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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소방관들 지인짜 멋찌드라아~
작성자 심심해     게시물번호 15969 작성일 2022-04-05 08:47 조회수 2571

약 10년전 11월 영주확인서를 들고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캐나다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일반 여행자처럼 보이지 않았는지 바로 자원봉사자에게 픽업되어 별도의 방으로 이끌려가 랜딩절차를 밟고 이민자를 위한 여러가지 안내 브로셔를 받은 후 캘거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캘거리에 도착하니 사방이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는 겨울 왕국이었다. 새로운 나라에서 인생이 리셋되듯 계절마저 온화한 가을에서 단 두 시간만에 매서운 한겨울로 리셋되어 있었다.

 

거주할 곳을 잡고 여러가지 생활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 후 이민자를 위한 무료 영어 교육 LINC를 등록하기 위해 레벨 테스트를 받았다.

 

'너는 읽기와 쓰기는 LINC에서 가르칠 레벨이 아니야. 듣기와 말하기만 들을 수 있는데 이 경우는 파트타임 강좌를 들어야 해. 파트타임 클래스는 야간에만 있어.'

'응, 야간 파트타임 듣기 말하기 좋아.'

'근데 읽기 쓰기를 이렇게 잘하는데 듣기 말하기는 왜 이모양이니?'

'어, 나 한국말도 듣기 말하기 잘 못해.'

'정말?'

'정말!'

'ㅋ'

'ㅋㅋ'

'ㅋㅋㅋㅋ'

 

해서 리스닝, 스피킹 야간 파트타임 클래스를 다니게 되었다. 이민 오자마자 만나는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든 같은 이민자였던 것이다.

 

클래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처럼 방금 도착한 따끈따끈한 이민자부터 벌써 1년동안 LINC를 다니고 있는 사람까지 망라되었다. 의사인 남편을 따라온 저널리스트 출신의 글래머의 베네수엘라 여성분, 불어가 네이티브라 퀘벡으로 랜딩했다가 일자리가 없어서 캘거리로 다시 이사온 세네갈 출신의 석유 엔지니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캐나다군 통역 군무원으로 일하다가 캐나다군의 철수로 함께 캐나다로 건너온 수다스러운 아프가니스탄인, 어?

 

아니, 통역병이 왜 영어를 배워? 통역병이 같은 클래스에 있다. 수업 시작 전에 여기저기 여러가지 잡담으로 왁자지껄 했다. 내가 보기엔 모두 원어민 수준으로 거침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뭔가 착오가 있는게 틀림없다.

 

갑자기 들어온 땅딸막한 아시아인이 궁금했는지 여러 사람이 나에게 뭐라뭐라 질문했지만 나는 단지 what? sorry? pardon? 을 연발할 뿐이었다. 아 씨, 도대체 뭘 알아들어 먹을수가 있어야지…

 

재미가 없었는지 더이상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손쉽게 왕따가 되었다.

 

수업중엔 한달에 한번정도 10~15분간 주제를 정해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도 있었다. 오, 이런건 내 전문이지. 그간 얼마나 많은 제안서를 써제꼈으며 얼마나 많은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구라를 쳐댔었던가. PT 자료를 구성하고 여기저기 펀치라인을 집어넣은 스크립트를 써서 딸딸 외워서 출전했다.

 

강사와 클래스메이트들의 배꼽을 빼놓으며 뒤집어놨다. 이렇게 프리젠테이션을 마치니 또 사람들이 내게 뭐라뭐라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지만 나는 또다시 what? sorry? pardon? 을 연발할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 세번 정도 PT를 하니 이제 LINC를 하산하란다. 아니 이보슈 나는 아직 what? sorry? pardon? 수준인데 날더러 나가란 말이오? 여튼 이렇게 LINC를 쫓겨났다.

 

한편 아내는 정규 LINC 코스를 다니고 있었다. 밤에 하는 파트타임 LINC와는 다르게 정규 코스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과외활동이 많았다. 다 같이 글렌보우 박물관도 가고, 은행에서 사람이 와서 집사는 방법도 알려주고,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와서 여러가지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다채로운듯 했다.

 

어느날 아내는 캘거리 소방서를 다녀온 이야기를 해줬다. 아내는 아주 환한 얼굴로 두 눈에 하트가 뿅뿅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우와아~ 소방관들 지인짜 멋찌드라아~'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듯 했다. 서구의 소방관들은 섹시맨의 상징이 아니던가. 미드를 보니까 911을 콜하고선 아픈 남편을 팽개치고 곧 닥칠 소방관을 맞이하기 위해 곱게 화장을 하는 아내가 다 있더라. 그만큼 구미의 소방관은 모든 여성이 선망하는 알파메일의 상징이 아니더냐. 내가 그들을 어떻게 이기냐고요…

 

나는 그저 장화신은 고양이 눈을 하고선 아내를 바라보며 선처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으으~ 아내의 눈에는 지금 내가 얼마나 오징어로 보일까. 여튼, 그날이 내가 처음으로 캐나다로 이민온걸 후회한 날이다.

 

기우와는 다르게 아직 아내는 나와 살을 맞대고 살고 있다. 아내와 손잡고 산책할때 어떤 할머니가 'You guys make such an adorable couple.' 해준적도 있다. 하하. 나는 지지않아.

 

소방관! 인정한다. 멋진 사람들이다. 섹시하다. 당신들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다. 나의 연적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나도 영웅인적이 있었다. 봐라. 이렇게 증거도 있다.

 

https://www.cndreams.com/cnboard/board_read.php?bIdx=1&idx=15915&category=&searchWord=&page=3

 

자, 영웅대 영웅으로서 겨뤄보자. 난 절대 지지 않는다. 아니, 난 승리하고 있다. 아내는 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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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탄건달  |  2022-04-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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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이란 직업은 세계 어디에서나 존경받는 직업인건 이견이 없겠죠. 다만 그 나라의 수준에 띠라 받는 대접이 다를뿐이고 대우란게 다를 뿐이고

얼마전부터 Advanced country 대열에 합류했다고 하는 동양의 작은 나라 소방관들이 소방과 관계없는 의전에 불려나가 의자들 깔고 정리하고, 한 소방관의 아내는 생명과 직결되는 보급품들이 형편없어 사비로 구입한다고 SNS 에 올리던게 불과 몇년전이었던걸로 기억하네요.

다행히 얼마후 그 소방관들의 염원이었던 소방관 국가직 으로의 전환이 도적 무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졌던걸로 아는데 과연 그후 그들은 어찌 되었나 문득 뻘생각이 들어 몇자 적네요.

들리는 이야기로는 그 소방관들 다수가 국가직 전환을 이룬 무리 말고 반대하던 그 도적 무리를 선택한거 같은데

나이 먹어서 돌이켜 보면 세상은 참으로 표현하기 민망항 정도로 엉망이고 대부분의 사람이란게 참으로 욕심 덩어리인데다 어리석기까지 하다는걸 느끼네요.

그런 세상에서 쉰 넘어까지 저런걸 못느끼고 어찌어찌 잘먹고 살아온 내가 참으로 럭키가이 구나 란 생각도 들고...

또 쓰다보니 뻘글 이네요.

oz  |  2022-04-0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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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얘기가 나왔길래 산불진화 전문 소방관 얘기 영화 한 편 추천합니다.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링크는 트레일러 입니다

Only the brave

https://youtu.be/mQj4BkYf-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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