들과 제 여권을 신청하러 갔는데 직원이 unemployed 라고 쓴 제 직업을 보고 무슨 말이니, 넌 아이 둘을 기르는 엄마야! 하면서 두줄 쫙 긋고 homemaker 라고 쓰더군요. 저도 그냥 집에서 솥뚜껑이나 돌린다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아. 더 열심히 하자. 이건 내 커리어지 하고요.
아이들은, 씨앗을 선물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부모는 농부가 되는 거죠.
세상 모든 부모님들, 풍작 되시길 바랍니다.

터미네이터  |  2022-03-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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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지요.

내가 거울이 됨야함으로 내 자신의 안좋은 모습은 버려야 (포기) 합니다.

watchdog  |  2022-03-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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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에 어른 하나가 매치가 돼야 하는데, 확실히 애가 셋 이상 되면 차도 옵션이 미니밴 밖에 없고 비행기 타고 갈 때도 불편하고. 언젠가 코스코에서 쌍둥이 애 아빠가 젖병 두 개 들고 동시에 먹이는 거 보고 지나가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아빠들의 눈빛으로만 '수고가 많으십니다'하고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아직 저조하긴 하지만 남자들도 육아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트렌드라 엄마들의 정신건강이나 커리어 회복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MNH624  |  2022-04-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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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dog님은 어떤 계기로 이런 글을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육아로 체력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저에게… 나만 이런건 아니구나 누구나 부모라는 직업은 처음이니 이럴 수 있구나 공감으로 위로를 받고 갑니다 더불어 watchdog님이 언급 하신대로 부모 모두의 정신건강은 아이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 아이를 낳기로 했으면 서로가 한팀이 되어 응원해 주면 큰 힘이 됩니다 가족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돈벌어 오는 남편분들도 힘드시겠죠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전담하는 와이프들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는것 아이를 키우는 그 과정은 인생에서 서로가 매우 힘든 단계입니다
게로님의 글이 정말정말 마음에 와닿습니다
씨앗을 키우는 농부로써 커리어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좋은 글과 말씀들 너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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